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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교룡의 주인

by 뀽' 2018. 8. 4.

교룡의 주인  /  은소로

★★★

모든 비극은 무지로부터 비롯된다

 

당신의 부재를, 견뎌 낼 자신이 없습니다. 

 

가슴이 조여올 정도로 아프고 먹먹하게 시작해서, 초조했다가, 분노했다가, 안도했다가, 종장에는 따스하게 끝나는 작품. 대부분 ‘서양풍’인 로판 웹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은 동양풍 로맨스 판타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극 정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먹먹한 아련함이 있다. ‘사랑한다'와 ‘연모한다'는 느낌이 다르니까. 

 

날 때부터 제물로 길러진 여주, 그런 여주의 이무기(=교룡)가 된 남주, 제물로 바쳐지는 순간 죽음뿐이므로 그로부터 도망치는 두 사람! 이라는 구조. 작품 대부분이 이 ‘도망치며’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것인데, 정말 보는 내내 두 사람 잡힐까봐 초조해서 손에 땀을 쥔다, 멘탈 너덜너덜해져서 죽을 뻔ㅋㅋㅋ 하지만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연인’이라는 내용이 다였다면 평점이 이렇게 높진 않았겠지. 그건 작가님이 그리고 있는 주제의 일부분일뿐. 이 모든 비극의 뒤에 어떤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는지 드러난 순간, 마음 깊이 안도하는 동시에 진심으로 죽고 싶은 양가 감정이 든다

 

심장에 여의주를 품고 태어나는 왕족. 그 중에서도 ‘마니’라는 이름의 희생제물로 길러진 서란. 이무기들은 기본적으로 여의주를 갈구하기 때문에, 장차 여의주를 빼앗길 마니인 서란은 이무기들 사이에서 외면 받고. 여의주에 관심 없는 비정상적인 이무기인 여울만이, 오로지 자유를 얻을 목적으로 서란을 주인으로 택한다. 얼핏 신파물 같아 보이는 초반의 이 설정들은, 뒤에 가서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복선이었다는 것이 드러남. ‘마니’의 의미가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 그간 진실이라 믿고 있던 모든 것이 함께 뒤집힌다

 

기승전결, 복선, 앞뒤 딱딱 들어맞는 스토리 전개도 모두 좋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매우 좋았음. 서란과 여울 두 주인공 뿐 아니라 자드락, 헤살, 느루, 천응(세자), 산, 온, 희나리.... 음, 야로는 일단 제낍니다^^ 야로 이 개X끼야 너는 진짜 내가 할 말이 많다. 원래 악역보다 더 싫은 게, 철없고 눈치없고 판단력도 없는 주제에 지 혼자 이상한 사명감에 불타올라 낄데 안 낄데 구분 못하는 우리편이잖아요?ㅋㅋ 할 수만 있었으면 작품 중간에 내가 들어가서 야로부터 처리하고 싶엇다 신이시여 제가 야로 죽이고 지옥가겠습니다.... 아 물론 야로가 싫단 얘기지 야로 캐릭의 캐릭터빌딩은 개쩔었음, 작가님 찬양ㅠㅠㅠㅠ

 

체념과 용기가 뒤섞인 묘한 여주인공 캐릭터인 서란과, 외롭고 또 외로웠을 남주인공 여울이.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자드락.. 아아 자드락ㅠㅠㅠㅠㅠㅠ 너무 강스포라서 뭐라 말도 못하겠고 아아 자드락아.. 행복하라는 말도 못하겠다, 그 말 자체가 자드락에겐 기만일 거 같아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자드락과, 아무 것도 몰라서 죄를 지었던 헤살을 떠올리면 눈물 밖에 안 납니다ㅠㅠㅠㅠ

 

무겁고 처연한 감정이 주를 이루는 작품인데다, 진실이 밝혀지는 소설의 절정 부분까지는 그 무거운 감정들이 극에 치닫는 전개다보니 정말 웃을 새가 없었는데. 문제는 1차 갈등 해결 후, 예상치 못한 캐릭 때문에 빵터진다. 할아버지ㅋㅋㅋㅋ 우리 주책 맞은 마파람 할아버지 사랑합니다ㅋㅋ 이 1차 갈등 해결된 후 작품 분위기가 좀 많이 급반전되는 느낌이 있긴 한데.. 그동안 너무 무거운 감정에 짓눌려 있었어서 그런가, 유쾌한 분위기로 돌입한 게 싫지 않았음ㅋㅋ 겁나 할 말 많아서 앞다투어 말하는 조상님들이랑, 그런 조상님들과의 전화연결 끊는 방법을 몰라서 정신없는 여울이 너무 귀여웤ㅋㅋㅋㅋ 

 

작가님의 다른 더 유명한 작품인 <검을 든 꽃>도 그렇지만, 은소로 작가님은 감당하기 힘든 비극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반대로 인간이 권력을 위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그려내는데 탁월하시다. 울고 싶을 때, 그렇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결국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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