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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달려라 메일

by 뀽' 2018. 8. 6.

 

달려라 메일  /  엘리아냥

★★★☆

왜 하필 '정원'인지 모르겠지만 재밌으니 되었다


세상에는 황제 폐하를 뵙는 것보다

새싹에 물 주는 것을 

더 소중한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답니다.

 

'정원 덕후' 공작 영애 여주인공이 황제의 정원에서 정체모를 '정원 애호가' 남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꽃 피우고, 남주인공을 구하고, 나라까지 구한다는 덕업일치 이야기. 본래 이능 따위 없는 평범한 공작 영애였던 메일 폰 비제아트는 어느 날 '나라가 멸망하는 예지몽'을 꾸게 되고, 개꿈인지 예지몽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를 막기 위해, 제국의 황후 간택전 후보로 참석하는 제 나라 공주님의 보좌 역할로 제국에 따라가게 되는데. 정원 덕후답게 아름다운 정원에 홀려 안으로 들어서고, 거기서 마주친 정체불명의 남자. 이 남자가 누구인지 메일은 모르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냥 다 압니다.. 누구겠어! 누구겠냐고!ㅋㅋㅋㅋㅋ


러브라인은 상당히 고전적인, 하지만 그만큼 누구나 설레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남자의 정체를 모르는 여주, 그러나 지금까지 여성들의 적극적이고 과격한 애정공세에 시달려왔던 남주는 다짜고짜 여주도 의심하는데, 어느 로맨스물에서나 그렇듯 여주는 '관심 없으니까 착각말고 가던 길 가라' 하고. 역시나 어느 로맨스물에서나 그렇듯 남주는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없는 건 니가 처음이야' 하는 마음에 오히려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뻔한 클리셰지만 클리셰가 왜 클리셰겠습니까, 늘 먹히니까 클리셰지요ㅋㅋㅋㅋ


구국의 사명감과 아름다운 정원에만 관심 있는 귀족 아가씨와, 가면을 쓰고 변장한 황제가 아름다운 정원에서 만나 개그와 사랑을 키워나가는 메인 러브라인의 전개도 재미있고, 거기에 더해 '황제의 신부감 찾기'라는 메인 이벤트, 그 이벤트 뒤에 얽혀 있는 황제의 과거사와 이에 관련된 음모까지. 본편 120화가 군더더기 없이 꽉 채워져 빠르게 진행되니까 정신없이 읽게 된다. 머리 비우고 하하 웃다가 정신 차리면 시간 지나가 있는,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상큼한 소설.


정원에서 펼쳐지는 러브 스토리가 로맨틱 코미디답게 웃기면서도 설렌다. 일단 여주인공 메일이 엄청난 개그캐(...)이기 때문에 독자뿐 아니라 남주인공인 황제 로하이덴도 작품 초중반부까지는 거의 내내 허파에 바람 든 사람처럼 웃겨 죽으려고 함ㅋㅋ 하지만 초반의 유쾌했던 럽라는 점차 황제의 과거사가 풀리고, 메일이 이 '정원 애호가'의 정체를 눈치채면서 무거워지게 되는데.. 그래도 개그물로 명성이 자자하신 작가님답게, 여주와 조연들의 케미로 절대 개그코드는 놓지 않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초반부와 중후반부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약간 당황스러워 하는 독자층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진중할 땐 진중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후반부의 무거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음.


다만 아쉬웠던 건 여주와 남주의 캐릭터 및 그 둘의 러브라인 서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정원'이라는 소재가, 정작 황제의 과거사와 그 과거와 관련된 음모라는 이 소설의 메인 플롯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는 것. 정원은 그냥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키우고, 한동안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던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즉 초반부의 메인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에 얽힌 어떤 중요한 복선이나 떡밥, 이야기거리가 전무하다는 것. 당연히 후반부 갈수록 '정원'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여주가 정원 덕후이고 남주가 정원 애호가인데다 두 사람이 이런저런 식물 이야기를 하던 초반부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던 독자로서는, 황제의 과거사 관련 플롯이 나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긴 했어도 아쉬울 수밖에. 


하지만 사실 재미있으면 그게 다 무슨 상관입니까?ㅋㅋㅋ 아쉬운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작품은 재미있다. 주인공인 메일과 로하이덴 뿐 아니라 경국지색의 백치미 공주님 리엘라, 로하이덴의 상사병 때문에 옆에서 같이 일희일비하며 시달리는 반테르 등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음. 


그리고 작품의 종반부, 상상도 못했던 반전에 뒷통수가 얼얼해진다. 딱히 이에 관한 떡밥을 작가님이 작품 중간중간 뿌리신 건 아니었어서 전혀 예상을 못했기에 충격적이었고, 그럼에도 이에 관한 힌트가 알고보면 분명 작품의 극초반부에 이미 주어졌기에 와씨 그런 거였냐!!를 외치게 돼있어서 더 충격적이었음. (참고로 이 감상문에 이미 그 '힌트'가 무엇인지 적혀있다.)


취향에 따라 사람마다 평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보다 유명한 전작들보다 이 작품이 훨씬X100 재미있고 캐릭성과 작품 전체 플롯 구성, 그리고 문장력도 더 좋다고 느껴졌음.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점점 더 퀄리티가 높아지시는 작가님이라 차기작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리 비우고 마냥 웃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작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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