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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BL

감상/ 월계수 가지 사이로

by 뀽' 2021. 10. 27.

월계수 가지 사이로  /  윤해월

★★★☆

후회공이냐 다정공이냐, 승패를 가를 때가 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치곤

다짜고짜 널 돌려달라고 절박하게 굴던데.

빌어먹을 새끼가.

 

※주의: 메인공이 누구인지 등,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표지의 저 아름다운 이공일수 구도가 보이시나요? 정말 구도값(?)하는 작품입니다. 일공일수 원앤온리에 집착하는 나같은 극성 독자도 ‘거참 살다보면 찐사가 두 명일 수도 있지 허허’ 하게 만든 대단한 작가님ㅋㅋ 물론 결말은 아주 깔끔하게! 여지도 주지 않고! 한 사람과 이어지는데, 이루어지지 않은 쪽이 찐사가 아니었다곤 말을 못하겠음.

 

로마 집정관의 외아들 하드리우스(애칭 하디)는 부유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학문을 배우며 자란, 다소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 하지만 여린 성정과 ‘수동적’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내내 무시 받으며 자랐는데. 그런 그를 둘러싼 두 남자의 불꽃튀는 하디 쟁탈전 되시겠다ㅋㅋ 가문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하디에게 접근해 그를 나락으로 빠트린 평민 출신 후회공 티베리우스.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남창이 된 하디와 우연히 만나 그를 보듬게 되는 귀족 중의 귀족, 다정공 막시무스. 어느 쪽 주식을 사시겠습니까ㅋㅋ 당신의 메인공에게 투표하세요! 참고로 저는 주식 성공함^^

 

작가님이 두 주인‘공’의 설정과 서사, 분량까지도 노련하다 싶을 정도로 잘 조절하셔서 어느 쪽에 치우친다는 느낌이 없는 완벽한 이공일수를 구현하셨음ㅋㅋ 일단 티베리우스는 정석적인 후회공 루트를 탄다. 절로 욕이 나오는 엄청나게 쎈 업보, 그러나 그가 그렇게 행동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모든 것이 망가진 후에야 애타게 하디를 찾아 헤매는 모습으로 카타르시스를 주기까지. 이야 이거 메인공인데? 싶으면 그때 다정공 막시무스가 튀어나온다. 태생 귀족에 문란한 나쁜 남자가, 딱 한 번 마주쳤던 하디를 4년 동안 잊지 못하고 있다가 재회한 후 알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반해서 다정헌신공이 된다? 아 이게 또 진남주 서사거든요!ㅋㅋㅋㅋ

 

그야말로 정석 절절후회공 vs 정석 다정벤츠공 서사의 격돌. 두 쪽 다 독자들에게 친숙한 ‘아는 맛’ 도식인데, 이게 아는 맛끼리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싸움을 붙여놓으니까 흥미진진할 수밖에ㅋㅋ 게다가 로마시대 특유의 화려하고도 문란한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님의 유려한 문체 덕에 클리셰가 세련되게 포장된다. 로마 한복판에 진짜 서 있는 느낌이라구요! 덕분에 그 안에 사는 캐릭터들에게도 생동감이 입혀져서, 키워드와 도식에 굉장히 충실한(그래서 예상이 가는) 왕도적 전개임에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음. 두 공이 ‘비슷한 상황, 다른 선택’하는 걸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여러 번 보여주면서 그 선택들이 쌓여 메인공이 정해지는 흐름도 좋았고. 

 

기본적으로 사치와 향락에 찌든 로마 귀족들의 역겨운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인데 덕분에 속으로 수십번 화염병 던졌다, 그렇다고 해서 선한 평민 vs 나쁜 귀족 같이 이분법적인 구도를 취하진 않은 것도 굳. 도리어, 폭정을 일삼는 귀족 내쫓고 그 자리에 앉은 평민이 그 귀족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걸 보여주는 현실적인 전개가 좋았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뒷골목에서 더러운 일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던 평민 티베리우스’가 ‘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나 비뚤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 귀족 막시무스’에게 패하는 서사는 내가 막시 편인데도 마음에 좀 걸렼ㅋㅋㅋ

 

평민 출신이지만 능력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부패 귀족에게 누명까지 씌워가며 잔인하게 몰살한 후 그들보다도 더 타락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른(조금 더 올바른) 기득권 귀족에 의해 척결당한다는 큰 흐름이 개인적으론 좀 섭섭(?)했어요…ㅋㅋ 그리고 중후반까지 적당한 템포로 진행되던 감정선과 사건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결말부 클라이막스에서 너무 압축적으로 진행된 것도 아쉬웠다. 적어도 스무 페이지는 나올 줄 알았던 내용이 갑자기 3문단으로 요약 처리된 느낌? 개연성이 없는 건 절대 아닌데! 몰입해서 보고 있던 영화가 갑자기 결말 부분만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해주는 요약본으로 바뀐 거 같았다고ㅠㅠ!

 

아쉬운 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두 공 캐릭터가 대비되면서도 균형이 잘 맞아서 불꽃 튀는 재미가 있는 데에다가, 결정적으로 그 가운데에 위치한 하디가 사랑스러워서 좋았다. 순진수, 평범수에 호구수라서 성깔 있는 미인지략캐 사랑하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렇게 햇살 같은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8ㅁ8 티베리우스랑 막시가 애끓는 것도 이해가 감……. 특히 막시가 하디 어화둥둥하는 2~3권은 너무 달달하고 설레서 맨날 재탕할 듯ㅋㅋ 

 

1권 무료 대여 이벤트에 낚여서 기미하다가 할인 없이 전권 결제 갈기고 새벽 내내 읽었다. 이거 읽고 나니 괜히 로마시대물 더 없나 기웃거리게 되네ㅋㅋ 잘 쓰인 클리셰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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