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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모든 게 착각이었다

by 뀽' 2021. 6. 7.

모든 게 착각이었다  /  과앤

★★★

대화를 하자 얘들아

 

바로 옆에서 십수 년을 있었는데도 나는 몰랐으나,

그는 끔찍한 지옥을 헤매는 중이었다.

나는 정말, 녹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내용이 제목 그대로라 읽으면서 으악! 으아아악! 하게 된다는 바로 그 작품을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뒤통수 방비 단단히 하고 읽었는데 앞통수(?)를 장렬하게 얻어맞을줄 누가 알았겠어요.. 반전과 스포일러가 감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예정이라면 스포는 절대 보지 말기를 권장. 

 

발로즈 후작가의 차녀 두루아 발로즈는 탐스러운 붉은 머리칼에 고양이 같이 치켜올라간 눈꼬리를 가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악녀’의 외모를 하고 있다. 이 표독스러운 인상의 미인은 수많은 로판 주인공들이 으레 그래왔듯 자신이 빙의자임을 깨닫고선 끔살 엔딩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수를 쓰는데! 다행히 어렸을 때 빙의 사실을 자각한 터라 시간은 아직 많다. 훗날 자신을 죽이게 되는 남주와 일찍부터 소꿉친구로 지내며 그를 잘 구워삶을 예정이었던 두루아. 하지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남주의 이름(에드)과 그의 실제 이름(녹턴 에드가)이 살짝 다른 것이 마음에 걸리는데…….

 

이 정도 힌트를 줬으면 독자는 눈치 챌 수 있죠, 아 녹턴은 사실 원작 남주가 아니겠군ㅋㅋ 하지만 두루아가 거절하기엔 의심하기엔 너무 완벽한 외모였다. 흑발 미남 공작이라니 이건 뭐 뒤구르기하면서 봐도 남주잖아요. 그런데 녹턴 이놈이 로판남주답게 ‘혐성’도 빠짐없이 갖추고 계셔서ㅋㅋ 친해지려고 다가온 두루아를 갖가지 방식으로 괴롭히는 녹턴을 보며 초반부는 ‘아니 이 쉽새끼가…’하며 이를 꽉 깨물게 됨.

 

하지만 녹턴 시점이 의외로 일찍, 그리고 자주 나오기 때문에 녹턴이 두루아를 괴롭히는 이유가 뭔지 독자는 금방 알 수 있다. 즉, ‘개새끼인 줄 알았던 남주가 알고 보니 헌신남’이라는 클리셰 반전 요소는 의외로 이 작품이 숨기려 하는 비밀이 아님 0ㅁ0!!! 남주인 녹턴이 쥐고 있는 비밀은 작품 전체로 따지면 초반부인 1권 후반 즈음에 다 나와요, 왜냐하면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거든..ㅋ 이 작품의 메인 서사와 반전은 녹턴에 대한 두루아의 착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다만 독자가 일찍부터 녹턴의 비밀을 알고 그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녹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두루아와 다 알고 있는 독자 간의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답답함이 꽤 오랜 시간 지속됨. 독자는 진범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는데 두루아를 포함한 작중 거의 모든 인물들이 애꿎은 녹턴만 의심하며 그를 몰아세우는 상황이 반복된다ㅠㅠ 물론 녹턴의 업보가 없는 건 아니고, 진실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녹턴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이해하는데...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녹턴 죄없어 이놈들아!!!!! 8ㅁ8

 

특히 녹턴에 대한 두루아의 원망과 의심이 극에 달하는 2권 초중반은 피로도가 상당했음. 아무리 녹턴이 원망스럽다 해도 이건 좀 지나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일을 녹턴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기분도 드는데, 그 정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무렵 충격적인 반전이 터진다. 나름 웹소 짬밥 5년차 고인물꼰대인데도 제대로 ‘당했다’는 기분이 든 반전이었음...ㅋ..ㅋㅋ 작가님…… 저를 속이면서… 즐거우셨나요……? (초췌

 

등장인물들 간 엇갈리던 말들과 쎄한 기분이 들던 몇몇 표현, 비이성적일 정도로 녹턴을 원망하던 두루아의 감정선 등이 모두 이 반전 하나로 해결될 정도로 카타르시스가 굉장하다. 다만 그 전까지는 녹턴을 이해하는 만큼 두루아에게 이입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라 몰입하려다가도 방지턱에 걸리는 기분이 들고, 반전이 밝혀진 후에도 두사람이 정말 죽도록 대화를 안 해서ㅋㅋㅋㅋ [나한테 설명 좀 해, 믿을지 말지는 내 선택이지만] 하는 두루아와, [어차피 믿어주지도 않을 테니 말 안 할래] 하는 녹턴이라 보는 독자는 미쳐 돌아버릴 지경ㅋㅋㅋ 

 

하지만 작가님 특유의 티키타카 대화와 섹텐 가득한 스킨십 장면은 역시나 제 취향저격이었습니다. 서로 말꼬리 잡고 싸우는 게 미묘하게 현실감 들면서도 사랑에 서툰 어린 커플 같아 귀여워서 좋았고, 전연령 칼같이 지키는 와중에도 이런 텐션, 이런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스킨십 장면들이라니 작가님은... 빛이다...(기립박수) 눈치 빠른 지략캐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착각 속에 빠져 헛발질하는 등장인물들의 매력도가 개인적으로 좀 떨어지긴 했지만 반전‘당했다’는 쾌감이 짜릿해서 좋았음ㅋㅋ 제목값 톡톡히 하는 반전물 보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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