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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BL

감상/ 반칙

by 뀽' 2021. 10. 18.

반칙  /  채팔이

★★★★☆

이런 패배 선언은 정말 반칙이잖아요

 

널 좋아하지.

호구돼도 상관없을 정도로 아주 많이.

 

정식 이북 출간은 2018년, 그러나 그 전부터 이미 유명했다는 바로 그 작품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개쎈 미남 대표님과 개쎈 미인 딜러의 애증 배틀 서사라니 이것은… 나를 위한 작품인가…? 키워드와 설정이 너무 내 취향이라 미친 듯이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 기대 이상으로 지독하고 처절하며 짜릿한 이야기였다. 권대표랑 주딜러는 원앤온리 참사랑이다 반박은 받지 않는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배경은 마카오. 미로 같이 이어진 골목, 빈민촌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주하원. 아버지 때문에 지게 된 4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빚에 눌린 무거운 삶이지만, 딜러 일을 하며 그래도 근근이 살고 있는 중이다. 형편 어려운 절세미인이 재벌양아치들 들끓는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한다니 증말 인생 망하기 딱 좋죠…? 근데 하원이는 안 망해 왜냐하면 엄청난 눈치와 깡다구, 처세술까지 갖춘 똑똑이이기 때문에ㅋㅋ 그리고 그런 주딜러의 테이블에 어느 날 슈퍼갑 권태하 대표가 찾아오면서 하원이의 지난한 인생이 요동치기 시작하는데.

 

다른 딜러는 다 털어먹어서 카지노가 적자까지 보게 만든 무시무시한 권대표. 그런데 그가 하원이를 찾아와서는 졌다…? 누가 봐도 이길 패를 들고 있었는데? 게다가 갑자기 네 빚 다 갚아줄 테니까 여기 말고 자기 크루즈에서 딜러 일 하라네? 나는 벌써 ㅎㅎ사랑이네~ 하며 히죽대고 있었지만 우리 하원이는 쉽지 않았다ㅋ 이 새끼 무슨 속셈이지?하며 날이 갈수록 경계 게이지만 올라감. 그리고 하원이의 판단이 맞았습니다…. 권태하가 40억 씩이나 투자해가며 주하원을 찾은 진짜 이유. 그리고 뒤통수. 이번엔 이쪽에서 뒤통수. 그러니까 저쪽에서 뒤통수. 야이씨X…….

 

그렇다. 두 놈 다 진짜 죽어도! 쌀알 한톨만큼도! 상대를 안 믿는다! 또 나만 믿었지 나만.. 모든 대화는 자신의 이득과 목적을 위해 치열하게 계산되어 있으며, 서로 자기가 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마디 한 마디 기싸움 수싸움이 정말… 지독하다 얘들아……. 근데 그와중에 또 서로 끌리는 게 너무 보여!ㅋㅋ 여기서 오는 성적 텐션이 엄청난데, 자기 마음을 들키는 순간 관계에서는 약자가 되어버리니까ㅠㅠ... 안 그래도 가진 거 없는 하원이는 감정에서마저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부정하고, 권태하는 [스포일러]의 이유로 숨막히게 하원이를 의심하고 시험하고 통제하려 든다.

 

이 끔찍한 불신이 답답하지 않은 건 둘 다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기 때문ㅠㅠ 그리고 이렇게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했던 애들이…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계산적으로 굴던 사람들이 결국 감정 앞에 굴복하고, 그렇게 무너진 스스로의 모습조차 기꺼워하게 되는 서사가 오백만점 크으 8ㅁ8.. 지독했던 불신의 깊이만큼, 그 불신을 기어코 깨버린 감정의 깊이는 배가 됐어요……. 아니 이기려고 반칙하던 애들이, 이제는 지려고 반칙을 한다니까?!(오열) 반칙을 이렇게 써먹는 채팔이님 필력이 반칙이다, 이 작품 제목이 반칙인 것부터 반칙이다ㅠㅠㅠㅠ

 

에일권, 주상경, 백현석, 탕방 등 주조연캐 누구 하나 플롯을 위해 일차원적이거나 도구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이 없는 것도 좋았다. 다들 채팔이님이 만든 캐답게 캐릭성이 상당히 강렬하면서도 현실적인 데가 있음. 분명 비현실적으로 돈도 많고 잘생긴 사람들이 작가님 특유의 양념을 친 드라마적 대사를 읊고 있는데도 그들의 비겁함과 나약함,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결정들이 캐릭터와 이야기에 현실적인 숨을 불어넣는다. 떡밥과 복선을 여기저기 뿌렸다가 싹 회수하면서 사건의 앞뒤가 딱 맞는 견고한 구조를 짜는데 능한 작가님이시라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 역시 짜릿했고ㅋㅋ

 

사실 렌시티보다 훨씬 전에 나온 구작이라 문장이나 글 구조 등 지금보단 좀 투박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투박한 것은 작가님의 필력이 아니라 제 머가리였습니다^^ 첫페이지 들어가자마자 마카오의 풍경을 내 눈앞에 생생히 그려내는 유려한 문장들을 보고 ㅇㅏ.. 그렇게 그 날 나는 새벽잠을 잃었다… 밤 새서 읽었다……. 게다가 반칙은 내 클래식 취향인 연상공이라서! 권대표님이 하원이 애기 같이 보는 게 너무! 너무다! 8ㅁ8 특히 마지막권 너무 달달해서 수시로 재탕할듯.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카지노, 카드게임, 호화 크루즈, 이런 반짝반짝한(?) 거 좋아합니다ㅋㅋㅋㅋ 상대적으로 노란장판 감성은 기빨려서 잘 못 봄.. 그런 배경 특유의 화려하지만 아슬아슬한, 한발 잘못 내딛었다간 그대로 나락인 분위기가 주인공수 두 사람의 팽팽한 감정 줄다리기와 맞물려서 더 매력적이었음. 렌시티 때도 느꼈지만 강렬하고 개성적인 재료들을 모두 넣으면서도 뭐 하나 잘못 튀어나오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요리를 만들어내신다. 늘 맛있게 받아먹고 있습니다, 후식으로 반칙 외전 주세요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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