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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검을 든 꽃

by 뀽' 2018. 8. 10.

  

검을 든 꽃  /  은소로

★★★★★

가장 아름답고, 눈물겹고, 완벽한 회귀

 

누군가에게 매달리며 목 놓아 울고 싶었다.

괴로웠다고, 끔찍한 시간들이었다고,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그럼에도 사실은 이렇게,

악마로 죽고 싶지는 않다고.

 

단언컨대 <검은 든 꽃>은 가장 완벽한 회귀물입니다. 


평범한 백작영애였던 에키네시아 로아즈가, 어느 날 갑자기 저택에서 발견된 마검에 물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한 나라 전체를, 그리고 자신을 마지막까지 믿어주었던 단 한 사람마저 죽이는 '악마'가 되어버린 비극. '그'의 믿음에 보답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에키네시아는 아주 오랜 시간 외로이 싸워야 했고, 결국 그녀의 손으로 기적을 쟁취해내는 것으로 이 거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의 농간도 아니고, 누군가가 베풀어 준 마법도 아니고, 알 수 없는 우연은 더더욱 아니었던, 그저 단 하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한 명의 인간이 모든 오욕과 죄책감의 세월을 견디며 이루어 낸 기적.


이렇게 보면 굉장히 장엄하고 무거워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하는 부류의 소설이 아닙니다ㅋㅋ 분명 무거운 서사가 들어있는데도 굉장히 유쾌하고 쉽게 스르르륵 읽힘, 작가님의 강약 템포 조절 정말 대다나다..ㅇㅁㅇ 


일단 여주인공 에키네시아가 그렇게 어두운 성격이 아님. 회귀 전의 기억 때문에 PTSD를 겪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밝고, 사랑스럽고, 다른 무엇보다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애가 검술만 쎈게 아니라 멘탈이 짱 쎄요, 하긴 그 정도 티타늄 멘탈 아니었다면 마검 각성시키지도 못해서 계속 살의의 지배를 받는 악마로 살았겠지..ㅠㅠ


그리고 이 사랑스럽고 씩씩한 아가씨의 운명의 짝이라 할 수 있는 남주인공 유리엔은 그야말로 성자의 얼굴을 한 새색시, 얼마나 조신한지 모릅니다ㅋㅋㅋㅋ 로판 남주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고 그 유형마다 취향을 타기 마련이지만 내보기에 유리엔은 취향 브레이커다. 니 취향이 뭔지 알게 뭐야 오늘부터 이게 니 취향이다 유형<<ㅋㅋㅋ 예쁜데 잘생겼고, 시인같은 분위기로 최강의 기사(에키보단 약하지만)인데다, 성검의 주인답게 정의롭지만 질투심에 치졸해지기도 하며, 수줍음을 그렇게 타면서도 매번 적극적이다!!! 아니 세상에 이런데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ㅋㅋㅋ


주인공 에키네시아와 유리엔 두 사람 뿐 아니라 에키의 친구인 앨리스, 창천기사단 부단장 바론, 그의 스콰이어 바라하, 기오사 오너인 테레사와, 회귀 전 아직은 준기사였던 디트리히 등 조연들도 한 명 한 명 캐릭성이 어마어마함. 그리고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이자, 주인공들 못지 않은 사랑을 받은 것은 바로 주인공들의 '검'인 마검 바르데르기오사(애칭, 발)와 성검 랑기오사(애칭, 랑) 아니겠습니까. 사실 이 작품에서 제 최애는 마검 발이지 말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내 최애가 사람이 아니라니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 성격이 있고, 말투도 있고, 가치관도 있는 이 검들은 제 주인에게 늘상 말을 걸고, 참견하고, 투닥거리는데ㅋㅋ 깨어나 있던 시간이 짧아 천진난만한 새끼 악마 같던 '발'이 무엇을 겪었고, 느꼈고, 생각했고,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모두 알게 되는 후반부엔 정말 감동받아 오열하게 됨 킇어어흐어ㅠㅠㅠ


주조연, 선역, 악역할 것 없이 골고루 뛰어난 캐릭터성과, 각각의 검에 대한 세밀한 설정들이 설정 그 자체로만 돋보이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의 거대한 서사 속에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 것이 이 소설의 대단한 점. 왜 사라졌던 마검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나타난 걸까. 그 장소는 왜 하필 로아즈 백작가였던 걸까. 또 왜 유리엔은 이미 없어진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인가. 모든 수수께끼가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성과 맞물려 풀리는 순간의 쾌감은 늘 짜릿해,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


뛰어난 구성의 로판은 결국 작품의 메인 플롯과 두 주인공의 로맨스 서사가 하나로 귀결되는데, <검을 든 꽃>도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인간의 숭고함과 밑바닥을 모두 보여주는 캐릭터성과, 로맨스·개그·판타지 각각의 재미가 있는 개별 에피소드,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중심 서사를 이루어내는 구성까지 그야말로 토탈 패키지 띵작. 이런 작품을 써주신 작가님 부디 평생 많이 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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