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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BL

감상/ 레인보우 시티

by 뀽' 2020. 10. 12.

레인보우 시티  /  채팔이

★★★★☆

멸망의 시대에 꽃피는 사랑은 언제나 옳다

 

관등성명 대, 씹새끼야,

누구 마음대로 석 박사 연행하래?

 

BL 입문한 뒤로 어쩌다 보니 평소 선호하지 않던 키워드 작품들부터 읽었는데, 내 취향 키워드로 범벅된 소설이 여기 있었네^^ 건장한 군인 미남공에 병약 무덤덤한 연구원 미인수.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 끊임없이 일이 터지는 사건물인데다 주인공수 두명 다 머리 좋고 상황 판단 빠른 능력캐. 작가님 진짜 배우신 분이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설정들만 가져가셔서 더 맛있게 비비실 수가 있지. 심지어 원앤온리 트루럽 서사다. 좋아서 기절

 

어느 멍청한 제약회사가 벌인 헛짓거리로 인해 전세계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 제약회사 이름을 따 ‘아담’이라 불리는 좀비가 창궐해 세계 인구는 급속도로 줄고 국가도 무너져버린 아포칼립스 시대에, 한반도는 ‘레인보우 시티’라는 군부 체제를 통해 간신히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평화의 시대가 잊혀져 갈 무렵, 어느 순간 태어나기 시작한 ‘돌연변이’들. 그들은 어딘가 하자가 있지만 보통 인간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능력을 가졌는데 우리의 주인공수, 곽수환(32세, 소령)과 석화(34세, 연구원)도 바로 그러한 돌연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ㅋㅋ

 

이야기는 상부의 명령을 받은 곽수환이 석화의 보호 겸 감시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는데. 너무 세서 좀비 머리를 맨손으로 부수고 다니는 곽소령과, 밥 먹다가도 힘이 빠져 국에 얼굴 박는 석박사님의 극과 극 조합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댓글에선 얘네 잘 수 있냐는 걱정이 폭발했다.  잡니다. 그러나 유리몸이라고 성격도 유리인 건 아니라서ㅋㅋ 능글까리한 곽소령이 짓궂게 놀리고 시비를 걸어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상대하는 석박사의 티키타카가 매우 좋음. 거기다 석화의 사회성이 제로라서 때론 핀트를 못 맞추고 엉뚱한 반응을 하는데 그게 상당히 귀엽다. (곽: 돌처럼 무미건조한 석박사~ / 석: 돌은 무미건조하지 않은데요? 수분도 있구요)ㅋㅋㅋㅋㅋ

 

믿고 보는 클래식인 육체파-두뇌파 콤비인 것도 좋은데, 육체파인 곽소령은 머리까지 잘 돌아가서 섹시하고, 허약한 석박사는 은근 빠릿빠릿해서 흔히 걱정하는 민폐나 고구마 상황 같은 거 없다. 틈틈이 비상식량 먹으며 체력보충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곽소령에게 답삭답삭 업히는 석화 귀여워욬ㅋㅋ 무엇보다 곽소령이 두살 연하인데 곽소령은 반말하고 석박사는 존대한다! 너무! 좋아! 원래 연하남 그닥 안 좋아하는데, 실실 웃으면서 반말 쓰는 곽수환의 가벼운 겉모습이 어딘가 쎄한 게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비밀이 많아 가면을 쓴 남자는 언제나 사랑이죠^^

 

묘하게 속을 알 수 없는 곽수환과, 그를 믿어도 될 지 거리를 재는 석화. 둘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는 전임자인 오박사의 죽음과,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인 수뇌부의 태도에 석화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감시와 통제로 가득한 디스토피아 사회, 거기다 군부체제에 반기를 든 종교세력까지. 바이러스에 사이비라니 정말 이시국 소설이다 좀비도 무서운데 좀비보다 끔찍한 인간들이 넘쳐나는 황폐한 세상에서 서로 날을 세우다가도 결국 사랑해버린 두 사람의 서사가, 펑펑 터지는 스케일 큰 사건들과 함께 절절하게 펼쳐진다. 

 

사실 렌시티처럼 MSG 친 맛깔난 대사들 투성이에 캐릭성 강렬한 작품은 자칫하다간 키워드가 캐릭터를 압도해서 활자인간으로 전락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여기선 인물들을 둘러싼 주변 상황이 워낙 비인간적인데다 사건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그런 강렬한 캐릭성과 대사들 덕에 중심축이 잡히면서 몰입도가 높아졌다. 주인공수인 곽수환과 석화 외에도 이채윤과 양상훈 등 불패소대 대원들, 차학현 중령, 최호언 박사 등 모든 주조연 캐가 설명 없이 대사 한 마디만 나와도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 있어서 읽는 내내 굉장히 생생하다는 느낌을 줌. 아니 왜 글자를 읽는데 영화를 보는 거 같죠;;

 

오박사는 왜 죽어야 했는지, 수뇌부는 왜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건지, 백신을 개발했다는 사이비 종교세력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 모든 일의 배후에 자리한 음모가 수환과 석화의 과거와 맞물려 밝혀지는데, 작가님 어떻게 한번도 전개가 루즈해지지 않고 이 모든 이야기를 앞뒤 착착 맞게 이끌어나가시는 건지 신기할 지경ㅋㅋ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눈물이 나는 반전까지, 휘몰아치는 전쟁 속에서 꽃핀 이 운명적 사랑 이야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전연령 처돌이인지라 수위 때문에 취향 별점에서 별 반개를 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다고 작가님에게 전연령 써달라고 하기엔 씬을 잘 쓰시긴 해……ㅋㅋ 아무튼, 원래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거 무서워서 잘 못 보는 쫄보인데도 재미있었다. 스피디한 사건물에 강렬한 캐릭터들의 트루럽 서사까지, 모든 면에서 취향 저격 당함. 역시 인기작은 인기작인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님 전작도 얼른 읽어봐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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