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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BL

감상/ 누구란 질문에 답은 없다

by 뀽' 2021. 7. 12.

누구란 질문에 답은 없다  /  시요

★★★★☆

답을 모르는 불행, 답을 깨달은 지옥

 

차라리 정말 네가

날 저주하고 죽이러 온 저승사자인 게 나았다.

 

※주의: 공포 · 고어 수위가 굉장히 높은 작품입니다.

 

주의 문구는 폼으로 써 놓은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웹소설 통틀어 가장 무섭고 끔찍했고 소름 끼쳤으며, 그만큼 재미있었다. 텍스트 공포에는 강한 편이라 공포물 볼 때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비오는 날이나 어두운 새벽 시간에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형광등 다 켜놓고 호달달 떨며 읽었음ㅋㅋ 무엇보다 고어 수위 높은 건 예상 못했던 지라, 비위가 약한 저는 저녁 건너뛰고 읽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네요……. 그런데 그 모든 끔찍함을 감수할 정도로 좋았음ㅋㅋ

 

‘남해서’는 7살 적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을 밟아 본 인물. 당시 의식을 잃었던 이 어린아이는 창문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저택 복도를 헤매는 꿈을 꾼다. 복도에는 수많은 문이 나있지만 본능적으로 느낀 불길함에 방에 들어가지 않는데, 그때 들리는 아름다운 노랫소리. 노래를 따라가자, 문이 뜯겨져 나가 있는 방이 하나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해서는 제 또래의 아이를 발견했다. 정황상 학대를 받은 것 같은 그 아이에게 남해서는 동정심을 느끼고, 거기서부터 이 모든 비극은 시작됐다.

 

아이의 불행을 덜어주기 위해 무언가를 건네받고 꿈에서 깬 남해서. 이후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사람에겐 안 보이는 역하고 위협적인 존재들이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해서의 주변인물들마저 불행과 파멸로 몰고간다. 어둡고 외로운 해서의 인생에 처음으로 나타났던 다정하고 따뜻한 연인마저도 죽음으로 그의 곁을 떠나자, 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든 ‘그 아이’를 다시 만나보기로 하는데. 그런데 때마침 해서가 알고 있는 그 저택에 대한 꿈과 똑같은 내용의 괴담이 인터넷에 돈다? 그리고 이 핫한 괴담을 토대로 한 리얼리티 방송이 제작에 들어갔다? 이런 수상한 좋은 기회가!

 

그렇게 이 작품은 다소 으스스한 서론을 거친 후 그 ‘문제의 저택’에 들어가 탈출 예능을 찍는 본격 공포물의 본론으로 진입합니다. 외딴섬, 넓은 저택에 고립된 사람들. 여기서 감이 팍 오죠? 당연히 한 명씩 차례차례 죽어나가겠지^^ 서로를 향한 날선 의심, 그리고 그 중 이상하리만치 해서에게 친절한 한 남자. 이거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진부한 클리셰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한 번 읽어보세요 하품이 나오낰ㅋㅋ 클래식한 공포물의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코너를 도는 순간마다 예상 못한 돌발상황이 튀어나와 비명을 지른 독자였습니다…….

 

고어도가 생각보다 높아서 놀란 것도 있다. 고어에 익숙하지도 고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이 너무 좋았던 건 바로 주인공수의 캐릭터와 서사 때문.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의 정의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드는 이 끔찍하게 순수한 감정이 정말 소름끼치게 잘 표현된 수작. 지나친 공포는 사랑으로 곧잘 착각된다는 흔들다리 효과 이론처럼, 끔찍한 진실을 깨닫고 ‘그’와 성관계를 갖던 장면은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였음.. 극단적 공포와 애정이 뒤섞인 감정이, 숨을 헐떡이게 되는 흥분으로 전이되어 거기에 압도당하는 느낌.

 

참고로 눈치가 아주 없지만 않다면 중반부 즈음 이미 이 참상의 얼개를 대강 짜맞출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난 네 정체를 파악했다 후후’ 하고 있던 건 작가님의 설계에 그대로 당한 꼴이었으니, 성동격서라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유인책인 줄도 모르고 반대쪽을 치고 있었네..?ㅋㅋㅋㅋ 심지어 정답을 알고나서 재독하니 처음부터 힌트가 이곳저곳에 있었어서 가오나시처럼 아… 아…… 밖에 못하고 있음.

 

그리고 이 모든 전개와 반전은, 주인수인 남해서 캐릭터가 절대로 순진하거나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더 극대화된다. 초중반만 읽어도 해서가 상당히 침착하고 상황대처에 능한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덕분에 공포물에서 흔히 보는, 대책 없이 정론을 주장한다거나 뻔한 속임수에 주인공이 걸려드는 장면은 없다. 독자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해서도 예측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서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답답하지 않고 몰입이 잘 됨.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는… 강스포라서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냥 참 무섭고 좋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ㅋㅋ 

 

보통 인외의 사랑이라고 하면 끔찍하더라도 그만큼 경외시되는 느낌이 있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랑은 분명 숭고한데 동시에 음습하고, 가장 플라토닉하면서도 쾌락주의적이다. 그리고 이 극단적 이율배반성이 너무, 너무, 너무 짜릿해욬ㅋ 원앤온리 처돌이들의 필독서인데 공포에 고어라 독자층에 한계가 있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ㅠㅠ 집착공에 원앤온리 좋아한다면 밝은 대낮에라도 읽어보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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