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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존재6

감상/ 단밤술래 단밤술래 / 채팔이 ★★★★★ 잡히기 위해 시작한, 긴긴 술래잡기 “ 백 년을 잠들어 있으면 그대를 다시 만날까.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기에 이리도 오랫동안 내게서 떠나있는 것인가. ”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단밤술래 외전 마지막장을 덮고 생각했습니다. 아. 채팔이랑 결혼해야겠다. 갓채팔 당신은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집착광공됨 작가님의 전작들이 캔버스를 덮는 화려하고 선명한 유화 그림이었다면 단밤술래는 얇은 화선지에 스미어 번져나가는 묵직한 먹을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먹이 기어이 가슴 속에 멍울을 만드네요……. 먼 옛날, 어두운 동굴 속. 어린 도깨비에게 사부는 술래잡기를 제안한다. 백까지 세고 자신을 찾아내면 방망이를 돌려주겠다고 사부는 약속했지만, 사부가 떠나고 .. 2021. 10. 24.
감상/ 버림받고 즐기는 소박한 독신의 삶 버림받고 즐기는 소박한 독신의 삶 / 박귀리 ★★★☆ 결혼까지 가는 길이 멀고 험해도 “ 나는 당신과 고작 연인 따위가 될 생각이 없거든. ”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로맨스 소설의 끝은 결혼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사람들이 흔하다 비웃는 그 해피 엔딩에 도달하기까지, 이토록 힘겨운 나날들이 가득할 줄은 몰랐다. 300화에 이르는 분량 동안 설렘과 실망, 절망과 환희를 오가는 대서사시 끝에 마침내 거머쥔 클리셰 엔딩은 퍽 감동적이다. 이걸 위해서.. 이걸 위해서...! (울먹 주인공 캐서린이 그지 같은 집안을 박차고 나오는 사이다 도입부를 읽을 때만 해도, 웬 수상한 저택을 매입했다가 지하실에서 수상한 미남과 마주쳤을 때만 해도, 이것들이 아닌 척 썸을 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 2021. 9. 14.
감상/ 어느 용을 위한 신화 어느 용을 위한 신화 / 서사희 ★★★☆ 운명 앞에 고상하게 굴복하는 이야기 “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 ‘사악한 용을 물리친 용사와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의 러브 스토리’라는, 누구나 아는 클리셰의 원형에 가까운 설정을 살짝만 비튼다면. 그래서 용사가 아니라 ‘사악한 용’과 사랑에 빠지는 공주의 이야기는 어떨까! 하는, 누가 봐도 맛있는 설정으로 시작한 소설ㅋㅋ 그리고 여기에 작가님 특유의 철학적인 질문과 주제들이 한 보따리 들어가,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씁쓸한 이데올로기 싸움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작품 되시겠다. 서두에 나오는 배경은 간단하다. 지하에 살던 사악한 붉은 용이 천년 만에 마계 문을 열고 인간 세상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은 이 용을 물리치는 자에게 왕위를 .. 2021. 6. 24.
감상/ 내게 복종하세요 내게 복종하세요 / 견우 ★★★★☆ 치 떨리게 아름다운 공포 “ 시체가 즐비한 눈밭 위에서 나타니엘은 가만히 그녀를 기다렸다. ” 집착, 피폐, 후회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소설더러 요즘 흔히 ‘맵다’고들 표현하는데, 그 모든 키워드의 극치를 찍고 있는 이 작품에는 왜인지 맵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분노나 슬픔, 억울함 등에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그걸 월등히 뛰어넘는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조차 모르겠어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공포가 끔찍하리만치 아름답게 표현된, 한 편의 탐미적 코즈믹 호러 로맨스물. 시작은 의외로 평범(?)하다. 애인이 따로 있는 왕세자와의 정략적 약혼 관계를, 오로지 백작가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버텨온 주인.. 2020. 12. 13.
감상/ 인간관찰일지 인간관찰일지 / 세람 ★★★ 인외의 사랑이 너무 무섭다 “ 좋아할 줄 알았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저 순수한 호의였다. ”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여기저기서 다친 마음을 힐링하기 위한 귀염뽀작물을 찾던 내 시야에, 세람님의 신작이 들어왔으니. 표지부터 귀여운데다, 전작에서 공포썰의 탈을 쓴 힐링물을 선사해주셨기에 바로 구매했는데요. 이것은 상상도 못한 애증피폐물이엇따 ㄴ(ㅇㅁㅇ)ㄱ !!! 캬 외계인공이라니 막 초능력 쓰는 우주 스케일 존잘과의 러브스토리를 볼 수 있는 것인가, 하며 흐흐 웃고 있던 제 대가리 속 꽃밭을 작가님은 사뿐히 즈려밟다못해 아주 불태워버리셨습니다.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이종족 간에는 그런 거 있을 수 없어! 제목 그대로, 외계인공이 애완용 인.. 2020. 11. 22.
감상/ 페퍼민트 로즈 페퍼민트 로즈 / 밤꾀꼬리 ★★★ 악마가 가장 숭고하게 느껴지는 기묘한 이야기 “ 지금의 그녀는, 전생과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 사실을 몇번이고 겪으면서도 도무지 모든 걸 포기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불렀다. ” ※ 주의: 주인공이 누구와 이어지는지 등, 작품의 중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악마술사인 주인공 칸나와 칸나를 따르는 악마 메피스토. 그리고 둘이 살고 있는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연쇄살인 용의자이자 칸나의 동료 배우인 미하엘. 이 세 사람(사람이 아닌 게 섞여있긴 하지만)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배후를 밝혀내고 그와중에 사랑도 하는, 오컬트 로맨스물!입니다. 신선한 소재와 작가님의 깔끔하고도 뛰어난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인데 별점.. 2019.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