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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Note

<러브 앤 프로듀서> 관련하여

by 뀽' 2020. 11. 6.

이걸 읽으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러브 앤 프로듀서> 정리글에 달렸던 적지 않은 댓글들과, 그 댓글들에 묻어나던 호의와 따뜻함이 계속 마음에 남아 두서없는 글이나마 남깁니다.

 

앞으로 <러브 앤 프로듀서> 관련 글은 올라오지 않을 것입니다.

 

페이퍼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타 게임에서 한복 관련 논란이 크게 문제되었을 때부터 이미 이 게임에 더 이상 '과금'을 할 수는 없겠다 마음 먹은 상태였으나, 새벽에 올라온 공지를 보곤 무과금으로 조용히 혼자 즐기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된 상황임을 깨달았습니다. 

 

아직 <러브 앤 프로듀서> 한국판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공식적으로 발표가 나지는 않았으나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공지로 공산당 독재정권의 논리를 당당히 들이민 순간부터 이 회사가 한국판 서비스를 포기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굳이 타 게임 공지가 아니더라도 이미 <러브 앤 프로듀서>의 구글플레이 결제가 막혔고, 인게임 상태메세지도 수정 못하도록 패치해놨더라구요. 

 

2018년 7월, <러브 앤 프로듀서> 한국판 런칭 당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출석하며 2년 간 꾸준히 플레이했습니다. 헤비과금러는 아니고 소소히 즐기던 수준이라, 돈도 마음도 많이 투자하신 분들에 비해선 덜하겠지만.. 이런 식의 장르 폭파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하네요. 분노와 어이없음, 그리고 공포가 번갈아 찾아오는 상태입니다. 

 

그와중에도 한국판 성우님들의 연기가 아까워서 미칠 것 같네요. 가챠 게임 최대 병크라 할 수 있는 확률 조작 사태와, 아예 새로운 게임을 만든 수준이었던 오역, 그리고 편의 기능과 무료 카드만 쏙 빼놓고 가져오던 한국판 대행사의 만행까지 온갖 일을 겪는 와중에도 떨어져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만든 게 성우님들의 연기였는데 이제 그마저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는 게... 부디 서비스 종료 이전에 제가 따놓았던 데이트와 전화들을 차곡차곡 백업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어쩌다 이런 주저리 한탄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설령 이놈들이 배째라는 식으로 서비스 종료 안하고 계속 운영한다고 해도 이미 공산당의 민낯을 본 이상 제게 <러브 앤 프로듀서> 플레이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쓰고 있던 택언이 정리글이라도 마무리할까 생각해보았지만, 그걸 위해서 다시 중국어 원문을 들여다 봐야한다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나네요. 이미 쓴 기락이와 허교수 정리글, 그리고 메인 스토리 정리글도 저 스스로가 고통스러워서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인권을 무시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독재정권에 찬동하는 이들의 컨텐츠를 도무지 소비할 자신이 없습니다. 

 

동훈택, 상현백기, 명준기락, 승훈시호 그리고 호산묵... 호산묵 정말로 많이 사랑했다...... 좋은 성우님들의 좋은 연기 감상할 수 있던 기회라고 생각하렵니다. 

 

굳이 이런 공산국가발 컨텐츠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좋은 것들은 많으니까요. 로맨스 서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요즘만큼 웹소설 시장에 작품이 넘쳐나는 적도 없다..! 성우 컨텐츠를 찾으시는 분이라면 오디오북과 드씨, 맵스가 있다! 상처뿐인 탈덕도, 또 다른 덕질로 치유가 되더라구요. 저도 럽프듀에서 사혼의 조각마냥 찢어놓은 텍스트를 원문과 해석본 대조해가며 정리글 쓸 정도로 과몰입해 있었지만, 그리고 아마도 여기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아질 겁니다...

 

의도치 않게 요란한 탈덕글이 된 것 같은데.. 사람마다 마음을 비우고 정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도 딱히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어서 이런 글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내가 산 컨텐츠니 이 악물고 백업하면서 천천히 마음 다잡으려구요. 이 X끼들이 하필 허교수 생일 직전에 이딴 병크 터뜨린 거 생각하면 간헐적으로 분노가 치밀어오르긴 하는데 X발.......

 

문화 컨텐츠에 대놓고 정치 논리를 주입하는 공산독재국가의 소설, 애니, 게임 등 그 무엇도 다시는 소비할 생각이 없습니다. 현재로선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미래의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거니까, 언젠가 중국에도 민주화의 꽃이 피기를. 그리고 그 꽃이 가장 적은 피를 흘리고 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놀라고 상처 받은 마음 다들 잘 추스르시길 바라요.

각자 행복한 덕질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삭제할 예정입니다.

   

(2020.12.31 추가) 올해까지만 남겨둔 후 삭제 예정이었으나, 이전 정리글을 찾아 들어오시는 분들이 아직 계신 것 같아 안내 차원에서 한동안 이 글은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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