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vel/Romance60

감상/ 혼자 걷는 새 혼자 걷는 새 / 서사희 ★★★☆ 잔잔하게 요동치는, 클래식한 후회남 서사 “ 스스로에 대한 모든 것을 배반하는 심정으로 항복하듯 인정하고야 말았다. 네가 아닌 답을 찾으려 방랑하던 그 길들은, 결국 모두 네게로 이어지고 있었다고. ” ※주의: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독한(좋은 의미) 철학적 물음들을 끊임없이 던지던 서사희 작가님이, 이번엔 정말 대중적인 테이스트의 후회물을 들고 돌아오셨다ㅋㅋ 행복하고 건강한 독자들을 쫓아다니며 존재론적 사유를 질문하는 철학자 같던 분위기는 쏙 빠졌음! 벼랑 끝에 내몰렸으나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 여원과, 완벽한 듯하나 어딘가 결여된 남자 이석의 이야기가, 정말 표지처럼 비 내리는 풍경에 잠식되듯 잔잔하고 먹먹하게 전개.. 2021. 11. 6.
감상/ 버림받고 즐기는 소박한 독신의 삶 버림받고 즐기는 소박한 독신의 삶 / 박귀리 ★★★☆ 결혼까지 가는 길이 멀고 험해도 “ 나는 당신과 고작 연인 따위가 될 생각이 없거든. ”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로맨스 소설의 끝은 결혼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사람들이 흔하다 비웃는 그 해피 엔딩에 도달하기까지, 이토록 힘겨운 나날들이 가득할 줄은 몰랐다. 300화에 이르는 분량 동안 설렘과 실망, 절망과 환희를 오가는 대서사시 끝에 마침내 거머쥔 클리셰 엔딩은 퍽 감동적이다. 이걸 위해서.. 이걸 위해서...! (울먹 주인공 캐서린이 그지 같은 집안을 박차고 나오는 사이다 도입부를 읽을 때만 해도, 웬 수상한 저택을 매입했다가 지하실에서 수상한 미남과 마주쳤을 때만 해도, 이것들이 아닌 척 썸을 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 2021. 9. 14.
감상/ 여름 별장의 주인 여름 별장의 주인 / 유폴히 ★★★☆ 현실적인 피폐와 동화적인 위로 “ 엉망이 된 것들을 가지고 나와 함께 살아요. ” ※주의: 스포일러라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눈 떠보니 남편이 사라졌다. 저택의 메인 홀에는 피가 흥건하다.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다름아닌 금슬 좋기로 유명했던 부인 샬롯.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소설을 써 공전의 히트를 친 유명 작가 샬롯더러 모두가 범인이라 손가락질 할 때, 6년 전 샬롯이 무참히 버렸던 첫사랑이 나타나 그녀를 변호하는데?! 살인, 치정, 불륜 등 온갖 MSG 요소로 가득할 것만 같은 작품소개이지만, 펼쳐보면 의외의 힐링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ㅋㅋ 왜냐하면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메세지는 복수나 치정싸움이 아니라 상처 받은 사람들이 그걸 .. 2021. 9. 11.
감상/ 어느 용을 위한 신화 어느 용을 위한 신화 / 서사희 ★★★☆ 운명 앞에 고상하게 굴복하는 이야기 “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 ‘사악한 용을 물리친 용사와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의 러브 스토리’라는, 누구나 아는 클리셰의 원형에 가까운 설정을 살짝만 비튼다면. 그래서 용사가 아니라 ‘사악한 용’과 사랑에 빠지는 공주의 이야기는 어떨까! 하는, 누가 봐도 맛있는 설정으로 시작한 소설ㅋㅋ 그리고 여기에 작가님 특유의 철학적인 질문과 주제들이 한 보따리 들어가,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씁쓸한 이데올로기 싸움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작품 되시겠다. 서두에 나오는 배경은 간단하다. 지하에 살던 사악한 붉은 용이 천년 만에 마계 문을 열고 인간 세상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은 이 용을 물리치는 자에게 왕위를 .. 2021. 6. 24.
감상/ 모든 게 착각이었다 모든 게 착각이었다 / 과앤 ★★★ 대화를 하자 얘들아 “ 바로 옆에서 십수 년을 있었는데도 나는 몰랐으나, 그는 끔찍한 지옥을 헤매는 중이었다. 나는 정말, 녹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 정말 내용이 제목 그대로라 읽으면서 으악! 으아아악! 하게 된다는 바로 그 작품을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뒤통수 방비 단단히 하고 읽었는데 앞통수(?)를 장렬하게 얻어맞을줄 누가 알았겠어요.. 반전과 스포일러가 감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예정이라면 스포는 절대 보지 말기를 권장. 발로즈 후작가의 차녀 두루아 발로즈는 탐스러운 붉은 머리칼에 고양이 같이 치켜올라간 눈꼬리를 가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악녀’의 외모를 하고 있다. 이 표독스러운 인상의 미인은 수많은 로판 주인공들이 으레 .. 2021. 6. 7.
감상/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 / 야식먹는중 ★★★☆ 선생님(?) 저 심장이 아파요 너무 귀여워서... “ 빌어먹을 맹수? 어제도 생각했는데, 그 말 조금 설레는 거 같아. 더 해 줘. ” 1년도 더 전에 추천받은 카카페 유명작인데 수인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쟁여두었다가 달달 힐링이 필요해서 슬그머니 까 봤더니 아니 세상에 제가 이걸 왜 여태 안 읽었죠 너무 귀엽다ㅠㅠㅠㅠ 이 소설 읽으면서 부순 아파트만 수백 채 될 듯……. 흑표범답게 느른섹시 연상미 넘치면서도 장난스런 또라이력 넘치는 남주와 아니 얘가 전연령에서 더티토크를 해요, 심장 뿌수게 귀여운 아기 토끼인데 쿵푸팬더 뺨치는 뒷발차기 실력자, 거기다 남자 몸 밝히는 음흉함(!)까지 갖춘 여주 조합이 가히 파괴적이다. 상큼한 소개글과는 달리, 여주가 .. 2021. 2. 8.
감상/ 제가 어딘가 빙의를 한 것 같은데요 제가 어딘가 빙의를 한 것 같은데요 / 달비초 ★★★ 로판 고인물용 상큼한 개그물 “ 한두 권을 읽었어야 이름을 기억하지, 백 권쯤 읽다 보면 외국 이름은 다 외국 이름이다. 아, 망할. ” 넘쳐나는 대(大)-빙의물 시대, 이제 이런 작품이 나올 때도 됐다! 너무 많은 로판(특히 빙의물)을 읽은 나머지, 빙의를 했는데 당췌 어느 작품에 빙의를 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ㅋㅋ 심지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른 빙의물 주인공들과는 달리 엄청난 기억력을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야 대신 백 권도 넘게 읽었다 보니 클리셰에는 통달해 있다! 북부대공이라고? 무뚝뚝한 흑발캐겠군. 정략결혼이요? 음, 그럼 선결혼 후연애네~ 대충 때려맞추며 어찌저찌 잘 해나가…는 듯 하더니, 매번 뒤통수다! 클리셰 범벅인 주제에.. 2020. 12. 19.
감상/ 내게 복종하세요 내게 복종하세요 / 견우 ★★★★☆ 치 떨리게 아름다운 공포 “ 시체가 즐비한 눈밭 위에서 나타니엘은 가만히 그녀를 기다렸다. ” 집착, 피폐, 후회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소설더러 요즘 흔히 ‘맵다’고들 표현하는데, 그 모든 키워드의 극치를 찍고 있는 이 작품에는 왜인지 맵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분노나 슬픔, 억울함 등에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그걸 월등히 뛰어넘는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조차 모르겠어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공포가 끔찍하리만치 아름답게 표현된, 한 편의 탐미적 코즈믹 호러 로맨스물. 시작은 의외로 평범(?)하다. 애인이 따로 있는 왕세자와의 정략적 약혼 관계를, 오로지 백작가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버텨온 주인.. 2020. 12. 13.
감상/ 흰제비꽃 아가씨 흰제비꽃 아가씨 / 주가람★★★회귀물 클리셰와 제인 오스틴의 만남 “저에 대한 당신의 한 가지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만,레이디께서 내키지 않더라도부디 이를 너그럽게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래도록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평화의 시대. 변경백의 딸 소피아 고든은, 비록 혼인 적령기를 살짝 지났지만 그럭저럭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 대단하신 스펜서 공작가의 후계자, 에드먼드 스펜서와 약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약혼 4개월 만에 에드먼드에게 임신한 애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불명예스러운 파혼을 한 후 그녀에게 쏟아지는 조롱의 시선. 에드먼드의 애인이라던 여자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 범인으로 지목된 고든 백작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는 모든 것들에 절망할 새도 없이, 고용인이었던 자에게 겁탈당할 위기에서 도망치.. 2020. 12. 8.
감상/ 제인과 존슨 저택의 비밀 제인과 존슨 저택의 비밀 / 산독기 ★★★★ 그 음습한 비밀, 제가 사랑합니다 “ 정말로 그녀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 ” ※ 주의: 강하게 취향을 타는 비도덕적 요소가 포함된 작품입니다. 1,500원이라는 가격(와! 싸다!), 4만자라는 분량(정말 짧다!), 그리고 로맨스 쪽에서 찾기 힘든 추리/미스터리/스릴러 키워드까지. 3~4시간 정도 생긴 여유시간 동안 후딱 읽을 것이 필요했던 사건물 처돌이 추리로판 러버는 완벽한 조건의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다만, 짧아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짧은 게 아쉬워져버렸다ㅠㅠ 고아원에서 자란 주인공, 제인은 자신을 길러주신 다정한 원장 수녀님의 수술비를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평범한 일을 해서는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 리.. 2020. 10. 26.
감상/ 악당의 누나는 오늘도 고통받고 악당의 누나는 오늘도 고통받고 / 엘리아냥★★★전연령용 싸패맛이 좋네요 “내가 말했었지.누님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뭘 해도 괜찮다고.그게 뭐든지 상관없다고.취소할게. 이건 안 돼. 내 옆을 떠나는 건 안 돼.” 위드그린 공작 가문의 아름다운 첫째딸 리디아. 사실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환생녀인데다 제가 입양아라는 어마무시한 출생의 비밀까지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걱정 없는 유년 시절을 보낸다. 남동생 에시도 비록 생명의 소중함은 몰라도 가족의 소중함(?)은 아는 녀석이었으니. 유독 누나를 잘 따르는 이 잘생긴 남동생과 우애 좋게 지내던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세계에 관해 쓰인 소설을 발견하고야 만다. 아니, 부모님이 곧 돌아가셔? 내 동생은 싸이코패스 악당이라.. 2020. 10. 21.
감상/ 황제의 애인이 살해당했다 황제의 애인이 살해당했다 / 하일라 ★★★★ 고래들 물밑 싸움에 새우 죽어나가네 “ 미치겠네. 저들 중 하나가 범인이라고 하면 너무 큰일에 발을 담근 셈이 되는데. ” 수도 경무부 수사관으로 근무 중인 나스 모에튼. 명색이 자작가 출신이지만, 결혼하라는 집안 압박을 무시하고 황궁의가 되겠다며 상경한 그녀는 우아한 귀족보다는 어째 초췌한 21세기 샐러리맨의 모습에 가깝다. 아카데미 의학부 시절 교수의 실수를 지적했다가 찍히는 바람에 황궁의 면접에서 매번 탈락하는 더러운 현실이지만, 그에 굴복 않고 경무부 취직으로 방향 전환. 4년 간 죽어라 모은 봉급으로 마침내 수도에 자가 마련까지 하는데! 장하다! 이제 좀 숨통 트이나 싶었던 이 서민(?) 수사관 앞에 갑자기 할당된 대형 사건. 황제의 애인이 살해당했단.. 2020. 10. 10.
감상/ 조연도 나름 힘들다 조연도 나름 힘들다 / 하일라★★★☆연애하고 일하고 나라도 구하느라 바쁘다 바뻐 “여기까지 와서 들러리 향단이라니, 사양할게요.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최초의 여성 재무 대신이 되어 주지.” 악녀 빙의, 엑스트라 빙의, 시한부 빙의, 동물 빙의… 빙의란 빙의는 이제 모두 섭렵했다구요? 그렇다면 친구와 동시에 빙의하는 건 어떨까!ㅋㅋ 친구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눈 떠보니 이세계의 백작 영애가 되어 있는 주인공. 로판 짬밥이 있던지라 아 그럼 이제부터 왕자라도 꼬시는 건가?! 하며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는 공작 영애로 빙의한 상태였다. 지위로 보나 외모로 보나 누가 봐도 저쪽이 ‘진짜 주인공’인 상황. 본래 살던 세계에서도 ‘춘향이와 향단이’나 다름없던 관계 때문에 상처 받았던 그.. 2020. 10. 3.
감상/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 틸다킴★★★☆지친 이들을 위한 다정 야릇 힐링물 “이게 제 인생을 망치는 일이더라도,제 의지로 망칠 수 있게 내버려두세요.” 이 피폐 저 피폐, 갖가지 피폐에 지쳐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하던 시절, 어느 다정하신 분의 추천을 받고 읽게 된 힐링물. 잔잔하고 따뜻한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님이신지라 고민 않고 시작했는데, 정말 밀려드는 설탕의 홍수 속에 아아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절규하고 머리깨고 오열하는 것에 지친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주인공 강이재는 부모에게 버려지고 보육원에서 학대를 받다, 신기가 있는 게 밝혀져 용한 무당 밑에 들어가 자란 그야말로 박복한 인생이다. 죽어서도 편할 팔자가 아니었는지 전혀 모르는 세계에서 헤일리 던컨이라는 공작 영애의.. 2020. 9. 16.
감상/ 앵화연담 앵화연담 / 어도담★★★☆어리석은 아버지들의 이야기 “참으로 치기 어린 충절이었다.” ※주의: 결말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설레면서도 애절한 동양풍 로맨스를 찾던 사람이라면 번지수 제대로 찾아오셨다. 계모에게 죽지 않기 위해 변방으로 도망친 공주님과, 얼떨결에 그 공주님 떠맡은 몰락 귀족가 장남의 러브 스토리..인데, 이건 뭐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도 아니고 가난한 남주에겐 먹여살려야 할 어린 동생이 여섯이나 있는 상황ㅋㅋ 비록 돈 맛도 권력 맛도 없는 환경이지만, 외로웠던 공주님이 남주의 따뜻한 가족 사이에 녹아들면서 두 남녀 간의 연정이 싹트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게 다가 아니고 시작인 거냐구요? 네, ‘시작’입니다ㅋㅋ 남주에게 비엔나 소시지마냥 줄줄이 딸린 동생들이 혹시 공주님.. 2020. 8. 13.
감상/ 어릿광대의 동화 어릿광대의 동화 / 네르비 ★★★☆ 포장 따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잔혹동화 “ 복수는 허무하다고? 다 개소리.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데 말도 안 되지. ” 어쩐지 처연미가 느껴지는 제목을 보고 아름다운 비극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그대로 백스텝합시다. ‘잔혹동화’가 어떤 건지 한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감이 올까, 이건 단순한 ‘동화 클리셰 비틀기’ 정도에서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구두를 신기 위해 발가락을 자르고, 출세를 위해 배 속의 아이를 바치고, 시체를 감추기 위해 인육을 먹는 이곳이 바로 잔혹동화 세상...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은 사전경고문구가 필요하다 초대장을 받은 이들을 위해서만 열리는 수상한 놀이공원. 우연히 초대장을 손에 넣은 주인공 강연두는 광대의 안내를 받아 ‘인형의 집’을 구경하러.. 2020. 5. 26.
감상/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 이보라★★★★☆가난한 마음에 사랑을 알려주기 위하여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아도 사랑해 주겠다는 걸알려 볼 생각이었다.”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을까. 시댁의 물싸대기를 극복하고 재벌과 결혼한 서민은 그 후로 괜찮았을까. 사실 우리 모두 동화 같은 해피엔딩 따위 현실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른들도 그러시지 않는가, 너무 기우는 결혼은 하는 거 아니라고. 거기엔 속물적인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이유식으로 캐비아를 먹던 귀하신 공주님과, 길거리 도넛을 사먹는 이방인 혼혈 사생아가 과연 오해 없이 온전한 소통을 하는 게 가능할까? 신데렐라가 귀족이었다는 건 잠시 잊자 신분 차이 나는.. 2020. 5. 20.
감상/ 새 남편을 구합니다 새 남편을 구합니다 / 단해늘★★★★기만이 진심으로 변하는 순간 “나는 옆에 있을게.언제나 옆에 있는 건 자신 없지만,끝까지 옆에 있겠단 말은 자신 있어.” 상큼한 제목(!)과 밝은 기운을 뿜어내는 표지에 홀렸던 독자들은 소설 첫머리에서부터 충격을 받을지니. 네 이 작품은 여주가 빌어먹을 남편의 목을 뎅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새 남편을 구하려면 자고로 전 남편은 죽여야 하지 않겠어요?ㅋㅋㅋ 결혼한 지 한달만에 남편놈의 반역죄에 휘말려 죽게 생긴 리아트 프시키아.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차 살려달라 빌었던 기도라도 통한 것인지 누군지 모를 신이 나타나 ‘살려주는 대가로, 남은 수명의 반을 가져가겠다’는 불공정 계약을 맺게 되는데. 그렇게 끔찍하게 반복되는 회귀가 시작됐다. 도망칠 때마다 되풀이되는 죽음과.. 2020. 5. 3.
감상/ 고리대금업자의 프라이버시 고리대금업자의 프라이버시 / 라노브★★★★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점 1파운드의 의미 “나에게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아직 당신이 내게 실망할 일들이많이 남아 있으니까.” 제목을 보곤 초등학생 때 읽었던 이 생각나는군 껄껄 하다가 프롤로그서부터 약간 당황했다. 아니 정말로 모티프잖아?!ㅋㅋ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손힐 백작은, 악마라는 별칭까지 붙은 지독한 고리대금업자에게 거금을 꾸게 되는데요.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할 시 치러야 하는 대가는 다름아닌 아들의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점 1파운드다. 차라리 내 심장을 담보로 걸라는 부성애돋는 백작과, 그런 백작을 비웃는 잔악무도한 절세미남 고리대금업자씨를 보며 음, 잘생긴 편 내 편 하고 있던 로판독자의 감은 백작의 사생아 딸.. 2020. 4. 21.
감상/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 서사희★★★★한편의 철학적인 낭만 동화 “모든 기억이 없어졌으면 했었다.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은 기억이었으면 했었다.그러나 모든 생을 다 가지고 살더라도,모든 생을 다 잃고 죽더라도.가지고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생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그게 이번 생이었으면 했다. ” ‘완벽한 이해’라는 것만큼 ‘오해’와 가까운 것이 있을까. 사람은 궁극적으로 모두가 서로에게 타자이며,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히는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오해와 무지의 영역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무지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일 테다. 감상문 초장부터 골 때리는 얘기했다고 도망가지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이 .. 2020.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