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실탈출 검은방 2> 스크립트 중 강수혁 x 양수연 관련 스크립트 일부만 기록한 게시물입니다.
- 당연히 ※스포주의※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빼앗아 가진 행복에
가증스럽게 띠던 웃음을.
맹세했다.
절망의 바닥에서
몸부림치게 해주겠노라고.
그래, 너희들은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
제 1 장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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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용: 전화도 지갑도 없어졌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장혜진: 진정해요! 모두 같은 상황이잖아!
날카로운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
강수혁: 수연아, 다친 데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었다. 소리치던 남자가 달려가 세차게 문을 두드렸다. 반응은 없었다. 남자가 절규하며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서준용: ..잠겼어!! 갇힌 거야? 정말로..!?
강수혁: ..일단 나갈 방법을 찾아봅시다.
수혁씨가 방을 살피며 앞장섰다.
장혜진: 저기, 저건 뭐죠?
짧은 머리 여자가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테이블 위의 물건을 집어들었다.
강수혁: 이건… PDA 같은데? 이게 왜 이런 곳에? 전원이 들어오는데? 전화 기능도 있는 것 같아.
모두 기대를 품고 다가왔다.
강수혁: …발신 불가능 상태야. GPS도 잡히지 않아. 맵도 현재 위치한 층 밖에 볼 수 없어..!
그는 PDA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강수혁: 이래선 쓸모가 없어!
수혁씨의 옆으로 가 PDA를 다시 집었다.
양수연: 단정하긴 일러요. 지금 길잡이가 될 만한 건 이것 뿐인지도….
PDA를 재부팅하고 조작법을 확인했다.
* 인물 프로필 입수
양수연: 여 / 24세 / 166cm / 대학생
휘말림 차분한 이미지의 여성. 남자친구인 강수혁과의 1주년 기념 여행을 떠나려던 중 납치되어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강수혁: 남 / 27세 / 182cm / 회사원
연인 양수연의 남자친구. 훤칠한 키에 번듯한 외모를 가졌다. 1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을 떠나려던 중 이곳으로 끌려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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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창 밖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수혁씨는 창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양수연: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창문을 두들겨 보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강수혁: 엄청난 두께에다 틈새도 없어. 열리지 않는 창문인가 보군. 게다가 여기, 생각보다 높은데다 주변이 온통 물이야.
양수연: 그럼… 여긴 혹시 배 같은 곳일까요?
강수혁: …그럴지도.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강수혁: 어쨌든, 여기서 탈출을 시도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야.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몇몇이 밖을 내다보았지만 절대 나갈 수 없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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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동전이 놓여 있다. 변색되어 얼마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장혜진: …저기요.
동전을 살피고 있는 수혁씨에게 짧은 머리의 여자가 말을 걸었다.
강수혁: …네?
장혜진: 무슨 영문으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우리끼리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어때요?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자 저쪽에서 눈치만 보던 남자도 나섰다.
서준용: 그, 그래요. 서로 돕기 위해서라도 이름 정도는 아는 게….
말없이 바라보던 수혁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인물 프로필 입수
서준용: 남 / 21세 / 164cm / 삼수생
삼수생 세번째로 입시를 준비중인 남성. 학구적인 겉모습에 비해 실 성적은 따르지 않았던 듯 하다.
장혜진: 여 / 22세 / 158cm / 휴학생
휴학생 아담한 체구에 약간 치켜올라간 눈과 쏘아붙이는 말투를 지닌 여성. 휴학중이라고 한다. 앙칼진 고양이와 같은 이미지.
준용씨가 자판기 앞에 섰다.
장혜진: 왜, 음료수라도 뽑아 먹고 싶어?
연하인 걸 안 뒤부터 혜진씨는 준용씨에게 줄곧 반말이다.
서준용: 그런데 아니라..! 아까 동전을 주웠잖아요? 그걸 여기 넣어보자는 겁니다!
강수혁: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소릴..!
양수연: 잠깐, 준용씨 이야기가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동전을 가진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어요. 한 번 해 보는 게 어때요?
강수혁: …수연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해 보는 거야 나쁘진 않지.
다른 대우에 발끈하는 준용씨를 무시하고, 수혁씨가 동전을 자판기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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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혁: 이 밸브를.. 저 구멍에?
수혁씨는 밸브를 든 손을 길게 뻗어 파이프로 가져갔다.
장혜진: 와! 역시 키가 크니까 저런 게 되네.
서준용: 저런 거 말고는 쓸모 없는 거라고요. 좁은 통로 같은 데서는 오히려 우리처럼 작은 사람들이 유리하지….
장혜진: …우리? 은근슬쩍 한묶음으로 만들지 말라고! 누가 너랑….
서준용: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다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강수혁: 밸브가 구멍에 딱 맞는군. 원래 여기가 제 자리였나.
수혁씨가 둘의 말을 자르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양수연: 수혁씨 이제 밸브를 잠가봐요.
그는 다시 팔을 뻗어 밸브를 돌렸다.
서준용: 가스가 잠겼어!
장혜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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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철판을 환풍구의 나사에 가져갔다. 하지만 그것으로 나사를 풀기는 쉽지 않았다.
강수혁: 낯선 일인데다 힘까지 필요해서 그래. 이리 주면 내가 하지.
수혁씨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서준용: 자, 잠깐만요.
준용씨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서준용: 이, 이런 건 제게 맡겨 보세요.
양수연: 준용씨, 부탁해요.
얇은 철판을 준용씨에게 건넸다.
서준용: 뭐, 맡겨주세요.
준용씨는 얇은 철판을 들고 잠시 힘을 주나 싶더니, 그냥 바로 나사에 가져갔다.
장혜진: 방금 철판 굽히려다 포기한 거 아냐?
강수혁: 무리하지 말고 내게 맡기는 게 어때요.
서준용: 지, 지금 하고 있잖아요! 기다려봐요.
준용씨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환풍구를 떼어낼 수 있었다.
서준용: 이거 봐요. 나도 할 수 있다고!
준용씨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눈치였다.
* 서준용 프로필 입수
열등감 잘 하지 못하는 일에도 나서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강수혁에게 지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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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혁: 손도 발도 뻗어봤지만 무리야. 좁은 통로라 몸을 더 들일 수가 없으니….
서준용: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준용씨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서준용: 혜진씨 정도의 몸집이면 이 안으로 어느 정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 그녀를 돌아보았다.
장혜진: 나, 나보고 들어가라고!? 무슨 헛소리야. 다른 방법을 찾아봐!!
혜진씨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장혜진: 분!명!히! 싫다고 말했어요!
혜진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장혜진: 수연씨가 들어가면 되잖아요!
서준용: 어림잡아 봐도 키 차이가 심해요. 역시 혜진씨 밖엔….
장혜진: 저 안에 있는 게 꼭 도움이 될 물건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워!
양수연: 혜진씨….
이대로라면 그녀의 협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강수혁: 혜진씨.
수혁씨가 나직하게 혜진씨의 이름을 불렀다.
강수혁: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말로 할 때 들어가는 게 좋을 텐데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얼음 칼날처럼 차고 날카로운 어조다.
장혜진: 그, 그렇게까지 말 안해도…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구멍으로 몸을 기울였다. 준용씨가 가만히 수혁씨의 눈치를 살핀다.
강수혁: …….
석상처럼 무표정한 그 앞에서, 나 역시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었다.
* 강수혁 프로필 입수
얼음칼날 장혜진에게 환기통 안에 들어갈 것을 종용했다. 그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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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철문의 구멍에 딱 맞았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PDA가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진동했다.
장혜진: 무,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황급히 PDA를 꺼냈다.
양수연: ..전화가 와 있어요..!
순간, 공기가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강수혁: ……수연아.
수혁씨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PDA를 넘겼다.
강수혁: …뭐하는 놈이냐.
???: 글쎄. 네가 알만한 사람은 아니라고만 해두지.
스피커폰에서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거친 변조음이 흘러나왔다.
강수혁: 당장 이 장난을 끝내!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런 짓을..!
???: 알기 때문에 모셔온 거야, 강수혁씨. 당신의 가냘픈 여자친구도 함께 말이지.
강수혁: ..뭐야!?
혜진씨와 준용씨는 굳은 표정으로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 본론으로 들어가지. 강수혁, 양수연, 장혜진, 서준용. 너희는 죄를 지었다. 숨기고 싶은 비밀스러운 죄를. 난 그걸 알고 너희를 이곳에 데려왔다. …게임을 위해서.
장혜진: …게임, 이라고?
서준용: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 모든 난관을 뚫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 PDA가 길잡이가 되어줄 거다. 내 작은 선물이지. 허튼 수작은 않는 게 좋아. 그걸 부수거나 버리면 이곳을 통째로 날려버릴 테니까.
장혜진: 날려버린다고!?
목소리는 소리를 낮춰 웃었다.
???: 인사는 여기까지다. 그럼 발버둥쳐 보라고.
툭하고 소리가 꺼졌지만 움직이거나 입을 떼는 사람은 없었다. 말라붙은 표정으로 PDA를 응시하고 있을 뿐.
생존을 건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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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용: 아, 아까 그건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준용씨는 중얼대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장혜진: 그 재수 없는 물건을 버려요!
혜진씨가 PDA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양수연: 하지만….
장혜진: 그걸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지도 몰라! 당신이 못하면 내가 할 테니 이리 줘요!
강수혁: 참아요. 이곳의 구조나 우리 위치를 확인할 방법은 저것 뿐입니다.
장혜진: …그건, 그렇지만..!
나는 주머니 위로 PDA를 확인해보며 입을 열었다.
양수연: …이 장치에 어떤 수작이 숨어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살아서 나가기 위해서라도, 지금 PDA를 버릴 순 없어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지금 의지할 건 이것 뿐이니까.
수혁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수혁: 만약, 놈에게 우릴 살려둘 생각이 있다면 룰에 따르는 게 옳을 지도 몰라.
서준용: ……살아서 나가면 승리, 라고….
혜진씨는 모두의 얼굴을 번갈아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장혜진: …그 목소리를 믿어요?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납치되었다는 말을!?
서준용: 나, 난 잡혀올 만한 일은 한 적 없어!
강수혁: …….
수혁씨는 가만히 발끝을 내려보다 내 손을 잡았다.
강수혁: 나는 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수연이 너까지…. ……아마도 나 때문일 거야. 하지만 걱정마, 분명히 이곳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나 역시 죄를 지었다는 것을.
나는 수혁씨의 따뜻함 안에서 일전의 섬뜩한 차가움을 떠올리고 낮게 몸서리쳤다.
* 양수연 프로필 입수
두려움 강수혁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고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강압적인 사람에게 휘둘리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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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벽 안의 톱니와 막대의 끝부분을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장혜진: 안되겠다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봐요!
(서준용에게 전달)
서준용: 그럼.. 한 번 해보죠.
준용씨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손잡이 막대의 톱니로 된 끝부분을 벽의 홈 안에 집어넣었다. 그 상태로 한참 움직여보다 힘주어 아래로 내렸다.
장혜진: 열렸다!
강수혁: 제법 하는데?
서준용: …침착하게 하다보면 가능한 거죠.
머쓱하게 말하는 준용씨에게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수연: 괜찮아요?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서준용: 아… 제가 쉽게 피로해지는 체질이라.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요.
장혜진: 얼마나 더 가야할지 모르는데 체력을 조절해야지. 나도 슬슬 눈이 아파오는데.
서준용: 눈? 렌즈라도 낀 거예요?
장혜진: …말고 다른 거 있어.
혜진씨는 흠칫하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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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혁: 거의 다 봤을텐데 별 다른 게 없다니.
장혜진: …이제 별 다른 수가 없는 건 아닐까요?
서준용: 그런 소리 말아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양수연: 일단은 눈대중으로 살펴봤으니.. 좀 더 세세하게 보는 건 어때요?
가만히 생각하던 수혁씨가 입을 열었다.
강수혁: 저기 좁은 통로 말인데. 전처럼 체구가 작은 혜진씨가 들어가보는 게 어떨까?
장혜진: 으….
혜진씨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팔짱을 꼈다.
장혜진: 정말 최악의 기분이라구요. 안 들어가 본 사람은 몰라!
혜진씨는 반항했지만 전에 느낀 수혁씨의 위압감 때문인지 소극적인 느낌이 들었따.
서준용: 자, 잠깐만요. 확실한 방법도 아닌데 싫다는 사람을 자꾸 보내진 말자구요.
준용씨가 혜진씨의 편을 들며 나섰다.
서준용: 처음에 수연씨가 말한대로, 일단 이 방을 다시 살펴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장혜진: 그,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혜진씨도 맞장구를 쳤다.
강수혁: 음….
수혁씨는 불만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다 이쪽을 향해 물었다.
강수혁: 수연이 생각은 어때? 여전히 재조사 쪽인가?
양수연: 혜진씨가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
장혜진: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긴..!
혜진씨는 신경질적으로 내뱉고는 도움을 청하듯 준용씨를 바라보았다.
서준용: 대, 대세라면 어쩔 수 없나….
혜진씨는 입을 벌린 채 질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장혜진: …들어갈 수밖엔 없겠네. 좋아요.
혜진씨가 몸을 숙이고 통로 안쪽의 철판 밑으로 들어갔다.
장혜진: 여기, 뭔가가 걸리는데… 잠깐만요. 이게 뭐지?
갑자기 통로 안쪽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났다.
장혜진: 꺄악!!!
양수연: 무슨 일이에요!!
통로 안에서 혜진씨가 황급히 튀어나왔다.
장혜진: 안에서 매캐한 가스 같은 게 새어나와요!
혜진씨는 심한 기침과 함께 몸의 중심을 잃었다. 수혁씨가 혜진씨를 부축했다.
장혜진: 그, 리고 이걸 찾았어요..!
혜진씨가 꺼낸 것은 표면이 지워진 작은 카드였다.
강수혁: 가스가 점점 짙어진다..! 모두 여기서 나갑시다!!
모두 황급히 방에서 달아났다.
준용씨가 마지막으로 나오며 문을 닫았다.
강수혁: 모두 무사합니까?
서준용: 네, '덕분에' 무사하네요.
준용씨는 감정을 담아 빈정거렸다.
양수연: …자, 잠깐만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잖아요.
혜진씨는 기침을 하면서도 손을 뻗어 준용씨를 제지했다.
서준용: 혜진씨가 위기에 처했던 건 사실이죠.
강수혁: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뭔지 알고 싶군.
적막이 흘렀다.
서준용: 혜, 혜진씨에게 사과하세요.
준용씨는 수혁씨의 기세에 눌리면서도 말을 마무리지었다.
장혜진: 난 괜찮은데 왜들 그래!
강수혁: …모두 동의해서 한 일 아니었나? 굳이 내가 사과할 필요는 못 느끼겠는데. 게다가 대세라면 따라야겠다고 말해놓고 이제와서 역정을 내는 건 어째서지?
서준용: 큭….
험악한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나는 수혁씨를 말릴 수 없었다.
그가 차갑게 몰아세우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서준용: …아는 거 많은 분께 미안하게 됐군요. 전 혜진씨가 꺼내온 카드를 쓸 데가 있는지나 알아보죠.
준용씨는 포기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내 옆을 지나며 조용하게 말했다.
서준용: 왜 저런 사람을…. 수연씨도 참 안됐군요.
그는 돌아보지 않은 채 방 저쪽으로 향했다.
* 강수혁 프로필 입수
독불장군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는 고집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마찰을 빚거나 큰 손해가 생겨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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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들어가자 왼쪽의 환기팬이 바로 눈에 띄었다.
강수혁: 혹시 저리로 나갈 수 있을 지도..!
수혁씨가 달려갔다. 하지만 팬의 바깥쪽은 굵은 창살로 막혀 있었다. 기대하며 따라간 사람들의 표정도 어둡게 가라앉았다.
장혜진: 아…….
혜진씨는 충혈된 눈으로 말없이 환기팬을 바라보고 있다. 준용씨도 눈 밑이 검다. 힘없이 깜빡이는 눈은 흰자가 누렇게 떠 있다. 아까 문을 열던 때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모두 무겁게 가라앉아 간다.
밖을 보여주면서도 나갈 수 없게 한다.
그 때문에 모두는 더 빨리 지쳐가고 있었다.
강수혁: 수연아, 괜찮아?
수혁씨가 힘주어 손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제 2 장
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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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 수혁씨, 준용씨. 좁은 틈새에 나무조각을 끼우고, 안쪽에 돌멩이를 대서 지렛대처럼 쓰면 어때요?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서준용: 그, 그럼 고리를 뽑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두 사람은 즉시 지렛대를 만들어 당기기 시작했다.
일면식 없던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죄의 이름 아래 모여, 살아남기 위해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 실낱같은 관계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남자들이 도끼를 떼어냈다.
장혜진: 수고했어요!
강수혁: 나무조각은 부러졌지만 도끼를 얻었으니 남는 장사였어. 수연이 덕분이군.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그에게 나도 미소로 화답했다.
* 양수연 프로필 입수
통찰 나무조각을 이용해 파이프 손잡이를 돌리고 지렛대의 사용을 건의하는 등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조언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이나 혼란에 빠지지 않고 통찰력을 발휘했다.
도끼를 들어올려 나무를 내리치려고 하자 수혁씨가 붙잡았다.
강수혁: 이런 건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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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혜진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서준용: 괘, 괜찮아요! 아직 우리 모두 무사하잖아요.
장혜진: 별로 저것 때문에 그런 건 아냐, 좀 피곤해서 그래. 너도 스스로 챙겨. 네 안색이 제일 안 좋다고.
혜진씨는 쏘아붙였지만 이전처럼 심한 느낌은 아니었다.
서준용: 아… 그, 그래요. 제, 제 얼굴빛이 그렇게 안 좋은가요?
양수연: 네… 조금. 괜찮겠어요?
준용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용: ……실은 지병이 있어서.
장혜진: 그랬었군. 어디가 아픈 거야?
서준용: 대, 대단한 곳은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은 견딜만 하니까.
그는 얼버무리며 방 안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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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아까 지병이 있다고 한 거 말야.
서준용: 네, 그게 왜요?
장혜진: 어디가 얼마나 아픈 건데?
서준용: 그건 알아서 뭐에 쓰게요?
장혜진: 얼굴이 시커매질 정도로 아프려면 어디가 얼마나 아파야 하는 건가 궁금해서 그래.
준용씨는 한숨을 쉬었다.
서준용: 개인 프라이버시라 말할 순 없구요. 지금 삼수하는 것도 다 몸 때문이라고만 알려드리죠.
장혜진: …공부를 못한 게 아니라 몸이 아팠던 거라고?
서준용: …네. 안 좋을 때는 상당히 안 좋거든요. 몸이 안 받을 때는…….
혜진씨가 계속해서 물었지만, 준용씨는 좀처럼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강수혁: ……그만 떠들고 나갈 길을 찾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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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 있는 수조를 내리기 위해 도끼로 줄을 겨냥했다.
강수혁: 위험해, 내가 하는 게 낫겠어.
수혁씨에게 도끼를 건넸다. 수혁씨는 수조를 매달고 있는 줄에 도끼를 겨냥했다.
강수혁: 끊고 나면 모두 줄 위쪽을 붙잡아요. 나도 바로 도울 테니까, 천천히 수조를 바닥으로 내립시다.
장혜진: 네.
양수연: 준용씨, 괜찮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준용씨의 얼굴빛은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강수혁: 핫!
모두 힘을 합쳐 수조를 바닥으로 내렸다.
장혜진: 앗..!
혜진씨가 낮게 소리쳤다.
장혜진: …저걸 봐요. 방금 장식용 핀이 수조 안으로 떨어졌는데….
수조 받가에 흐물흐물한 금속 조각이 떨어져 있다.
서준용: 역시 보통 물이 아니었어….
강수혁: 빌어먹을..! 진심으로 우리를 해칠 생각이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아, 되돌려… 아니. …찾아내서 죽여주겠어!
수혁씨는 이를 악물고 허공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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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 다리를 건너 저쪽의 방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 다시 큰 진동이 몰려왔다.
장혜진: 꺄악!
혜진씨가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강수혁: !!
수혁씨가 팔을 뻗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순간 준용씨가 손을 뻗어 혜진씨를 바로 세우고 자신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양수연: !!!
수면은 다시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준용씨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장혜진: …뭐, 뭐야. 왜 나오지 않는 거야..?
강수혁: 설마….
모두 불안한 얼굴로 수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서준용: 푸하-! 커헉..!
준용씨가 불쑥 물 위로 솟아올랐다.
장혜진: 괘, 괜찮아!?
모두 황급히 달려가 준용씨를 들어올렸다.
서준용: …괜찮긴 한데, 아주 괜찮지는 않네요.
장혜진: 그래… 그래도 다행이야. 정말..!
재빨리 달려가 준용씨를 부축했다. 수혁씨가 반대쪽을 잡았다.
강수혁: 일단 저쪽으로 이동하자!
벽의 스위치 레버를 조작했다.
강수혁: 작동한다..!
레버를 천천히 내리자, 오른쪽 문의 철망이 움직였다.
장혜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어!
준용씨를 부축하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향했다.
서준용: 다행…이군요. 이제 2층도 끝인가….
양수연: …이게 제대로 작동해준다면요.
좁고 어두침침한 엘리베이터의 가운데에 의자가 놓여 있다.
양수연: 수혁씨, 준용씨를 이쪽으로!
장혜진: 어서, 저쪽 의자에 앉혀요!
강수혁: 물이 더 차기 전에 이동해야 해!
수혁씨가 스위치 박스를 건드리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어둠이 찾아왔다.
콱―!
장혜진: …이, 이게 무슨 소리죠?
혜진씨가 다급하게 외쳤다.
양수연: 모르겠어요! 어두워서 아무 것도..!
엘리베이터가 크게 진동했다.
강수혁: 다 올라온 건가? 뭐가 보여야..!
양수연: 문이 열렸어요!
장혜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꺅-!!!
준용씨의 머리가 과격하게 젖혀져 있다.
젖힌 턱 아래에는
섬뜩한 빛의 칼날이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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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준용이는 갔ㄷ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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