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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toryline

[검은방2] 제1장, 제2장 수혁수연

by 뀽' 2019. 1. 5.

- <밀실탈출 검은방 2> 스크립트 중 강수혁 x 양수연 관련 스크립트 일부만 기록한 게시물입니다.

- 당연히 ※스포주의※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빼앗아 가진 행복에 

가증스럽게 띠던 웃음을.

맹세했다.

절망의 바닥에서

몸부림치게 해주겠노라고.

그래, 너희들은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





제 1 장 

 감금 



#

서준용: 전화도 지갑도 없어졌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장혜진: 진정해요! 모두 같은 상황이잖아!


날카로운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


강수혁: 수연아, 다친 데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었다. 소리치던 남자가 달려가 세차게 문을 두드렸다. 반응은 없었다. 남자가 절규하며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서준용: ..잠겼어!! 갇힌 거야? 정말로..!?

강수혁: ..일단 나갈 방법을 찾아봅시다. 


수혁씨가 방을 살피며 앞장섰다. 


장혜진: 저기, 저건 뭐죠?


짧은 머리 여자가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테이블 위의 물건을 집어들었다.


강수혁: 이건… PDA 같은데? 이게 왜 이런 곳에? 전원이 들어오는데? 전화 기능도 있는 것 같아.


모두 기대를 품고 다가왔다. 


강수혁: …발신 불가능 상태야. GPS도 잡히지 않아. 맵도 현재 위치한 층 밖에 볼 수 없어..!


그는 PDA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강수혁: 이래선 쓸모가 없어!


수혁씨의 옆으로 가 PDA를 다시 집었다.


양수연: 단정하긴 일러요. 지금 길잡이가 될 만한 건 이것 뿐인지도….


PDA를 재부팅하고 조작법을 확인했다. 


* 인물 프로필 입수

 

양수연: 여 / 24세 / 166cm / 대학생

  휘말림   차분한 이미지의 여성. 남자친구인 강수혁과의 1주년 기념 여행을 떠나려던 중 납치되어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강수혁: 남 / 27세 / 182cm / 회사원

  연인   양수연의 남자친구. 훤칠한 키에 번듯한 외모를 가졌다. 1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을 떠나려던 중 이곳으로 끌려왔다고 한다.


  

#

두꺼운 창 밖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수혁씨는 창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양수연: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창문을 두들겨 보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강수혁: 엄청난 두께에다 틈새도 없어. 열리지 않는 창문인가 보군. 게다가 여기, 생각보다 높은데다 주변이 온통 물이야. 

양수연: 그럼… 여긴 혹시 같은 곳일까요?

강수혁: …그럴지도.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강수혁: 어쨌든, 여기서 탈출을 시도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야.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몇몇이 밖을 내다보았지만 절대 나갈 수 없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

테이블 위에 동전이 놓여 있다. 변색되어 얼마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장혜진: …저기요.


동전을 살피고 있는 수혁씨에게 짧은 머리의 여자가 말을 걸었다. 


강수혁: …네?

장혜진: 무슨 영문으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우리끼리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어때요?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자 저쪽에서 눈치만 보던 남자도 나섰다. 


서준용: 그, 그래요. 서로 돕기 위해서라도 이름 정도는 아는 게….


말없이 바라보던 수혁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인물 프로필 입수

 

서준용: 남 / 21세 / 164cm / 삼수생 

  삼수생   세번째로 입시를 준비중인 남성. 학구적인 겉모습에 비해 실 성적은 따르지 않았던 듯 하다.

 

장혜진: 여 / 22세 / 158cm / 휴학생

  휴학생   아담한 체구에 약간 치켜올라간 눈과 쏘아붙이는 말투를 지닌 여성. 휴학중이라고 한다. 앙칼진 고양이와 같은 이미지.



준용씨가 자판기 앞에 섰다. 


장혜진: 왜, 음료수라도 뽑아 먹고 싶어?

 

연하인 걸 안 뒤부터 혜진씨는 준용씨에게 줄곧 반말이다. 


서준용: 그런데 아니라..! 아까 동전을 주웠잖아요? 그걸 여기 넣어보자는 겁니다!

강수혁: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소릴..!

양수연: 잠깐, 준용씨 이야기가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동전을 가진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어요. 한 번 해 보는 게 어때요?

강수혁: …수연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해 보는 거야 나쁘진 않지.


다른 대우에 발끈하는 준용씨를 무시하고, 수혁씨가 동전을 자판기에 집어넣었다.




#

강수혁: 이 밸브를.. 저 구멍에?


수혁씨는 밸브를 든 손을 길게 뻗어 파이프로 가져갔다. 


장혜진: 와! 역시 키가 크니까 저런 게 되네.

서준용: 저런 거 말고는 쓸모 없는 거라고요. 좁은 통로 같은 데서는 오히려 우리처럼 작은 사람들이 유리하지….

장혜진: …우리? 은근슬쩍 한묶음으로 만들지 말라고! 누가 너랑…. 

서준용: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다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강수혁: 밸브가 구멍에 딱 맞는군. 원래 여기가 제 자리였나. 


수혁씨가 둘의 말을 자르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양수연: 수혁씨 이제 밸브를 잠가봐요. 


그는 다시 팔을 뻗어 밸브를 돌렸다. 


서준용: 가스가 잠겼어!

장혜진: 다행이다. 



#

얇은 철판을 환풍구의 나사에 가져갔다. 하지만 그것으로 나사를 풀기는 쉽지 않았다. 


강수혁: 낯선 일인데다 힘까지 필요해서 그래. 이리 주면 내가 하지. 


수혁씨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서준용: 자, 잠깐만요.


준용씨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서준용: 이, 이런 건 제게 맡겨 보세요.

양수연: 준용씨, 부탁해요.


얇은 철판을 준용씨에게 건넸다. 


서준용: 뭐, 맡겨주세요.


준용씨는 얇은 철판을 들고 잠시 힘을 주나 싶더니, 그냥 바로 나사에 가져갔다. 


장혜진: 방금 철판 굽히려다 포기한 거 아냐?

강수혁: 무리하지 말고 내게 맡기는 게 어때요.

서준용: 지, 지금 하고 있잖아요! 기다려봐요.


준용씨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환풍구를 떼어낼 수 있었다.


서준용: 이거 봐요. 나도 할 수 있다고!


준용씨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눈치였다. 


서준용 프로필 입수

 

 열등감   잘 하지 못하는 일에도 나서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강수혁에게 지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

강수혁: 손도 발도 뻗어봤지만 무리야. 좁은 통로라 몸을 더 들일 수가 없으니….

서준용: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준용씨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서준용: 혜진씨 정도의 몸집이면 이 안으로 어느 정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 그녀를 돌아보았다.


장혜진: 나, 나보고 들어가라고!? 무슨 헛소리야. 다른 방법을 찾아봐!!


혜진씨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장혜진: 분!명!히! 싫다고 말했어요!


혜진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장혜진: 수연씨가 들어가면 되잖아요!

서준용: 어림잡아 봐도 키 차이가 심해요. 역시 혜진씨 밖엔….

장혜진: 저 안에 있는 게 꼭 도움이 될 물건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워!

양수연: 혜진씨…. 


이대로라면 그녀의 협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강수혁: 혜진씨. 


수혁씨가 나직하게 혜진씨의 이름을 불렀다.


강수혁: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말로 할 때 들어가는 게 좋을 텐데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얼음 칼날처럼 차고 날카로운 어조다.


장혜진: 그, 그렇게까지 말 안해도…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구멍으로 몸을 기울였다. 준용씨가 가만히 수혁씨의 눈치를 살핀다.


강수혁: …….


석상처럼 무표정한 그 앞에서, 나 역시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었다. 


강수혁 프로필 입수

 

 얼음칼날   장혜진에게 환기통 안에 들어갈 것을 종용했다. 그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열쇠는 철문의 구멍에 딱 맞았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PDA가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진동했다.


장혜진: 무,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황급히 PDA를 꺼냈다.


양수연: ..전화가 와 있어요..!


순간, 공기가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강수혁: ……수연아. 


수혁씨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PDA를 넘겼다. 


강수혁: …뭐하는 놈이냐. 

???: 글쎄. 네가 알만한 사람은 아니라고만 해두지. 


스피커폰에서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거친 변조음이 흘러나왔다. 


강수혁: 당장 이 장난을 끝내!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런 짓을..!

???: 알기 때문에 모셔온 거야, 강수혁씨. 당신의 가냘픈 여자친구도 함께 말이지. 

강수혁: ..뭐야!?


혜진씨와 준용씨는 굳은 표정으로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 본론으로 들어가지. 강수혁, 양수연, 장혜진, 서준용. 너희는 를 지었다. 숨기고 싶은 비밀스러운 죄를. 난 그걸 알고 너희를 이곳에 데려왔다. …게임을 위해서.

장혜진: …게임, 이라고?

서준용: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 모든 난관을 뚫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 PDA가 길잡이가 되어줄 거다. 내 작은 선물이지. 허튼 수작은 않는 게 좋아. 그걸 부수거나 버리면 이곳을 통째로 날려버릴 테니까. 

장혜진: 날려버린다고!?


목소리는 소리를 낮춰 웃었다.


???: 인사는 여기까지다. 그럼 발버둥쳐 보라고.


툭하고 소리가 꺼졌지만 움직이거나 입을 떼는 사람은 없었다. 말라붙은 표정으로 PDA를 응시하고 있을 뿐.

생존을 건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서준용: 아, 아까 그건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준용씨는 중얼대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장혜진: 그 재수 없는 물건을 버려요!


혜진씨가 PDA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양수연: 하지만….

장혜진: 그걸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지도 몰라! 당신이 못하면 내가 할 테니 이리 줘요!

강수혁: 참아요. 이곳의 구조나 우리 위치를 확인할 방법은 저것 뿐입니다. 

장혜진: …그건, 그렇지만..!


나는 주머니 위로 PDA를 확인해보며 입을 열었다.


양수연: …이 장치에 어떤 수작이 숨어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살아서 나가기 위해서라도, 지금 PDA를 버릴 순 없어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지금 의지할 건 이것 뿐이니까. 


수혁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수혁: 만약, 놈에게 우릴 살려둘 생각이 있다면 룰에 따르는 게 옳을 지도 몰라. 

서준용: ……살아서 나가면 승리, 라고….


혜진씨는 모두의 얼굴을 번갈아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장혜진: …그 목소리를 믿어요? 우리가 를 지었기 때문에 납치되었다는 말을!?

서준용: 나, 난 잡혀올 만한 일은 한 적 없어!

강수혁: …….


수혁씨는 가만히 발끝을 내려보다 내 손을 잡았다. 


강수혁: 나는 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수연이 너까지…. ……아마도 나 때문일 거야. 하지만 걱정마, 분명히 이곳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나 역시 죄를 지었다는 것을. 


나는 수혁씨의 따뜻함 안에서 일전의 섬뜩한 차가움을 떠올리고 낮게 몸서리쳤다. 


양수연 프로필 입수

 

 두려움   강수혁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고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강압적인 사람에게 휘둘리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

보이지 않는 벽 안의 톱니와 막대의 끝부분을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장혜진: 안되겠다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봐요!

(서준용에게 전달)

서준용: 그럼.. 한 번 해보죠. 


준용씨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손잡이 막대의 톱니로 된 끝부분을 벽의 홈 안에 집어넣었다. 그 상태로 한참 움직여보다 힘주어 아래로 내렸다. 


장혜진: 열렸다!

강수혁: 제법 하는데?

서준용: …침착하게 하다보면 가능한 거죠. 


머쓱하게 말하는 준용씨에게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수연: 괜찮아요?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서준용: 아… 제가 쉽게 피로해지는 체질이라.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요.

장혜진: 얼마나 더 가야할지 모르는데 체력을 조절해야지. 나도 슬슬 이 아파오는데. 

서준용: 눈? 렌즈라도 낀 거예요?

장혜진: …말고 다른 거 있어.


혜진씨는 흠칫하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

강수혁: 거의 다 봤을텐데 별 다른 게 없다니. 

장혜진: …이제 별 다른 수가 없는 건 아닐까요?

서준용: 그런 소리 말아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양수연: 일단은 눈대중으로 살펴봤으니.. 좀 더 세세하게 보는 건 어때요?


가만히 생각하던 수혁씨가 입을 열었다.


강수혁: 저기 좁은 통로 말인데. 전처럼 체구가 작은 혜진씨가 들어가보는 게 어떨까?

장혜진: 으….


혜진씨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팔짱을 꼈다.


장혜진: 정말 최악의 기분이라구요. 안 들어가 본 사람은 몰라!


혜진씨는 반항했지만 전에 느낀 수혁씨의 위압감 때문인지 소극적인 느낌이 들었따.


서준용: 자, 잠깐만요. 확실한 방법도 아닌데 싫다는 사람을 자꾸 보내진 말자구요. 


준용씨가 혜진씨의 편을 들며 나섰다. 


서준용: 처음에 수연씨가 말한대로, 일단 이 방을 다시 살펴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장혜진: 그,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혜진씨도 맞장구를 쳤다.


강수혁: 음….


수혁씨는 불만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다 이쪽을 향해 물었다.


강수혁: 수연이 생각은 어때? 여전히 재조사 쪽인가?

양수연: 혜진씨가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 

장혜진: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긴..!


혜진씨는 신경질적으로 내뱉고는 도움을 청하듯 준용씨를 바라보았다. 


서준용: 대, 대세라면 어쩔 수 없나…. 


혜진씨는 입을 벌린 채 질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장혜진: …들어갈 수밖엔 없겠네. 좋아요.


혜진씨가 몸을 숙이고 통로 안쪽의 철판 밑으로 들어갔다.


장혜진: 여기, 뭔가가 걸리는데… 잠깐만요. 이게 뭐지?


갑자기 통로 안쪽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났다. 


장혜진: 꺄악!!!

양수연: 무슨 일이에요!!


통로 안에서 혜진씨가 황급히 튀어나왔다. 


장혜진: 안에서 매캐한 가스 같은 게 새어나와요!


혜진씨는 심한 기침과 함께 몸의 중심을 잃었다. 수혁씨가 혜진씨를 부축했다. 


장혜진: 그, 리고 이걸 찾았어요..!


혜진씨가 꺼낸 것은 표면이 지워진 작은 카드였다. 


강수혁: 가스가 점점 짙어진다..! 모두 여기서 나갑시다!!


모두 황급히 방에서 달아났다. 

준용씨가 마지막으로 나오며 문을 닫았다. 


강수혁: 모두 무사합니까?

서준용: 네, '덕분에' 무사하네요.


준용씨는 감정을 담아 빈정거렸다.


양수연: …자, 잠깐만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잖아요.


혜진씨는 기침을 하면서도 손을 뻗어 준용씨를 제지했다. 


서준용: 혜진씨가 위기에 처했던 건 사실이죠.

강수혁: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뭔지 알고 싶군.


적막이 흘렀다.


서준용: 혜, 혜진씨에게 사과하세요.


준용씨는 수혁씨의 기세에 눌리면서도 말을 마무리지었다.


장혜진: 난 괜찮은데 왜들 그래!

강수혁: …모두 동의해서 한 일 아니었나? 굳이 내가 사과할 필요는 못 느끼겠는데. 게다가 대세라면 따라야겠다고 말해놓고 이제와서 역정을 내는 건 어째서지?

서준용: 큭….


험악한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나는 수혁씨를 말릴 수 없었다.

그가 차갑게 몰아세우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서준용: …아는 거 많은 분께 미안하게 됐군요. 전 혜진씨가 꺼내온 카드를 쓸 데가 있는지나 알아보죠.


준용씨는 포기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내 옆을 지나며 조용하게 말했다.


서준용: 왜 저런 사람을…. 수연씨도 참 안됐군요.


그는 돌아보지 않은 채 방 저쪽으로 향했다. 


강수혁 프로필 입수

 

 독불장군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는 고집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마찰을 빚거나 큰 손해가 생겨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

방 안에 들어가자 왼쪽의 환기팬이 바로 눈에 띄었다.


강수혁: 혹시 저리로 나갈 수 있을 지도..!


수혁씨가 달려갔다. 하지만 팬의 바깥쪽은 굵은 창살로 막혀 있었다. 기대하며 따라간 사람들의 표정도 어둡게 가라앉았다.


장혜진: 아…….


혜진씨는 충혈된 눈으로 말없이 환기팬을 바라보고 있다. 준용씨도 눈 밑이 검다. 힘없이 깜빡이는 눈은 흰자가 누렇게 떠 있다. 아까 문을 열던 때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모두 무겁게 가라앉아 간다. 


밖을 보여주면서도 나갈 수 없게 한다.

그 때문에 모두는 더 빨리 지쳐가고 있었다.


강수혁: 수연아, 괜찮아?


수혁씨가 힘주어 손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제 2 장 

 긴박 



#

양수연: 수혁씨, 준용씨. 좁은 틈새에 나무조각을 끼우고, 안쪽에 돌멩이를 대서 지렛대처럼 쓰면 어때요?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서준용: 그, 그럼 고리를 뽑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두 사람은 즉시 지렛대를 만들어 당기기 시작했다.

일면식 없던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죄의 이름 아래 모여, 살아남기 위해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 실낱같은 관계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남자들이 도끼를 떼어냈다.


장혜진: 수고했어요!

강수혁: 나무조각은 부러졌지만 도끼를 얻었으니 남는 장사였어. 수연이 덕분이군.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그에게 나도 미소로 화답했다.


양수연 프로필 입수

 

 통찰   나무조각을 이용해 파이프 손잡이를 돌리고 지렛대의 사용을 건의하는 등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조언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이나 혼란에 빠지지 않고 통찰력을 발휘했다.


도끼를 들어올려 나무를 내리치려고 하자 수혁씨가 붙잡았다. 


강수혁: 이런 건 내가 할게. 



#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혜진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서준용: 괘, 괜찮아요! 아직 우리 모두 무사하잖아요.

장혜진: 별로 저것 때문에 그런 건 아냐, 좀 피곤해서 그래. 너도 스스로 챙겨. 네 안색이 제일 안 좋다고.


혜진씨는 쏘아붙였지만 이전처럼 심한 느낌은 아니었다. 


서준용: 아… 그, 그래요. 제, 제 얼굴빛이 그렇게 안 좋은가요?

양수연: 네… 조금. 괜찮겠어요?


준용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용: ……실은 지병이 있어서. 

장혜진: 그랬었군. 어디가 아픈 거야?

서준용: 대, 대단한 곳은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은 견딜만 하니까. 


그는 얼버무리며 방 안쪽으로 향했다.



#

장혜진: …아까 지병이 있다고 한 거 말야.

서준용: 네, 그게 왜요?

장혜진: 어디가 얼마나 아픈 건데?

서준용: 그건 알아서 뭐에 쓰게요?

장혜진: 얼굴이 시커매질 정도로 아프려면 어디가 얼마나 아파야 하는 건가 궁금해서 그래.


준용씨는 한숨을 쉬었다.


서준용: 개인 프라이버시라 말할 순 없구요. 지금 삼수하는 것도 다 몸 때문이라고만 알려드리죠.

장혜진: …공부를 못한 게 아니라 몸이 아팠던 거라고?

서준용: …네. 안 좋을 때는 상당히 안 좋거든요. 몸이 안 받을 때는…….


혜진씨가 계속해서 물었지만, 준용씨는 좀처럼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강수혁: ……그만 떠들고 나갈 길을 찾아보죠.



공중에 떠 있는 수조를 내리기 위해 도끼로 줄을 겨냥했다.


강수혁: 위험해, 내가 하는 게 낫겠어.


수혁씨에게 도끼를 건넸다. 수혁씨는 수조를 매달고 있는 줄에 도끼를 겨냥했다. 


강수혁: 끊고 나면 모두 줄 위쪽을 붙잡아요. 나도 바로 도울 테니까, 천천히 수조를 바닥으로 내립시다. 

장혜진: 네.

양수연: 준용씨, 괜찮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준용씨의 얼굴빛은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강수혁: 핫!


모두 힘을 합쳐 수조를 바닥으로 내렸다.


장혜진: 앗..!


혜진씨가 낮게 소리쳤다.


장혜진: …저걸 봐요. 방금 장식용 핀이 수조 안으로 떨어졌는데….


수조 받가에 흐물흐물한 금속 조각이 떨어져 있다.


서준용: 역시 보통 물이 아니었어….

강수혁: 빌어먹을..! 진심으로 우리를 해칠 생각이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아, 되돌려… 아니. …찾아내서 죽여주겠어!


수혁씨는 이를 악물고 허공을 응시했다.



#

철골 다리를 건너 저쪽의 방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 다시 큰 진동이 몰려왔다.


장혜진: 꺄악!


혜진씨가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강수혁: !!


수혁씨가 팔을 뻗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순간 준용씨가 손을 뻗어 혜진씨를 바로 세우고 자신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양수연: !!!


수면은 다시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준용씨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장혜진: …뭐, 뭐야. 왜 나오지 않는 거야..?

강수혁: 설마….


모두 불안한 얼굴로 수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서준용: 푸하-! 커헉..!


준용씨가 불쑥 물 위로 솟아올랐다.


장혜진: 괘, 괜찮아!?


모두 황급히 달려가 준용씨를 들어올렸다.


서준용: …괜찮긴 한데, 아주 괜찮지는 않네요.

장혜진: 그래… 그래도 다행이야. 정말..!


재빨리 달려가 준용씨를 부축했다. 수혁씨가 반대쪽을 잡았다. 


강수혁: 일단 저쪽으로 이동하자!


벽의 스위치 레버를 조작했다.


강수혁: 작동한다..!


레버를 천천히 내리자, 오른쪽 문의 철망이 움직였다. 


장혜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어!


준용씨를 부축하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향했다. 


서준용: 다행…이군요. 이제 2층도 끝인가….

양수연: …이게 제대로 작동해준다면요.


좁고 어두침침한 엘리베이터의 가운데에 의자가 놓여 있다. 


양수연: 수혁씨, 준용씨를 이쪽으로!

장혜진: 어서, 저쪽 의자에 앉혀요!

강수혁: 물이 더 차기 전에 이동해야 해!


수혁씨가 스위치 박스를 건드리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어둠이 찾아왔다. 


콱―!

 

장혜진: …이, 이게 무슨 소리죠?


혜진씨가 다급하게 외쳤다. 


양수연: 모르겠어요! 어두워서 아무 것도..!


엘리베이터가 크게 진동했다. 


강수혁: 다 올라온 건가? 뭐가 보여야..!

양수연: 문이 열렸어요!

장혜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꺅-!!!



준용씨의 머리가 과격하게 젖혀져 있다.

젖힌 턱 아래에는 

섬뜩한 빛의 칼날이 솟아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렇게 준용이는 갔ㄷ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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