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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BL

감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연애사

by 뀽' 2020. 8. 18.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연애사  /  우주토깽

★★★☆

공포와 힐링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니

 

난 저 하늘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최인섭 씨가 저걸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이걸로는 안 되는 건가요.

 

※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연애사>, 연작 <확정적 고의에 의한 연애사>, 외전 <연애사> 및 <연애사-히든트랙>까지 모두 읽고 쓰는 감상글.

※ 주의: 폭력적·강압적 관계, 더티 토크 수위가 매우! 매우! 매우 높은 작품입니다. 

 

개새끼공에 소심수, 거기다 개인적으로 기피하는 연예계물. 이렇게까지 내 불호 키워드로 도배된 작품도 없을 텐데 살다 보면 또 그런 게 땡길 때가 있다. 아름답고 다정한 이야기만 좋아하던 저 같은 사람도 쓰레기 캐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단 말입니다! 그것도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진짜 탑오브탑 혐성캐가 보고 싶었는데 BL계 혐성캐 리스트에서 이 작품 공인 이우연 씨가 빠지는 걸 본 적이 없어서ㅋㅋ 그렇게 호기심에 1권만 사서 펼쳤다가 주말이 사라지는 재앙매직☆이 일어났다. Aㅏ아… 이곳이 바로 그 따뜻한 쓰레기통이군요…….

 

외모와 연기력, 거기다 인성까지 완벽한 탑배우 이우연. 그러나 그는 사실 거슬린다 싶으면 으슥한 곳에서 맥주병으로 사람 머리 내려치는 미친놈이다. 자매품: 벽돌, 스패너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어리숙한 매니저 최인섭을 어떻게 괴롭혀줄까 간보던 이우연은, 최인섭이 뭔가 수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그렇게 혐성 탑스타가 순한 매니저에게 감기는 할리킹 로맨스 분위기가 풍기나 싶더니, 우연이 인섭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 바로 그 타이밍에 최인섭이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접근했단 사실을 들키면서 와장창.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되는 감금, 강간… 네…… (초췌)

 

그야말로 비도덕성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인데..ㅋㅋ 이우연은 이 작품의 최대 진입장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던 결정타이기도 하다. 로맨스물 주인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냔 비판은 소용이 없는 게,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그 ‘심하다’는 데에 있기 때문. ‘이우연’이라는 캐릭터가 단순 폭력적인 수준을 넘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선천적 반사회성 성격 장애(APD) 환자라는 게 바로 이 작품의 중요 서사이다. 캐릭터를 싸패 집착남으로 묘사하는 것과, 명백하게 APD 환자라고 명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요?

 

지능과 연기력이 고도로 발달한 APD 환자 이우연은 일반인들의 행동 양식을 모방하며 살아왔고, 그런 그가 난생 처음으로 제 이해 및 모방 범위를 벗어난 존재인 최인섭을 만나 겪게 되는 혼란과 분노, 거기서 파생된 집착과 가학적인 애정이 작품 전반에 걸쳐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MSG 가득한 전개 속에서도 그의 비정상성과 폭력성이 현실감 있게 그려져서 이게 로맨스로 포장되긴커녕 진짜.. 진짜 무서워요... 인섭아 도망가!!!

 

그러나 도무지 사랑이라 부를 수 없을 것 같던 그의 폭력성이 점차 인섭이 아닌 저 자신에게로 방향을 옮기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가족 외엔 알지 못하는 자신의 병력을 토로하며 이해를 갈구하고, 보통 사람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제 비정상성에 처음으로 절망하고, 눈앞에서 죽을 뻔한 인섭에 극심한 고통과 공포까지 느끼게 된 이우연이 결국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되는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합시다ㅋㅋ

 

이우연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긴 하는데 최인섭 씨도 보통 캐릭터는 아님. 사이다에 길들여진 요즘 독자들이 보기엔 답답할 정도로 선량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독한 복수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갈팡질팡 계속 흔들리는 마음이 1권부터 아주 잘 드러난다. 타인에게 악의가 있을 거란 의심조차 거의 못하는 순진함에 한국어에 다소 서툰 설정이 합쳐져 이우연 못지 않게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인데 저는 이 정도의 선량함이 아니면 이우연 못 품는다고 봅니다.... 솔직히 보통 사람이라면 이우연 병력 아는 순간 도망가는 게 정상

 

조연 캐들의 쓰임이나 사건 전개 방식이 요즘 감수성에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더티 토크 수위가 상상 그 이상이라 섣불리 남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작품인뎈ㅋㅋ 그럼에도 주인공 캐릭성이 내 지뢰 키워드를 압도할 정도로 매력적인 데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 조울증(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 문제를 의외로 진중하게 다루는 점이 정말 좋았음. 이건 그냥 성격 개나쁜 미친놈과의 연애일기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 이상하게 현실적이고 마음 울렁거리는 구석이 있어요…….

 

<미필고> 시리즈가 2012년에 나왔고, 연작인 <확정고>가 6년 텀을 두고 나온데다 외전격인 <연애사>는 최근에 나온 걸로 아는데 캐릭터성과 서사에서 붕괴가 일어나긴커녕 갈수록 단단해지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놀라운 점. 그래서인지 10권이나 읽어놓고도 또 외전 내달라고 자꾸 바라게 된다. 작가님 다음 외전은 <결혼사> 어떠세요 농담 아니고 저는 정말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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