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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BL

감상/ 뉴비 키워서 갈아먹기

by 뀽' 2020. 9. 28.

뉴비 키워서 갈아먹기  /  백삼

★★★

이것은 BL인가 일상게임물인가

 

힐 주는 사람은 힐러인데

왜… 깝치지?

 

화제의 신작 뉴키갈. 때마침 ‘채팅창’이나 ‘커뮤 반응’이 잔뜩 들어가 묘하게 이입되면서도 적당히 관조하듯 볼 수 있는 작품이 땡겨서 후다닥 읽어봤는데, 성공이었다. 재밌어요. MMORPG를 제대로 플레이한 적은 없는 문외한이지만 주변 사람들 어깨 너머로 대강 탱딜힐이나 사사게 같은 용어는 아는 뇌라 망설임 없이 질렀는데 정말 재밌다ㅋㅋ 주인공수의 길드 채팅과 레이드, 그리고 사건사고게시판(일명 사사게) 반응을 따라가며 읽다 보니 마치 내가 직접 게임 플레이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몰입도가 있음. 얼마나 몰입도가 있냐면 이거 장르가 BL이라는 걸 잊을 정도ㅋㅋㅋㅋ

 

주인수인 성차현(닉넴: 지적)은 국민흥겜 아스타 연대기의 고인물이자 현재 1위 길드인 ‘헤이스트’의 길드 마스터이다. 그리고 흔히 이런 고랭 핵네임드 유저가 하는 변태짓―개똥망 직업을 메인캐로 키우기―을 이 녀석도 합니다^^.. 본격 힐 안되고 애매하게 딜량은 잘 나오는 힐러캐로 ‘딜 하는 힐러’ 포지션ㅋㅋ 그런데 새로운 레이드 업데이트를 앞두고 그의 유일무이한 파트너 힐러가 군대런을 해버렸다? X발 퍼스트 클리어를 해야 하는데! 하며 빡친 그의 앞에 나타난 수상한 뉴비, 최수빈(닉넴: 힐줄랑말랑. 보아하니 실력에 싹수가 있어 보여서 지적은 이 말랑이를 키워서 갈아먹기로 결심하는데..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닉값하는 건지 남들 실력 사정없이 지적질하는 혐성으로 유명한 지적이 뉴비 하나 꼬시려고 착한 척 한다는 것. 그리고 지적의 착각과는 달리 우리의 뉴비 말랑이가 그닥 순진해보이지는 않는다는 것!ㅋㅋㅋ 한마디로 어딘가 허술한 계략수와, 그 계략수를 뛰어넘는 계략공의 이야기 되시겠다. 아이고 성차현 이 순진한 혐성(?)아, 쟤 아무리 봐도 너한테 일부러 접근한 거 같다고……(흐뭇)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전개가 게임 내의 이야기(상대 길드와의 신경전, 레이드 등 게임 컨텐츠)인데, MMORPG를 어중간하게만 알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무리 없이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정도였다. 얘네가 먹는 시간 줄이고 자는 시간 줄여서까지 게임에 투자하는 미친 놈들이기 때문에 처음엔 아니 얘들아 너네 왜 이렇게 게임에 진심이야;; 하다가도 갈수록 이 녀석들과 동화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음. 야 너네 지금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있니? 레이드 퍼스트 클리어 해야지? 저쪽 길드 샊끼들한테 정의구현 해야 할 거 아냐? 너넨 게임이 장난이니? <<ㅋㅋㅋㅋㅋ

 

로맨스 분량은 내 기준으로 따지면 약 3퍼 정도. 음, 너네 서로 좋아하는구나^^하는 냄새만 살짝 풍기는 수준이었다. 물론 중반부터는 현실에서 만나 서로 얼굴도 까고, 후반에는 키스도 하고 그러지만 이상하게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ㅋㅋ 오히려 각각의 특색이 살아있는 매력적인 길드원들과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고, 장비 강화를 한다든지, 레이드를 깬다든지, 게시판에서 여론몰이를 한다든지 하는 사건사고들이 흥미진진했다. 뭔가 내가 이름 없는 길드원이 되어서 헤이스트 길원들과 함께 아스타 연대기를 플레이하고 있는 기분..! 그리고 원래 남이 장비 강화하다 깨먹는 거 구경하는게 제일 재밌다

 

물론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수 녀석들이 썸타는 것도 흐뭇하긴 합니다. 문제는 내가 막 서로 죽고 못 사는 구원서사 이런 것만 보다가 현실연애하듯 간질간질하게 썸타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상대적으로 허허 그래 귀엽구나… 하며 뒷짐지고 보게 돼서 그럼ㅋㅋ 하지만 보는 맛은 있었습니다. 특히 성차현 네 이놈, 어떻게 게임에선 1랭 유지하면서 현실에서 학과 성적이랑 조별 과제까지 다 챙길 수가 있는 거지. 심지어 훤칠한 미남이다. 이거야말로 미친 판타지 원래 게임 레벨이랑 현생 레벨은 반비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치사하다 성차현 나랑 결혼하자! (???)

 

찐로맨스를 원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쉴 새 없이 웃긴 전개가 재미있는 일상게임물. 거기다 곁들이로 썸타는 게 들어간 느낌이다. 나름 이 작품의 빌런(!)인 상대 길드와의 전쟁, 그 전쟁 과정에서 밝혀지는 뉴비의 과거와 정체까지. 소소한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구성도 잘 짜여져 있어서 정말 막힘 없이 순식간에 완독했음.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만 아니라면,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가볍게 읽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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