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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마이 디어 아스터

by 뀽' 2018. 8. 4.

 

마이 디어 아스터  /  한민트

★★★★☆

생각지도 못했던 ‘연적’에 마음이 아프다


당신은 절 흔들고,

무너뜨리고,

하지 않을 결심을 하게 만들고,

그리고 내버리시겠다는 말씀이로군요.

 

제목은 <마이 디어 아스터>이지만, 어쩌면 이것은 반대로 ‘아스터’가 써내려간 절절한 연서일지도.


작품 전체의 구도는, 한 딸의 ‘어머니’가 처녀시절로 회귀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과 첫사랑 남자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다. 흔치 않은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좋았다. 사랑스러운 그 딸을 다시 만나고 싶어, 설렘도 사랑도 없었던 남자와 다시 결혼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평생 마음 한켠에 고이 담아두었던 첫사랑을 이번 생에야말로 붙잡아볼 것인지.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어머니 리헨의 마음이 너무도 애틋하고 절절해서 읽는 내내 속이 울렁거림. 그러면서도 모성애를 지나치게 신성시하거나 강요하는 느낌은 1도 주지 않는 게 신기하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그렇게 절절하니, 첫사랑인 슈데르멜 쪽은 덜 애틋한가하면 그것도 아님, 이쪽도 너무 절절합니다ㅠㅠㅠㅠ 그야말로 굉장한 삼각관계..!(심지어 한쪽은 현재시점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여주의 딸 - 여주 - 첫사랑 남주의 삼각관계뿐 아니라 남주 슈데르멜과 슈데르멜의 부모님 이야기에서도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라는 건 과연 어떤 것일까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주제가 잘 와닿는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리헨의 ‘전생의 남편’인 해들리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전 남편이 상종 못할 쓰레기였냐? 아니다. ‘첫사랑’에 ‘마법사’이기까지 한 슈데르멜과 달리, 해들리에겐 지극히도 현실적인 남편상이 투영되어 있다. 사랑도 설렘도 없는 무뚝뚝한 남자. 평균에서 다소 미달치인 능력. 그래도 책임감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정. 바람 피는 일은 없으나, 그 세계 그 시대의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르티잔과 자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건, 해들리는 악인이 아니다.


해들리의 이 끔찍할 정도로 지독한 현실성은, 아련하고도 환상적인 ‘첫사랑’ 슈데르멜과 극명하게 대비되는데, 두 남자가 이토록 대비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해들리가 악인이 아닌 이상 리헨이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좋았고, 그런 리헨을 슈데르멜이 사랑하고, 오해하고, 다시 붙잡는 일련의 과정도 먹먹하다.


장면 연출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좋았던 부분들이 있음. 특히나 초반부, 우산 없이도 빗속을 걸어가던 슈데르멜과 리헨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이때가 두 사람이 처음 말을 섞었던 때라 중후반부 사랑에 빠진 슈데르벨의 마법에 비해선 사소한 마법이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무엇보다 신비하고 따뜻한 순간이었음. 이러한 환상적인 장면들을 가능케하는 슈데르멜의 마법사 설정은 아련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이미지를 구현해내기 위함이었던듯ㅋㅋ 무엇보다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이 소설의 외전 완결까지 읽고 나서 부르짖게 되는 것은 아스터입니다. 아스터. 아스터. 나의 사랑하는 아스터ㅠㅠㅠㅠ 왜 때문에 소설 제목만 보고도 이렇게 오열하게 만드는 거지요ㅠㅠㅠㅠ 


그러나 이 훌륭한 작품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짧다. 많이 짧다. 얼마나 짧냐면, 보다가 헐 벌써 끝?! 하는 허무한 느낌이 뒷통수를 때린다는 것.. 연재화수 기준으로 100화가 넘는 소설들 보다가 외전 포함 75화 완결인 소설을 보니 드는 느낌이겠지만 정말로 짧긴 짧습니다 으으ㅠㅠㅠㅠㅠ 뭐 짧은 게 장점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ㅋㅋ 잔잔하고 아름답고 금방 읽을 수 있는 로판 힐링물을 찾는 사람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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