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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물13

감상/ 흰제비꽃 아가씨 흰제비꽃 아가씨 / 주가람★★★회귀물 클리셰와 제인 오스틴의 만남 “저에 대한 당신의 한 가지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만,레이디께서 내키지 않더라도부디 이를 너그럽게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래도록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평화의 시대. 변경백의 딸 소피아 고든은, 비록 혼인 적령기를 살짝 지났지만 그럭저럭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 대단하신 스펜서 공작가의 후계자, 에드먼드 스펜서와 약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약혼 4개월 만에 에드먼드에게 임신한 애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불명예스러운 파혼을 한 후 그녀에게 쏟아지는 조롱의 시선. 에드먼드의 애인이라던 여자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 범인으로 지목된 고든 백작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는 모든 것들에 절망할 새도 없이, 고용인이었던 자에게 겁탈당할 위기에서 도망치.. 2020. 12. 8.
감상/ 필드의 고인물 필드의 고인물 / 이블라인 ★★★☆ 브라질 국대를 응원하는 날이 올 줄이야 “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표지의 주인공이 브라질 국대 옷을 입고 있어서 당황하셨나요? 그렇다, 이것은 1화부터 주인공이 월드컵 우승을 위해 대한민국을 버리고 브라질로 귀화하는 이야기. 배신감 든다고? 그런데 이미 대한민국 국적으로 7번이나 시도를 했다면? 그 7번의 삶에서 모두 실패했다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따지 못하는 이상 이 끔찍한 무한회귀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8번째 삶에선 귀화 좀 할 수도 있지 않냐!!! (울먹 8번째 삶을 사는 중인 주인공 이용두는 현재 나이 128살(특: 중학생). 벌써 100년 넘게 축구만 한 이 축.. 2020. 11. 30.
감상/ 새 남편을 구합니다 새 남편을 구합니다 / 단해늘★★★★기만이 진심으로 변하는 순간 “나는 옆에 있을게.언제나 옆에 있는 건 자신 없지만,끝까지 옆에 있겠단 말은 자신 있어.” 상큼한 제목(!)과 밝은 기운을 뿜어내는 표지에 홀렸던 독자들은 소설 첫머리에서부터 충격을 받을지니. 네 이 작품은 여주가 빌어먹을 남편의 목을 뎅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새 남편을 구하려면 자고로 전 남편은 죽여야 하지 않겠어요?ㅋㅋㅋ 결혼한 지 한달만에 남편놈의 반역죄에 휘말려 죽게 생긴 리아트 프시키아.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차 살려달라 빌었던 기도라도 통한 것인지 누군지 모를 신이 나타나 ‘살려주는 대가로, 남은 수명의 반을 가져가겠다’는 불공정 계약을 맺게 되는데. 그렇게 끔찍하게 반복되는 회귀가 시작됐다. 도망칠 때마다 되풀이되는 죽음과.. 2020. 5. 3.
감상/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 서사희★★★★한편의 철학적인 낭만 동화 “모든 기억이 없어졌으면 했었다.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은 기억이었으면 했었다.그러나 모든 생을 다 가지고 살더라도,모든 생을 다 잃고 죽더라도.가지고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생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그게 이번 생이었으면 했다. ” ‘완벽한 이해’라는 것만큼 ‘오해’와 가까운 것이 있을까. 사람은 궁극적으로 모두가 서로에게 타자이며,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히는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오해와 무지의 영역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무지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일 테다. 감상문 초장부터 골 때리는 얘기했다고 도망가지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이 .. 2020. 3. 3.
감상/ 유월의 복숭아 유월의 복숭아 / 유폴히★★★★☆그 날 그녀는 복숭아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줄리앙, 있잖아요. 기억은 만들어져요. 알아요?기억은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는 거라고요.” 공작가의 아름다운 레이디와, 그 레이디를 찾아온 세 명의 구혼자가 있다. 한 명은 눈빛이 흐리멍덩한 부자, 한 명은 시를 외는 가난뱅이,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어쩐지 차갑고 무뚝뚝한 미남 공작님. 여기까지만 봐도 아 저 미남을 공작님을 택해야 하는군! 하고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의 주인공 레아도 알지만ㅋㅋ 문제는 이 공작님이 구혼자면서 구혼을 안 한다. 다른 두 명이 열렬히 구애할 동안 제 영지에서 가져온 복숭아를 깨끗이 씻어 손수 껍질을 까 먹여준 것 외엔 구혼은커녕 피해다니기만 하는 이상한 공작님. 이 작품의 키.. 2019. 10. 3.
감상/ 조연의 아홉 번째 시간 조연의 아홉 번째 시간 / 체사린★★★절대자 앞에선 모든 게 무력할 뿐 “내 모든 시간이결국 당신을 찾아 흘러가게 될 것임을.”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일단 이 소설의 무료 연재 당시 제목은 '그 고양이의 행방을 묻지 마세요'였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렇다, 이것은 조연 빙의물인 동시에 동물 빙의물! 이 소설 저 소설을 다니며 온갖 역할로 환생하는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9번째 인생에선 고양이에 빙의하게 되는데! 인생 아니고 묘생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고양이의 주인, 르웬이 이 소설의 악녀 같다는 것이다. 어딘가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는 르웬은 물건을 던지고 깨뜨리고 패악을 떨면서도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 '피앙'만은 매우 아끼는데… 여기서부터 뭔가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납니다.. 2019. 8. 15.
감상/ 악마는 레이디를 키운다 악마는 레이디를 키운다 / 이르★★★★다정한 거짓말쟁이들의 이야기 “이상해. 나는 왜 네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 육아물 냄새나는 제목은 잊읍시다 이건 어엿한 성인 남녀간의 긴장감 넘치는 텐션으로 가득 찬 이야기니까. 가문의 복수를 위해 이를 갈며 아득바득 살아온 주인공. 그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던 순간, 지금까지 곁을 지켜왔던 충직한 기사가 '사실 나 악마였음'하며 뒤통수 후려치는 걸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제목부터 거짓부렁이더니 아주 죄다 거짓말 투성이다. 복수를 위해 사랑을 속삭이는 위선자와, 사랑을 위해 독설을 퍼붓는 위악자의 거짓말 콜라보레이션이 지켜보는 독자 가슴 찢어지게 만드네요 커흑ㅠㅠㅠ 통수 맞고 시작하긴 하지만 일단 그래도 이 악마놈이 전생에서 망한 복수 현생에서 잘해보라고 회귀시.. 2019. 7. 2.
감상/ 메리지 B 메리지 B / 과앤★★★★★어떤 경우의 수에서도 결국 종착지는 하나 “보다 확실한 파멸을 고르기로 했다.혹시나 하는 희망이 피어올라다시금 심장을 헤집어놓는 일이 없기 위해서.행복해질 수 있다는 미련을 완전히 놓기 위해서.적어도 절망은 희망만큼 고요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일반적인 회귀물의 주인공이 복수와 행복을 위해 이전 생과는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면, 이 작품은 정반대다. 행복할 수 있는 선택지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가장 확실한 파멸'의 길을 택하는 주인공, 고요 루비엣. 첫사랑 테리오와의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자살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생에선 자신의 가문을 멸문시킬 남자, 안시 베텔기우스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 최악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다정한 남편인 안시 덕에.. 2018. 9. 8.
감상/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 산소비★★★그래 복수 잘 했으면 됐지 뭐 “가녀린 소녀의 목이 떨어진 것에모두가 기쁨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악에 관한 진중한 고찰도, 희열이 느껴지는 복수의 대서사시도, 치밀하고 개연성 있는 두뇌싸움도 기대해선 안 된다. 대신 혼자 예쁘고, 혼자 머리 좋고, 심지어 시간을 되돌리는 모래시계까지 손에 넣은 먼치킨 ‘악녀’ 여주인공이, 전생에서 자신을 괴롭힌 ‘진짜 악녀’에게 자신이 당한 그대로 철저하게 되갚아주는, 순도 100프로 사이다물을 원한다면 이 작품이 바로 그 작품. 매춘부였던 어머니가 백작과 결혼해 한순간에 백작가 양녀로 벼락출세하게 된 아리아. 그러나 백작의 친딸인 미엘르의 계략으로 인해 사치를 일삼는 악녀가 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비참하게 처형을 당한다. .. 2018. 8. 24.
감상/ 검을 든 꽃 검을 든 꽃 / 은소로★★★★★가장 아름답고, 눈물겹고, 완벽한 회귀 “누군가에게 매달리며 목 놓아 울고 싶었다.괴로웠다고, 끔찍한 시간들이었다고, 모두에게 미안하다고,그럼에도 사실은 이렇게,악마로 죽고 싶지는 않다고.” 단언컨대 은 가장 완벽한 회귀물입니다. 평범한 백작영애였던 에키네시아 로아즈가, 어느 날 갑자기 저택에서 발견된 마검에 물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한 나라 전체를, 그리고 자신을 마지막까지 믿어주었던 단 한 사람마저 죽이는 '악마'가 되어버린 비극. '그'의 믿음에 보답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에키네시아는 아주 오랜 시간 외로이 싸워야 했고, 결국 그녀의 손으로 기적을 쟁취해내는 것으로 이 거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의 농간도 아니고, 누군가가 베풀어 준 마법도 아.. 2018. 8. 10.
감상/ 깨진 유리 구두의 조각 깨진 유리 구두의 조각 / 열매★★★★☆추악하게 비틀린 동화, 악으로 악을 이기다 “모든 옛날 이야기가 그러하듯마음씨 착한 의붓동생은 황태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되고,그녀를 괴롭힌 나쁜 새엄마와 새언니는 비참한 여생을 보내며 모두의 뇌리에서 잊힌다.하지만 그 누구도 '왜 그들이 괴롭혔을까?'에 관해 물어보지 않지.그렇지 않니, 로에나?” 신데렐라의 언니가 비극적인 생애 끝에 회귀하여, 가식적인 신데렐라를 응징하고 복수하는 속 시원한 사이다물'만' 기대했다면 뒤로가기를 누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이 소설은 그런 이분법적 흑백구도를 취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단순히 악녀에게 복수하고 남주를 쟁취하는 내용도 아니고, 초반부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비틀린 이야기니까. 순진하고, 선의로 .. 2018. 8. 6.
감상/ 달려라 메일 달려라 메일 / 엘리아냥★★★☆왜 하필 '정원'인지 모르겠지만 재밌으니 되었다 “세상에는 황제 폐하를 뵙는 것보다새싹에 물 주는 것을 더 소중한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답니다.” '정원 덕후' 공작 영애 여주인공이 황제의 정원에서 정체모를 '정원 애호가' 남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꽃 피우고, 남주인공을 구하고, 나라까지 구한다는 덕업일치 이야기. 본래 이능 따위 없는 평범한 공작 영애였던 메일 폰 비제아트는 어느 날 '나라가 멸망하는 예지몽'을 꾸게 되고, 개꿈인지 예지몽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를 막기 위해, 제국의 황후 간택전 후보로 참석하는 제 나라 공주님의 보좌 역할로 제국에 따라가게 되는데. 정원 덕후답게 아름다운 정원에 홀려 안으로 들어서고, 거기서 마주친 정체불명의 남자. 이 남자가 누구인지 메.. 2018. 8. 6.
감상/ 마이 디어 아스터 마이 디어 아스터 / 한민트★★★★☆생각지도 못했던 ‘연적’에 마음이 아프다 “당신은 절 흔들고,무너뜨리고,하지 않을 결심을 하게 만들고,그리고 내버리시겠다는 말씀이로군요.” 제목은 이지만, 어쩌면 이것은 반대로 ‘아스터’가 써내려간 절절한 연서일지도. 작품 전체의 구도는, 한 딸의 ‘어머니’가 처녀시절로 회귀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과 첫사랑 남자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다. 흔치 않은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좋았다. 사랑스러운 그 딸을 다시 만나고 싶어, 설렘도 사랑도 없었던 남자와 다시 결혼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평생 마음 한켠에 고이 담아두었던 첫사랑을 이번 생에야말로 붙잡아볼 것인지.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어머니 리헨의 마음이 너무도 애틋하고.. 2018.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