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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

by 뀽' 2021. 2. 8.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  /  야식먹는중

★★★☆

선생님(?) 저 심장이 아파요 너무 귀여워서...

 

빌어먹을 맹수? 어제도 생각했는데,

그 말 조금 설레는 거 같아.

더 해 줘.

 

1년도 더 전에 추천받은 카카페 유명작인데 수인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쟁여두었다가 달달 힐링이 필요해서 슬그머니 까 봤더니 아니 세상에 제가 이걸 왜 여태 안 읽었죠 너무 귀엽다ㅠㅠㅠㅠ 이 소설 읽으면서 부순 아파트만 수백 채 될 듯……. 흑표범답게 느른섹시 연상미 넘치면서도 장난스런 또라이력 넘치는 남주아니 얘가 전연령에서 더티토크를 해요, 심장 뿌수게 귀여운 아기 토끼인데 쿵푸팬더 뺨치는 뒷발차기 실력자, 거기다 남자 몸 밝히는 음흉함(!)까지 갖춘 여주 조합이 가히 파괴적이다.

 

상큼한 소개글과는 달리, 여주가 토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첫머리는 꽤 서글픕니다.. 서너살이면 인간화에 성공하는 다른 수인들과 달리 20년 동안이나 인간화를 하지 못한 아기 토끼 비비ㅠㅠ 저주를 받은 게 틀림없다는 사제의 말에, 비정한 귀족 토끼 가문은 그녀를 흑표범 영토에 버렸다. 차마 직접 죽이진 못하겠으니 지나가던 흑표범에게 물려죽으란 의도였겠으나 어라, 흑표범 가문의 후계자 아힌은 겁에 질려 우는 비비를 보곤 무슨 이유에서인지 즐거워하며 그녀를 집에 주워가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흑표범과 아기 토끼의 살벌한 동거 생존 로코ㅋㅋ

 

감상문 서두만 봐도 알겠지만 초반부의 여주는 표지와 달리 당연히 인간 모습이 아니다! 이게 호불호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니 말 못하는 토끼가 솜뭉치 같은 몸으로 손짓 발짓 의사소통을 하다가도, 빡치면 흉포해져서 책을 갈기갈기 찢는 카리스마까지 있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어요! 소동물 여주 설정은 독자들에게 어때 귀엽지? 귀엽지? 하는 노림수가 느껴져서 자칫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다 왜냐면 진.짜. 귀.엽.기. 때.문.에.^^(진지) 

 

이처럼 캐조형이 독자들에게 익숙한 정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적절한 변주가 이루어짐. 깜찍한 토끼는 미남의 가슴을 보며 코쓱하는 음흉함을 갖췄고, 느른한 또라이 흑표범은 그런 토끼를 변태로 팩폭 매도하며 가증을 떨면서도 의외로 성실하고 다정하다. 두 주인공의 매력이 백점 만점에 오억점 정도 되는데,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흐뭇한 초반을 지나, 각자의 과거사가 현재 벌어지는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감정선이 깊어지는 중반부 들어서면 눈물마저 남ㅠㅠ 

 

아힌이 비비를 주워서 흑표범의 저택에 데려 온 이유, 그리고 비비가 20년 동안이나 인간화를 하지 못했던 원인 등 초반부에 던져졌던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이, 각 종족을 둘러싼 온갖 스펙타클한 사건─페로몬 폭주, 납치, 암살 의뢰 등─을 겪어나가며 하나하나 풀리는 과정도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사실 페로몬 설정 자체는 개인적으로 불호에 가까운데 작가님이 완급 조절을 능숙하게 하시기 때문에 과할 수 있는 설정들도 이야기 속에 스무스하게 녹아드는 느낌.

 

다만 두 사람의 비극적 과거사와 이들을 둘러싼 음해 세력을 물리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도 스케일 있게 진행된 것에 비해 상당히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 끝! 되어버리고, 후반부는 초식계 수인인 비비가 맹수계 수인에 대해 본능적으로 느끼는 공포를 극복하는 내면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개인적으론 아쉬웠다. 나는 두 주인공이 외부갈등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서사를 좋아하는데, 이 소설의 후반부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보니……. 후반부는 사건물보단 감정물에 가까워서 내 취향에선 다소 빗겨나갔음.

 

감정물이라 해도 두 주인공에게 완벽히 초점이 맞춰졌다면 좋았을 텐데, 감정선은 원앤온리임에도 서브남 분량이 상당한 데다 역하렘 부둥물 분위기가 있어서 그게 나랑 안 맞았던 걸지도. 거기다 서브남캐가 철없는 자기연민 도취 스타일(극불호)이라 나올 때마다 서터레스 받앗어요……. 얘 하나 때문에 취향별점 한개 통째로 깎임 하지만 그럼에도 두 주인공의 매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후반부도 재밌게 읽었다ㅋㅋ 특히 아힌은 지금까지 읽은 로판 남주 중 손에 꼽게 좋은, 능글+다정+섹시+성실 종합캐 8ㅁ8!!!

 

아무튼, 수인(+페로몬)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읽는 걸 미뤘던 것이 후회됐을 정도로 푹 빠져들어서 읽었다. 역시 유명작은 다 이유가 있네요ㅋㅋㅋ 특히 캐릭성이 강점인 작품이기 때문에 오 주인공들 키워드가 나랑 좀 맞는데? 싶으면 이백퍼센트 재밌을 테니 추천추천. 이런 사랑스러운 소설 간만에 봐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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