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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toryline

[검은방2] 제5장, 제6장 수혁수연 (완)

by 뀽' 2019. 1. 8.

- <밀실탈출 검은방 2> 스크립트 중 강수혁 x 양수연 관련 스크립트 일부만 기록한 게시물입니다.

- ※스포주의※ <검은방 2>의 결말 및 진범 스포일러







제 5 장 

 미궁 

― 양수연 시점 ―



#

하무열: 두 갈래로군. 


열린 문 안에는 계단이 양쪽으로 뻗어 있었다. 


양수연: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하무열: 김재하 언론인님은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가?

김재하: 이상하게 부르지 말라고!


재하씨는 눈을 감고 한참 고민했다.


김재하: …난 왼쪽이 마음에 드는군.


재하씨의 말을 들은 무열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무열: …좋아. 그럼 오른쪽으로 가봅시다.


얼마동안 걷자 불이 켜진 방이 나타났다. 


양수연: 눈부셔..!

하무열: 비밀의 캐비닛 룸이군. 단발머리 여고생께서는 혹시 남의 사물함을 열어보는 취미 있나?

장혜진: 그런 취미 없는데요!

김재하: 어쨌거나 밝으니 좋구만.


빛에 익숙하지 않은 눈을 비비고 있는데 수혁씨가 다가왔다. 


강수혁: 수연아. 아까 일은…….

양수연: 괘, 괜찮아요. 신경쓰지 않으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 안의 감정이 뒤죽박죽으로 엉키는 듯 하다. 


장혜진: 수혁씨! 저쪽을 좀 보세요.

강수혁: 예? 어떤 걸….


그는 혜진씨에게 불려 저쪽으로 가버렸다. 


양수연: …….

하무열: 자! 다시 방 탐색을 시작합시다!


무열씨가 손뼉을 치며 방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무열: 이건 뭐라고 써 있는 거지….


녹슨 철판에 반쯤 지워진 글씨로 '동시입력시 개방'이라고 쓰여 있었다. 

문 왼쪽에 붉은 버튼이 있다.


강수혁: 내가 눌러 볼게.


수혁씨가 버튼을 눌러 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재하: 단단히 막혔군. 

류태현: …무슨 방법이 있을 겁니다. 

강수혁: 나가는 문에는 열쇠구멍도 없고….

양수연: 저… 여기 주목해보는 건 어때요?


나는 문 왼쪽의 스위치를 가리켰다. 


장혜진: 그건 눌러도 무반응이었잖아요?

하무열: 그 위에 쓰인 말을 봐. 동시입력시 개방이라고 되어 있지. 

류태현: 동시입력..?

강수혁: 문 옆의 스위치와… 다른 무언가를 동시에 입력해야 한다는 뜻인가?


방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생각하던 무열씨가 이쪽을 보며 말했다. 


하무열: 수연양. 양갈래에서 우린 오른쪽 길로 왔었지. 맵을 열어 왼쪽의 모습을 확인해 보게. 


PDA를 꺼내 맵을 확인해 보았다. 


양수연: 오른쪽은 A블럭, 왼쪽은 B블럭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그리고 양 블럭의 구조는 동일해 보이는데요?

김재하: 오른쪽 길과 왼쪽 길의 구조가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무열: 동시입력이란… 이 스위치와, 동일 구조를 가진 B블럭의 스위치를 동시에 눌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강수혁: …그럴 듯하게 들리는군. 하지만 어떻게 동시입력을 진행하죠?

양수연: …팀 분할은 어때요?


무열씨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하무열: 팀 분할로 가 봅시다! 세 사람씩 두 팀으로 나누고 동시입력인지 출력인지 해보자고! 팀별로 경찰 한명을 서비스 해드릴 테니 안심하시고.


무열씨가 나눈 팀은 다음과 같았다. 

A블럭팀 나, 수혁씨, 무열씨. 

B블럭팀 태현씨, 혜진씨, 재하씨. 


양수연: 전부 전달했어요. 

하무열: 수고했네. B블럭으로 가서 버튼이 보이면 누르고 있게. 우리 쪽에서도 그리 하고 있을 테니. …그리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 쭉 진행해보도록.


무열씨는 태현씨의 어깨를 치며 당부했다. 


류태현: 예. 걱정 마세요. 


B블럭 팀이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수혁씨가 문 옆으로 가 버튼을 눌렀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하무열: 간만에 방해자 없이 둘이 만났구만. 이제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어떤가?

강수혁: 뭘 말입니까?

하무열: 툭하면 끼어드는 장혜진이 사라졌잖아.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강수혁: 계속 끼어드는 건 하무열씨겠죠. 게다가 당신이 있는데 어떻게 둘만입니까?

하무열: 나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놓으면 괜찮다네. 


수혁씨는 코웃음을 쳤다. 


양수연: 무열씨, 저도 괜찮아요. …수혁씨가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이유가 있어서일 거예요.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는 걸 막기 위해 무열씨를 만류했다. 


강수혁: 수연아…. 그래. 날 믿어줘.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해명할게..!

하무열: …….


다시 무열씨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쾅!  나가는 문이 열렸다. 


하무열: 류순경은 항상 애매한 타이밍에 일을 진행시킨단 말이야….


무열씨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무열: 내려가는 문쪽에서도 소리가 난 듯 하니 살펴보게. 

양수연: …잠겼어요!

강수혁: 앞으로 갈 수밖엔 없겠어. 


긴 복도가 나타났다.


강수혁: 별다른 건 없어 보이는군. 


천정 쪽에서 큰 소리가 들리며 방 전체가 진동했다. 


하무열: 무슨 일인가!?


천정에서 수많은 자재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

하무열: 으…… 이게 웬 날벼락이야!


무열씨는 작은 물건에 어깨 쪽을 맞은 듯했다.


강수혁: 수연아..! 괜찮아…?


수혁씨가 감았던 팔을 풀며 물러섰다. 


양수연: 응… 나는 괜찮아요. 수혁씨는..?

강수혁: 다행이군….


말하는 그의 목 뒤에서 한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양수연: 수혁씨! 나를 감싸다가..!

강수혁: 괜찮아. 크게 당한 건 아니니까. 


힘들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강수혁: 저, 정말 괜찮대도?

양수연: 응. …고마워요. 지켜줘서….


그 때, 방 한 쪽 구석에 잇는 스피커에서 신호음이 들렸다. 


하무열: …!

???: …반갑습니다. 하무열 형사님.


스피커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자,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렸다. 휘청이는 나를 수혁씨가 부축했다.


하무열: 허강민! 이 꼴을 만들어 놓고 안녕하냐고? 들어와서 직접 봐! 내가 안녕한지를. 

허강민: 클로르포름으로 괴로우실 텐데, 흥분하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하무열: 병주고 약주는군. 생활건강 어드바이스를 위해 연락한 거면 이만 끊지.

허강민: …여기까지 도달하다니 대단한 활약입니다. 그래서 저도 흥미로운 걸 생각해 봤지요. 우선… 여러분은 그 방에 갇혔습니다.

강수혁: 뭐야!?


수혁씨가 들어왔던 문으로 달려갔다.


강수혁: 사, 사실이야!

허강민: 류태현 순경의 팀도 맞은편 방에 가둬놓았죠. 여러분의 방 천정에는 가스실 설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정확히 20초 후에 가스를 틀 생각입니다. 

강수혁: 가스..!?

하무열: …….

허강민: 하지만 이 예정된 죽음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마련했죠. 제 목소리가 나오는 스피커 장치에는 작은 컨트롤 박스가 있습니다. 거기 있는 버튼을 누른다면 가스의 위험은 사라집니다. 

하무열: 물론 공짜일 리는 없겠지. 

허강민: 이해가 빠르시군요. 두 팀 중 한 팀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먼저 버튼을 누르는 쪽이죠. …상대방의 방에 가스를 보내고 살아남는 겁니다.

하무열: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거냐. 예전의 너는 최소한 반의 반 정도는 인간답지 않았나?

허강민: 나도… 그건 모르겠군요. 더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 확실할 뿐입니다. 그리고 끝장을 보고 싶어하는 점은… 형사님이나 저나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하무열: 멍청한 놈. …네가 보고 싶은 건 다른 사람의 끝이겠지. 

허강민: 당신이 가고 있는 사건의 끝 역시 누군가의 끝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잘 생각해서 판단하기 바랍니다. 


스피커는 꺼져 버렸다. 수혁씨는 당황한 얼굴로 스피커와 무열씨를 번갈아 돌아보았다. 무열씨는 말없이 스피커 장치를 노려보고 있다.


강수혁: 이… 이대로 기다릴 순 없습니다! 저쪽에서 먼저 누르면 영락없이 죽는 것 아닙니까!


수혁씨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무열씨는 요지부동이었다. 


하무열: …저쪽에서는 누르지 않을걸세. 아니… 그보다 저쪽 사람들이 정말 갇혔는지부터가 의심스럽군. 

강수혁: 당신이 앉아서 죽겠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장치로 달려가려는 수혁씨에게 무열씨가 다가갔다. 


강수혁: !!


무열씨는 손을 들어 수혁씨의 어깨에 난 상처를 후려쳤다. 


강수혁: 큭..!


수혁씨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신음을 흘렸다. 


하무열: 저 자의 미끼를 무는 꼴을 두고 볼 순 없지. 저게 그렇게 누르고 싶다면 날 죽이고 가보게나.

양수연: 수혁씨! 괜찮아요!?

강수혁: 당신..! 정말 괜찮은 거야!? 거짓이라는 증거도 없어!

하무열: 아니. 이미 결론은 났네. 


어리둥절한 우리 둘 앞에서 무열씨가 싱긋 웃었다. 


하무열: 20초는 이미 지났네. 


무열씨의 등 뒤에서 잠겼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양수연 프로필 입수

 

 혼란   몸을 던져 자신을 보호한 강수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강수혁이 가진 비밀과 의혹이 그녀를 자꾸만 불안하게 만드는 듯.



#

강수혁: …아까 스위치 건으로 대든 건 미안했습니다. 


수혁씨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하무열: 알면 되었다네. 앞으로 삼시세끼 기억날 때마다 언급하겠지만 좀 참아주게나. 


무열씨가 빈정댔다. 


양수연: …궁금한 게 있어요. 


두 남자가 나를 돌아보았다.


양수연: 어떻게 저쪽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었나요? 태현씨에 대한 신뢰 때문에? 만약 그거라면… 어떻게 그렇게 믿을 수가 있죠? 자신의 생명이 걸렸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혁씨도 고개를 돌려 무열씨를 바라보았다. 


하무열: …신뢰? 난 거래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네. 

강수혁: 거래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고?

양수연: 무슨… 뜻이죠?

하무열: 생각해보게. 남은 시간이 20초 뿐이라고 했잖나. 헌데 그 말을 양 팀에 동시에 전하는 것도 아니었지. 이쪽에만 이야기하고 있었어. 그래서야 어떻게 동시에 누르는 게 가능한가? 게다가… 류순경의 저질적인 반사신경으로는 20초 안에 버튼으로 뛰어가지도 못할 거네. 도둑고양이 같은 여자애나 늙다리 기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 그것 뿐이네. 신뢰니 뭐니 할 문제도 아니었지. 



#

[A블럭 브릿지]

벽에 글자가 쓰여 있다.


하무열: …누가 여기 시조를 남기셨구만. 


마지막으로 도달한 문

저지른 죄의 옆에 누워

생과 사가 갈리리라


강수혁
: …창문이잖아?


수혁씨가 창가로 향했다. 창틀 너머로 B블럭의 방이 보였다. 


강수혁: 저쪽은 창문이 닫혀있군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가.

하무열: 창문 주변을 보세. 나갈 수 있는 구석이 있나?


나와 수혁씨가 창문 근처를 살폈다. 


양수연: …천정과 정면의 틈새는 모두 막혀 있어요.

하무열: B블럭과 마주보는 창문과 사이의 넓은 공간 말고는 모두 막혀 있다?

양수연: 네…. 까마득하게 보여서 얼마나 되는 공간인지 알아보기 힘들어요.

강수혁: 낭떠러지 같은 상황이라, 섣불리 나가면 추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무열: 그래…. 방 안에서 길을 찾으란 말이군.


무열씨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

지나온 복도 안쪽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강수혁: 어디서 난 소리지?

양수연: 일단 돌아가 봐야겠어요. 무열씨..? 왜 그러세요?


스위치 옆에 선 무열씨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강수혁: 어디가 아픈 겁니까?

하무열: 그래… 지금…… 이러면 곤란한데..!


무열씨는 손짓을 하며 무어라 말하더니,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양수연: 무열씨!!




제 5 장 

 미궁 

― 류태현 시점 ―



#

왼쪽으로 들어서자 큰 장치가 놓인 허름한 방이 나타났다. 


김재하: 캐비닛 방보다 훨씬 살풍경한 느낌이구만. 

장혜진: …….

김재하: 왜? 수혁씨가 없으니까 영 쓸쓸한가?

장혜진: 그런 적 없어요!


혜진씨는 고개를 들고 재하씨에게 대들었다. 


류태현: 진정하세요! 저쪽 팀과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만큼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길을 찾아보죠.



열린 서랍을 조사해 보았다. 


류태현: 잡동사니 뿐인데요….

김재하: 그렇군. 곰인형… 미니카…. ……?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재하씨가 총을 들고 있었다. 


김재하: …좋은 게 있군. 

장혜진: 뭐하려는 거예요..?


재하씨는 싱긋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류태현: …어?

김재하: 꽤 놀라는구만!


재하씨가 낮게 웃었다. 총구에서는 작은 불꽃이 타고 있었다. 


류태현: …라이터!?

김재하: 그래. 정말 그럴싸해서 나도 들어보기 전까진 긴가민가 했다니까. 아주 마음에 쏙 드는구만…. 마침 잘 되었어.


재하씨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권총 라이터를 만지작대며 싱글거렸다. 

 순간적으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류태현: 마침 잘 되었다는 건 어떤 의미죠..?

김재하: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뭐… 별 의미 없는 말이니 자넨 알 것 없어. 아, 그래! 자네들은 이거 가지면 되겠군.


재하씨는 잡동사니 더미에서 미니카와 곰인형을 꺼내 던져주었다. 


장혜진: 이런 건 됐어요. 기분 나쁘니까 그 라이터나 좀 치워요!!


혜진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재하씨는 계속 라이터를 겨누며 돌아다녔다. 


장혜진: 그만 치우라니까요!

김재하: 그렇게 진짜 같나? 하긴… 이건 좀 오래된 물건 같아.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달까. 


재하씨는 왠지 신나 보였다.


류태현: 저… 재하씨. 혜진씨가 저렇게 싫어하는데 그만 집어 넣으시죠. 


재하씨는 입맛을 다시며 라이터를 집어 넣었다. 


김재하: 그쪽의 미니카도 꽤 고급품이라고. 그냥 완구점에서 파는 나부랭이들하곤 달라. 


재하씨의 말대로, 미니카는 몸체가 사기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종류였다. 


김재하: 이런 게 들어있는 걸 보면… 이곳은 꽤나 오래된 장소인 듯 하네. 


그렇게 말하며 재하씨는 다시 한 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장혜진: 빨리 하무열씨한테 일러서 다 빼앗아 버렸으면 좋겠네. 

김재하: 뭐? 안돼! 이런 중요한 걸….


재하씨는 깜짝 놀라 손을 흔들었다. 


김재하: 이제 집어넣을테니 절대 비밀로 좀 해 달라고. 

장혜진: 으… 눈 아파…….


혜진씨는 갑자기 두 손으로 눈을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

[B블럭 브릿지]


류태현: 창문인가…?


내려진 블라인드를 걷어 보았다. 


김재하: 맞은편… A블럭의 방이 보이는군. 저쪽도 창문이 있어. 


나가는 쪽은 모두 막힌 가운데, 어두운 공간 사이로 맞은편 방만 보이는 구조였다. 


김재하: 어이!! 거기 아직 아무도 없나!


…대답이 없었다. 


김재하: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저기 무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자네는 혹시 보이나?


재하씨의 말에 고개를 내밀고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도달한 문

저지른 죄의 옆에 누워

생과 사가 갈리리라


……협박문구로 보이는 글귀였다. 


김재하: 재수 없는 소릴 창문 너머로도 감상해 보라 이건가? 취미 하고는..!


#

철컹!


김재하: 무슨 일이지?


각자 자신이 작동시킨 장치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떼었다. 


류태현: 방 안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군요.

김재하: 다시 입구 쪽으로 가보는 게 좋겠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강수혁: 이제야 열렸군..!

장혜진: 수혁씨? 어떻게..!

강수혁: 방금 4층에서 올라오는 문이 열려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 하무열 형사가 쓰러졌습니다. 일단 4층으로 옮겨놓은 상태지만 의식이 없습니다. 

류태현: 무열 선배가..!?



#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열 선배는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김재하: 멀쩡하게 돌아다니던 사람이…. 

류태현: 어떻게 된 겁니까?


수혁씨는 고개를 저었다. 


강수혁: 글쎄요. 방에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양수연: 중독 상태에서 무리를 하셨기 때문일 거예요.

장혜진: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는데…. 

류태현: …어쩌면 평정을 유지하는 자체가 무리였을 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무열 선배는 계속해서 두통을 호소했었다. 


류태현: B블럭 쪽은 중도에 길이 막혀 더 진행할 수 없었는데, A블럭 쪽은 어땠습니까?

강수혁: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4층으로 돌아가는 문이 잠겼다 열렸을 뿐이었죠.

류태현: …양쪽 다 수확은 없었던 거군요. 


무열 선배는 쓰러지고, 길은 찾지 못했다. 사람들도 모두 지친 상태다. 어쩌면 쉬지 않고 왔기에 무열 선배가 쓰러져 버린 걸지도 모른다.


류태현: 휴식조를 빼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잠깐 쉬었다 다시 길을 찾아보죠.

강수혁: 누가 어디서 노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편하게 쉴 수 있겠습니까?

김재하: 난 휴식에 찬성이야. 전과 같은 일은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거 아냐?


재하씨가 수혁씨를 흘끗거리며 말했다. 아니, 어쩌면 수연씨를 보고 있는 걸지도. 그의 시선은 종잡을 수 없었다. 


장혜진: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 무열씨도 저 지경이고….

양수연: …….


수혁씨는 고개를 돌려 무열 선배를 바라보았다. 


강수혁: …어쩔 수 없군요. …3시간 정도로 어떻습니까?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3시간 동안 휴식하기로 했다. 


류태현: 각자 방으로 들어가세요. 다른 사람의 방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대수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조심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각자 키를 가지고 방으로 흩어졌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사건들을 곰곰히 떠올렸다. 과연 누구의 소행이었을까. 외부인? …아니면 내부인 중의 누구? 희경씨와 대수씨의 건을 보면 차라리 자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언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위화감인지 기시감인지 모를 모호한 무언가가 머릿속을 부유하고 있다. 무열 선배는 앞서가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고생이 심해질 것이라고도…. 무슨 의미였을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 …태현씨!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약 한 시간 정도 지났다. 아직은 휴식 시간일 텐데 누가..?


류태현: 누, 누굽니까?

양수연: 저예요… 양수연.


수연씨가 웬일로? 일어나 문을 반쯤 열었다. 


류태현: 무슨 일이시죠?

양수연: …이걸 좀 보세요.


수연씨가 소매를 걷은 팔을 문 안으로 집어 넣었다. 


류태현: …!


걷은 소매 안쪽에 형광색으로 빛나는 물질이 묻어 있었다. 문을 열고 수연씨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류태현: 이게 뭐죠..?

양수연: A블럭 끝에서 창문을 조사할 때 묻었던 거예요. 그땐 단순히 뭔가 묻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불꺼진 방에서 소매를 걷어보니 이렇게 빛나고 있었어요. 

류태현: 야광물질 같군요. 무슨 글자의 일부인 것 같은데….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었습니까?

양수연: 네… 무열씨를 부축하느라…. 방금 전에야 발견했어요. …지금 가서 확인해 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주셨으면 해요.

류태현: …지금? 사람들이 모두 일어난 뒤에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수연씨는 굳은 표정이 되었다. 


양수연: 한순간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요. 적어도 나갈 힌트라도 알았으면 해요. …이걸 발견했을 때, 혼자라도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누르느라….

류태현: 수혁씨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양수연: …네. 대수씨가 죽었을 때 본 수혁씨의 모습… 그 이후로 수혁씨를 믿을 수 없게 됐어요. 왜 이런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제 마음을… 스스로도. 


수연씨는 고개를 숙였다. 생각해 보면 그 때 이후로 수혁씨의 태도는 계속해서 미덥지 못한 면이 있었다. 살해 당시의 상황도 얼버무리고, 혜진씨와 나눈 대화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그때문에 수연씨는 그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공포와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그녀를 보니, 새삼 수혁씨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드러낼 수는 없었다. 


양수연: …재하씨도 신용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거기에 무열씨는 저 상태라, 태현씨밖엔…. 부탁드려요, 같이 5층으로 가주세요..!


수연씨가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류태현: 좋습니다. 같이 가 보죠.

양수연: 아… 고마워요. 제 억지를 받아주셔서. 태현씨가 함께 간다면 안심이에요.

류태현: 아니… 저도 특별히 도움될 건 없는 걸요. 


카드키로 방의 문을 확실히 잠그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

[A블럭 브릿지]

양수연: …분명 이 근처였는데…….


창가에 선 수연씨는 안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양수연: 태현씨, 불을 잠시 꺼주시겠어요?


그녀는 문 옆의 스위치를 가리켰다. 문쪽으로 가 스위치를 내렸다. 어두운 방 안에서 창문 아래쪽의 약한 빛이 눈에 띄었다. 


류태현: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양수연: …찾았다!


미소를 지으며 몸을 숙이던 그녀가 갑자기 멈칫하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류태현: …왜 그러시죠?

양수연: …재하씨예요. …재하씨가 권총 라이터를 겨누고 있어요. 어째서…


오면서 얻었던 실총 모양의 라이터가 분명하다. 


류태현: …권총 라이터로? 누구를 겨누고 있습니까!


창가로 달려갔다. 


양수연: 재하씨를 내리치고 있어요..! 저… 저 사람은……


다급히 창 너머로 고개를 뻗었다. 


양수연: 보… 보면 안돼!!!


 가로막는 수연씨 너머로 선명히 보이는 광경. 

 그것은 피투성이의 얼굴로 쓰러진 재하씨와, 

 부지깽이를 든 채 이쪽을 응시하는 

 섬뜩한 표정의 강수혁이었다. 


수연씨는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 양수연 프로필 입수

 

 목격   류태현과 5층 브릿지의 야광문자를 확인하러 갔다가 맞은편 방의 이상을 목격했다. 즉시 달려온 류태현은 창가에 쓰러진 김재하의 시체와 옆에 선 채 이쪽을 바라보는 강수혁을 발견했다.




제 6 장 

 종극 

― 양수연 시점 ―



#

류태현: 저를 따라오세요. 현장을 목격한 이상 저 자를 잡아야 합니다!


태현씨가 급하게 방을 빠져나갔다. 나도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몸을 일으켜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탕―!




#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장혜진: 비명은 수연씨였어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혜진: 총소리까지 들렸어요. 대체 무슨 일이….

하무열: 자꾸 시끄럽게들 하니 쉴 수가 없군….


저쪽 문을 열고 무열씨가 나타났다. 


장혜진: 무열씬 이제 괜찮은 거예요?

하무열: 아주 괜찮지는 않지만 일어서 다닐 정도는 되는군. …특히, 방금 총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났지. 

양수연: 태현씨… 태현씨는요?

장혜진: …아까 여기에 있으라고 하고 B블럭 쪽으로 올라갔어요. 

하무열: 우리도 어서 가 보지!


무열씨가 비틀거리며 위로 올라갔다.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한쪽 머리가 짓이겨진 재하씨의 시체가 벽에 기대어져 있다.

문 앞에는 권총에 머리를 가져다 댄 채 쓰러진

수혁씨의 시체가 있었다. 



#

방 안에 펼쳐진 지옥에 모두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방 가운데에 태현씨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다. 


양수연: 태현씨..!

류태현: 수연씨…. 무열 선배..! …면목 없습니다. 도착했을 땐 이미…. 


돌아본 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 강수혁 프로필 입수

 

 죽음   김재하의 시체 옆에 선 것이 목격된 직후 가슴에 치명상을 입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발견 장소는 목격 장소와 동일했으며,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였다. 


[김재하 사체 조사]

하무열: 참혹하구만….

류태현: 사인은 둔기로 인한 두부 손상 같습니다. 이 방에 두었던 부지깽이를 사용한 듯 합니다. 

하무열: 그 부지깽이는 지금 어디 있나?

류태현: …사라졌습니다. 


무열씨는 한숨을 쉬었다. 


하무열: 아마 저쪽 방의 낭떠러지에라도 던져 버렸겠지. 


다시 고개를 돌려 시신 쪽을 보았다. 


하무열: …뒤에서 맞은 것 같군. 

류태현: 아… 그 순간은 수연씨가 목격했을 겁니다. 

하무열: 자네는?

류태현: 전 한 발 늦어서… 직후의 모습만 보았습니다.

하무열: …그렇군. 


무열씨가 이쪽을 보며 물었다. 


하무열: …어떻게 된 건가? 그 때.


소매에 묻은 야광물질을 확인해 보기 위해 태현씨와 건너편 방에 올라간 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보았던 재하씨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분명히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양수연: 무열씨가 말씀하신 대로예요. ……수혁씨는 재하씨가 등을 돌리자 갑자기 공격했어요. 

류태현: 왜 몸을 돌렸을까요?

하무열: 모르지. 창 밖이라도 보려고 했나?


무열씨는 재하씨의 상의를 들어올리고 몸을 살폈다. 


하무열: 건강하다고 한 말은 진짜였나 보군. 몸은 깨끗해. 



[강수혁 사체 조사]

무열씨와 태현씨가 수혁씨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눈을 감고 벽을 향했다. 


하무열: 내 총이 여기 와 있구만….


무열씨가 한숨을 쉬었다. 


하무열: 다시 이런 일에 쓰이다니……. 

류태현: …발사 흔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이 총에 의해 사망한 것 같군요.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무열: 이제 강수혁을 한 번 보세. 

류태현: 네. …일단 총상을 제외한 외상이나 몸싸움의 징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무열: …꿰매거나 때운 상처도 없어. 건강한 친구였군. 총상은… 가슴에 한 발 뿐이지만 수십초 이상 버티지 못했을 거야. 

류태현: 피살자가 총을 들고 있지만, 스스로 쏘았다고 보기에는 총상 부위가 이상합니다

하무열: …머리를 쏘는 사람은 많아도 가슴을 쏘는 사람은 드물지. 하지만 이 손의 모양이나 팔의 근육이 경직된 모습을 보게. 적어도 사망 직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간 건 강수혁의 자의였네. 

류태현: ……그, 그럼 역시 그가 재하씨를 죽이고 자살을..?


무열씨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장혜진: 말도 안돼요! 지금 수혁씨가 범인이라도 된다는 거예요!?

류태현: 확실히… 어떤 원한관계도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이긴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에는 강력한 증거… 저와 수연씨라는 목격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머리에 댄 총기까지.


혼란스러움이 가중되어 간다. 나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양수연: ……나도, 믿을 수 없어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아요..!


슬픔과 좌절이 섞인 방 안, 피비린내가 가득한 이 장소에서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 수혁씨의 시신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머리가 어질거리고 몸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 같다. 


…어째서. 어째서?


벽에 머리를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무열: 나가기 전에 잠시 사건 직전의 행적을 들어보겠네.

장혜진: 방 안에 혼자 있었어요.

양수연: 잠시 쉬다가 팔을 걷으면서 야광물질을 발견했어요. 그 다음에는 태현씨에게 말하고 함께 5층에 올라갔어요. 

류태현: …전 무열 선배를 지키고 있다가 수연씨와 함께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하무열: 죽은 두 사람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아는 건 없나?


모두 고개를 저었다. 


류태현: 해산하고 휴식하러 갈 때, 특별한 대화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까?

장혜진: 난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어요. 

양수연: …수혁씨와 어느 방에서 쉴 건지 짧게 이야기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는데…. 

하무열: 그 외의 사람들과 대화한 적은 없나?

양수연: 네. …전혀. 


혜진씨도 고개를 저었다. 


하무열: …별 도움들은 안되는군. 증명해 줄 만한 사람도 다 죽어버렸으니. 


무열씨는 뒤통수를 긁으며 밖으로 향했다. 



#

하무열: …그래서, 건너편 방의 야광물질은 조사가 끝났나?

양수연: 아뇨…. 미처 다 보기 전에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류태현: 무슨 글자가 쓰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무열: 그쪽으로 가서 제대로 확인해 보세. 


[A블럭 브릿지]

태현씨가 전등 스위치 쪽에 섰다. 


류태현: 불을 꺼보겠습니다. 

양수연: …창가 아래를 보세요.


다가선 무열씨가 천천히 문자를 읽었다. 


하무열: …길은…… 비밀스러운… 상자의 위에 있다. 

장혜진: 길은 비밀스러운 상자의 위에 있다?


그는 창가를 붙잡고 힘겹게 일어섰다. 


하무열: …불을 켜게. …힌트가 맞긴 한 거 같군. 비밀스러운 상자가 무엇일 것 같나?


무열씨가 모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장혜진: …비밀스러운 상자…… 비밀스러운 상자가 뭐지?


혜진씨가 중얼거리며 방을 맴돌았다. 나는 현기증을 느끼며 벽에 기대어 섰다. 


류태현: 실제로 잠겨 있는 금고 같은 걸 말하는 걸까요?

하무열: …….


무열씨는 태현씨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양수연: …무열씨?

하무열: …비밀스러운 상자는 우리가 지나쳐 온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군. 

류태현: 어떤 건지 감이 잡히신 겁니까?

하무열: 가능성을 생각한 것뿐이네. 일단 이 방에서 나가서 찾아보도록 하지. 



#

양수연: 비밀스러운 상자라면… 사물함, 즉 캐비닛이 아닐까요?

류태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장혜진: 비밀스러운 상자 위에 길이 있다고 했어….

하무열: 저기 길 비슷한 게 보이긴 하는군. 


캐비닛 위쪽 천정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했다. 



#

류태현: …열어보겠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군요..!


쩔쩔매는 태현씨 옆으로 혜진씨가 다가갔다. 


장혜진: 이걸로 밝히면 좀 보일 거예요. 


혜진씨가 꺼낸 것은 권총 라이터였다. 


류태현: 혜진씨..? 어떻게 이것을..!

장혜진: 아까 방을 조사하러 갔을 때 들고 왔어요. 좀 재수 없긴 하지만…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구 하나라도 더 챙기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이게 딱히 살인에 쓰인 흉기도 아니고…. 문제될 거 없잖아요?


그녀는 무심하게 말하며 불을 켜 들었다. 


양수연: …….

하무열: …그걸 가져가는 건 나도 방을 조사하면서 봤다네. 도구를 챙기는 걸 말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무열씨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하무열: 그나저나 참 그럴싸하게 만들었어. 정말 실총이라고 해도 믿겠는 걸.


혜진씨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것을 가져온 걸까? …정말 쓸모 있는 물건일지 모른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제 6 장 

 종극 

― 류태현 시점 ―



#

즉시 문으로 달려가 당겨보았다. 


장혜진: 빛이..!


무열 선배를 부축하며 계단을 올랐다. 

우리가 빠져나온 곳은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선체였다. 


장혜진: 드, 드디어!

양수연: 밖으로 나왔어요!

류태현: …역시 배 안이었군요.


무열 선배도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갑자기 PDA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무열: …역시 그냥은 보내주지 않을 생각이군. 


무열 선배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강민: 먼저 여기까지 도달한 걸 축하하지. 여러분이 헤매이는 과정은 정말 인상깊게 봤어. 진상에는 도달하셨는지 모르겠군. …굉장히 궁금해. 


잠시 낮게 웃은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허강민: 자, 이제 종극의 시간이다. 여러분에게 마지막 게임을 제안하지. 

하무열: 마지막 게임이라고?

허강민: 알고 있을 텐데. 마지막엔 범인의 이름을 대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특히, 류태현 순경의 입으로 듣고 싶군. 

류태현: 내게, 범인을 지목하라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하무열: 나는 닥치고 있으라는 건가?

허강민: 당신은 해설역이지. 차례를 기다리는 게 좋을 겁니다. 

하무열: 훈수도 안되는 건가?


무열 선배는 그를 향해 빈정거렸다. 


허강민: …하무열 형사. 허튼 수작 부리면 배는 폭파됩니다. ……장난으로 듣지 않아줬으면 하는군요. 

장혜진: 그, 그건 안 돼!!


배가 폭파된다는 말에 혜진씨의 얼굴빛은 사색이 되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은 뒤 말을 이어갔다. 


허강민: 규칙을 전달하지. 류태현 순경은 지금까지 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이름을 말한다. 범인의 이름은 함께 배 안에 있던 8명 중에 있다. 오답을 말할 경우, 죽는다. 모를 경우, 죽는다. 게임을 거절할 경우 역시, 죽는다. 



#

허강민: 자, 그럼 시작하지. …범인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류태현: 범인은… 여자다. 

허강민: 그래? 그렇다면 사람들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지?


[양수연 선택]


양수연: …태현씨! 지금 무슨 말을..!


수연씨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허강민: …재미있군. 함께 고생한 사람을 범인으로 모는 건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류태현: 권총 라이터 때문이다. 

양수연: 그게 어쨌길래 저를..!

허강민: …뭐가 문제라는 거지?

류태현: …그것이 실제 총과 매우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양수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연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류태현: 계속해서 위화감이 느껴졌었습니다. 야광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5층 A블럭 브릿지로 갔을 때, 창가를 본 수연씨가 말씀하셨죠. 재하씨가 권총 모양의 라이터를 겨누고 있다고

양수연: 네… 맞아요. 보인대로 얘기한 것뿐이에요. …그게 어쨌다는 거죠?

류태현: 얼핏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재하씨가 그걸 가지고 다닌 건 사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재하씨가 권총 모양의 라이터를 손에 넣은 곳은 5층 B블럭의 서랍이었습니다. …우리들이 팀을 분할해서 이동했을 때의 일이었죠. 따라서 수연씨는 그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계속하죠. 우리가 사건을 목격한 A블럭 브릿지와, 사건이 일어난 B블럭 브릿지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맞은편 방의 커다란 협박문을 겨우 읽을 정도의 거리죠. 그 상태에서, 수연씨는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그것이 권총 라이터라고 이야기했던 겁니다..!


수연씨와 마지막 사건을 겪으며 느꼈던 알 수 없는 위화감. 그 정체는, 권총 라이터는 실총과 매우 흡사하여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당시의 사실이 지금, 선명하게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양수연: 아… 사실은 4층에 내려왔을 때, 재하씨와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어요. 그래서-

류태현: 5층에서 두 구의 시체를 조사한 뒤의 대화를 기억하십니까? 휴식시간을 전후해 수혁씨나 재하씨를 보거나, 이야기한 적 있냐고 물었었죠. 그때 수연씨는 분명히 수혁씨와 잠깐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수연씨가 권총 라이터를 처음 본 시기는 방금 전. 5층 중앙계단에서 혜진씨가 배전함 안을 밝혔을 때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5층에 야광물질을 확인하러 갔던 시점에서, 이미 수연씨는 권총 라이터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양수연: …!

장혜진: 그렇다면 결론은 뭐야..? 설마…


심장이 격하게 뛴다. 

정황을 종합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류태현: 재하씨를 부지깽이로 살해하고, 수혁씨에게 총을 쏘아 치명상을 입힌 범인은… 양수연씨, 당신입니다. 


긴 적막이 흘렀다. 

무열 선배가 앞으로 나섰다. 


하무열: 다들 영 말이 없구만. …이제 선생님의 정리 시간인 것으로 알겠네. 


말을 마친 그는 가슴을 펴고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하무열: 류순경의 결론에 내가 살을 붙이자면, 여기의 수연양은 서준용, 우희경, 허대수, 김재하, 강수혁을 모두 살해한 범인임이 분명하네.

양수연: …….

장혜진: 그, 그럴 수가….

하무열: 재미있게도 그럴 수가 있다네.

류태현: 수연씨가 희생자 모두를 살해했다고..?

양수연: 망상이 지나치세요..! 어떻게 제가 다른 팀 사람들까지….


무열 선배는 몸을 까닥대고는 입을 열었다. 


하무열: 그럼, 여러분이 눈을 뜬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비약 좀 얹어서 읊어보지. 너무 일찍하면 배부터 터뜨려 버릴까봐 내내 참았다고. 그러니 아무쪼록 허선생도 너그러이 들어주게.


…무열 선배는 지난번 사건처럼 대략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걸까?

허강민이 탈출을 원천봉쇄하는 일을 막기 위해 그것을 숨기고,

사태를 방관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허강민만의 게임이 아니다. 

마치… 무열 선배와 허강민의 게임 아닌가!


서준용, 우희경, 허대수 살인트릭 설명 너무 길어서 쿨스루


하무열: 김재하와 강수혁은 한 세트야. 김재하는 아마 적당한 시기에 수연양을 눈치챘을 것이네. 눈치를 보면서도 여자라고 우습게 본 면이 있었을 거야. 겁 주면 말 들을 거란 식으로 말이지. 그리고 그의 자신감이 폭발한 순간이 바로 권총 라이터를 잡은 때였네. 


권총 라이터를 가졌을 때 싱글거리던 그의 표정이 떠올랐다. 


류태현: 그때… 마침 잘 되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무열: 물론 기분 째졌겠지. 다 알고 있다고 하면서 총으로 겁주고, 잘 구슬려서 나간 다음에 터뜨리면 대박이 날 지도 모르잖나. …하지만 살해 3관왕에 빛나는 수연양을 우습게 본 게 실수였어. 인적이 드문 5층으로 데려가, 방심하고 등을 돌렸을 때 부지깽이로 때려 살해했지. 

류태현: …수연씨는 그때 권총 라이터를 처음 보았겠군요.

하무열: 라이터로 협박당한 걸 알았으니 인상 깊게 남긴 했을 거야. 결국 그로 인해 자네에게 꼬리를 잡힌 격이 되었지. 마지막으로 강수혁이군. 김재하와 만나기로 한 뒤, 강수혁에게도 적당한 시간차를 두고 그 방에서 만나기로 했겠지. 그리고 김재하를 살해한 뒤 자네에게 찾아가 반대쪽 방으로 올라가 보자며 2번째 시간차를 이용했네. 자네가 목격한 순간은 수연양이 인기척을 내어 강수혁이 창가를 내다 본 때였겠지. 그 이전 그녀가 했던 짧은 상황설명은… 암시. 즉,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수법이었던 거야. 


무열 선배는 목이 마른 듯 재차 헛기침을 했다. 


하무열: 그리고 자네가 뛰어내려간 틈을 타 중앙 계단을 통과, B블럭으로 금세 넘어가 강수혁을 쏘았네. 다음은 다시 A블럭 쪽으로 내려와 어머나 세상에! 하면 끝이 나는 거지. …수연양은 그렇게 계획적이면서도 충동적이고, 각본을 따르면서도 임기응변식으로 계속 살인을 이어왔던 걸세.

양수연: …….


스피커 뒤에서 작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허강민: 감탄스럽군요… 하무열 형사. 그럼 그녀의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까?

류태현: 그런 것까지 어떻게..!?

하무열: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테고, 날 시험해 보겠다는 건가?

허강민: …….

하무열: 내가 추정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장기매매네.

류태현: 자, 장기매매라구요?

장혜진: …!!

하무열: 이번에 유난히 몸이 아픈 자들이 많더군. 당장 보기에도 환자인 자들 말고도, 과거나 현재의 이력에서 건강이 큰 변수였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네. 

장혜진: 준용이가 건강 때문에 입시를 치루지 못했다고 했었어..!

류태현: 희경씨도 건강 때문에 은퇴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무열: 허대수 역시 몸 쓰는 일을 하지 못해 고시를 본다고 말했었지. 저기의 장혜진 역시, 눈의 문제를 계속 숨기려 하더군. 

장혜진: …!

하무열: 일단, 이 단계에서 의료에 관련된 원한이라는 추측을 했지. 그 후, 우희경과 허대수의 시신에서 수술 자국을 발견했네. 모두 개복 수술이었어. 와인을 마셔야만 한다던 우희경은 아마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었을 거야. 이식자는 끊임없이 약을 먹어 장기를 관리해야 하는데, 빼앗긴 약을 대신해 덕을 볼 수 있는 것이 와인이지. 실제로 별 효과 없다고 해도 삶이 절박한 사람에겐 그만큼 중요한 게 없다네. 


무열 선배는 턱수염을 긁적였다.


하무열…왜 이식 사실을 숨기려고 했을까?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건 아니었을 거야. 그것은 그들이 불법 장기 이식을 받았기 때문이며, 그것이 그들의 일세. 

류태현: 그렇다면… 재하씨는? 그의 시신에는 수술 자국이 없었습니다. 

하무열: 그 자는 좋아하는 돈을 먹고 제보된 고발 기사를 없앴을 거라고 보네. 르포 전문의 베테랑 기자가 삼시세끼보다 돈을 좋아한다니 답이 나오지 않나. …강수혁 역시 수술 자국이 없었지. 병원장의 아들이자 행정실장이 여기에 어떻게 관여될 수 있겠나? 난 그가 장기매매 브로커였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여기의 수연양은… 모두를 죽인 범인이자, 약혼자의 장기를 적출당한 피해자일세.

양수연: 어떻게…… 그걸…?

하무열: 수연양이 말한 자신의 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지. 본인 과실로 약혼자를 죽였다, 그런 건 여기 올 이유로는 한참 미달이야. 자네의 죄책감… 근원은 물론 사고겠지. 하지만 지금 자네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 약혼자를 죽였다는 것은 그가 불법 장기매매의 피해자가 된 것 때문이 아닌가?


양수연……네. 제 약혼자는 지금 갈기갈기 찢어져 제가 죽인 자들의 몸 안에 들어가 있어요.



#

양수연: 이제는 모두 아시겠지만, 제가 바로 강민씨가 준비한 주인공이었어요. 강민씨는 제게 무대를 만들어 주었고, 대신 태현씨와 무열씨라는 변수를 넣어 주셨죠. 그리고 무대 안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살아남으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도망자의 자유를 줄 거라고 약속했었는데….

류태현: 그의 술책에 넘어가면 자멸 뿐입니다..!

양수연: …자멸? 전 이미 아무 것도 없는 껍데기 뿐인 걸요. 


그녀는 정말로 알맹이가 사라져 버린 사람처럼,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 


양수연: 제가 일으킨 그 날의 사고 후, 저와 제 약혼자는 각각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듯 끌어안았다. 


양수연: 다시 찾아갔을 때, 그는 없었어요. 그 어디에도..! 위중한 상태였지만 분명히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둘 다 천애고아였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어요. 가진 것을 모두 털어 뒷조사까지 하고 나서야 무서운 사실을 알았죠. 거대한 조직에서 급하게 장기를 매매하기 위해, 연고가 없는 중환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거기에 깊이 관여된 사람이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람, 그를 고른 사람이…… 병원장의 아들이자 행정실장인 수혁씨였다는 걸….


그녀는 조금씩 손을 떨고 있었다. 


양수연: 처음에는 정보를 모아 언론에 터뜨리려고 했어요. 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믿을 수 있다던 기자는 병원과 조직에서 큰 돈을 주자 모든 정보를 파기했어요. 내가 모든 걸 바쳐서 모은 자료들을!

하무열: …그것이 김재하로군.


그녀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혜진: …….

하무열: 그래서 다음으로, 강수혁에게 접근했나?

양수연: …네. 그는 내가 자신이 죽인 자의 약혼녀인지 알 리가 없었죠. 그런데 우습게도, 모든 걸 포기하고 수혁씨와 함께 한 지 1년이 되기 시작하니…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게 된 거예요. 내가 일으킨 사고 탓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를 마음에서 내려놓고. 복수를 위해 접근했던 수혁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한 거죠. ……정말 어처구니 없는 여자예요. 나는…….

류태현: 수연씨..! 행복해질 권리는 누구에게나-

양수연: 쉽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런 상황에서 강민씨를 만나게 된 거예요. 나의 을 이뤄줄 사람을.

류태현: 그건 꿈이 아니에요! 절망에 떨어지고 말 뿐입니다!

양수연: 그게 무슨 상관이죠? 전 이미 절망에 떨어졌어요. 선을 넘었다구요. 내가 죽인 자들도 그들 자체로는 좋은 사람들일지 몰라요. 하지만 내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그저, 내 약혼자의 몸을 잘라서 판 자와 그것을 사서 품은 자들을 몰살시키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까..!


그녀 역시 선을 넘은 자 였다. 

허강민이 말하던,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자.


허강민: 실패했군. 약속대로 계약은 파기다. 도망자의 자유… 어쩌면 너는 그런 건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을 테니.


그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연결을 끊었다. 


양수연: 이제… 그도 저를 버렸네요.


수연씨는 쓸쓸하게 웃었다. 


하무열: 나는 자네를 동정할 생각은 없네. 

양수연: 네.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절 마음껏 욕하셔도 좋아요.

하무열: 그럴 생각도 없어.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겠네. 우리가 3층을 조사하러 갔을 때, 장혜진이 강수혁을 방으로 불러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 거라고 생각하나?

양수연: …!

하무열: …아마 장혜진은, 자신의 죄에 대해 이야기했을 거네. 그녀는 그에게 기대려고 한 것이었겠지만, 강수혁은 장기매매 브로커인 자신이 중심 타겟임을 눈치챘을 거네. …물론 여자친구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그는 자네에게 자신의 그 부분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했을 거네. …그래서 용의자가 되면서까지 대화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던 거지. 

장혜진: 마, 맞아요. 내가 한 이야기는 각막 이식에 관한 거였으니까….

양수연: …….


안 돼. 무열 선배의 이야기는 그녀를 점점 더 무너지게 할 뿐이다. 

5층의 현장에서 느꼈던 또 하나의 강한 위화감.

무열 선배는 어쩌면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하무열: …5층에서 발견한 강수혁의 시신을 보고 자네도 이상함을 느꼈을 거야. 

양수연: …….

하무열: 복도에서 가슴을 쏘았는데, 사체는 브릿지에서 머리에 총을 대고 누워 있었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양수연: 모, 모르겠어요. …아니, 알고 싶지 않아요..!

류태현: 무열 선배..!

하무열: 약속대로 5층에 올라간 강수혁은 복도에서 자네에게 치명적인 총상을 입었지. 자네가 남긴 총을 집은 그는, 다시 브릿지로 돌아가, 머리에 총을 쏘아 자신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 즉, 자네를 보호하려다 사망했던 것이네


그녀의 눈에, 초점이 사라져간다.

무열 선배는 그녀를 완전히 부숴 버렸다.


양수연: 사실…… 알고 있었어요. 그 방에 다시 갔을 때 알 수 있었죠. 멍청한… 사람…….


그녀의 표정은 마치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양수연: 난… 대부분을 이뤘어요. 그의 몸을 나눠 가진 자들을, 나의 손으로…. 하지만……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요. 예전에는… 수혁씨가 있었죠.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그녀는 비척비척 뒷걸음질 치며 선체 앞쪽으로 향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류태현: 안됩니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무열 선배가 놀라운 힘으로 어깨를 붙잡았다.


하무열: 자네까지 위험해져! 그만 두게!

류태현: 이거 놓으세요!

하무열: 이미 선을 넘은 자들이야. 어쩌려고 그러나!

류태현: 그래서… 선을 넘었기 때문에 부숴버린 겁니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그녀는 선체의 끝에 등을 기댔다. 


양수연: 이젠… 지쳤어요.


달성된 복수의 허무함과 

휘몰아치는 회한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몸을 던졌다.


류태현: 안 돼―!!!








   Epilogue.


사건 발생 수개월 전.

작은 공원 묘지에 한 남자가 서 있다. 한참을 서 있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찾아온다 한들, 기쁘지 않을 거란 건 압니다."


띄엄띄엄 건네는 이야기는 무덤의 주인에게 하는 듯 했다.


"……오늘, 조직을 탈퇴하려고 합니다. 희생이나 고통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된 당신에게는 어떤 위로도 되지 못하겠죠."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용서받지 못할 놈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용서를 비는 것도 내 이기적인 바람 때문이죠. …그녀를 알고 나서야, 지금껏 잘못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을 서로 맞잡았다.


"나는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를… 용서해주세요."


그것은 터무니없이 이기적이고도, 절박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무덤가에서 웬 혼잣말입니까?"


저쪽에서 다른 남자가 다가왔다.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냥 고인에게 할 말이 있어서…."


놀라 얼버무리는 남자를 보며, 다가온 남자가 미소지었다. 


"누구나 고인 앞에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죠. 보기 좋아서 참견해 본 겁니다. 그럼 전 이만."


다가온 남자는 그대로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


무덤 앞에 선 남자, 강수혁은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

.

.



"……보면 볼수록 재미있게 되었어."


길 끝으로 나온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낮게 웃었다.


"양수연…. 이번 게임에서 얼마나 잘 해줄지 기대되는군."


고개를 든 남자, 허강민은 수풀에 걸린 흐릿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검은방 2 트루엔딩

 

[상처자국]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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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에 출시되었으니 벌써 10년된 게임인데

한번 띵작은 영원한 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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