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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Romance

감상/ 튜린의 릴리엔

by 뀽' 2019. 8. 17.

 

튜린의 릴리엔  /  나유혜

★★★

절세미인 남주와의 고구마 없는 힐링 러브스토리


괜찮아요. 도망가지 않아요.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 한 번 더 말씀드리는데,

당신을 사랑해요.

 

피폐한 작품에 멘탈 터져버린 분 계신가요. 츤데레에 무뚝뚝한 까칠남은 취향이 아닌 분도 계신가요. 나는 그냥 예쁘고 애교 많고 요망하기까지 한 플러팅 천재 남주와,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적절히 사이다를 주는 여주인공을 보고 싶다!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맙시다. 그야말로 고구마 없는 마음 편한 힐링 스토리. 단, 힐링 망치고 싶지 않으면 댓글은 보지 않는게.. 가볍게 기분전환하기에 최적인 소설이다.


열병을 앓고 죽다 살아난 주인공, 릴리엔이 자신이 빙의자(이 부분이 모호하게 서술되는데 이건 나중에 풀림)라는 것을 깨닫곤, 미래에 닥쳐올 비극을 피한다는 로판 클리셰를 정직하게 따라가는 전개. 거기에 올타임 클래식인 집착조신남과 비교적 최신 트렌드인 시한부 소재, 그리고 부둥부둥 가족 힐링물적인 성격까지 합쳐져서, 신선할 건 없지만 그만큼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그 중 독자들을 매료시킨 특별한 설정을 꼽는다면 바로 남주의 요망한 캐릭성 되시겠다. 


작중 다미언은 무력도 1등, 외모도 1등, 핏줄은 황가에 작위는 대공, 거기다 주인공 릴리엔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의 불치병 또한 릴리엔을 통해서만 치유가능한 다소 작위적인 천생연분 설정까지 붙어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얘가 아주 요망한 놈이라는 것. 흔한 로판남주답게 더러운 성질머리를 보유하고 계신 이분께선 릴리엔 앞에선 순하고 애교 많은 고양이가 된다. 단순한 내숭이나 계략남 정도가 아니라 고르릉거리며 스스로를 '애첩'이라고 칭할 정도로 애교를 피운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릴리엔이 흔한 눈치 제로 착각계가 아니라, '다 알지만 하는 짓이 예쁘니 넘어가준다'는 설정인 게 독자 입장에서 베리굳ㅋㅋ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일명 '고구마'라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긴장감 유발이 안 된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릴리엔을 '찬양'하다보니 무슨 일이 벌어져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안심이 됨ㅋㅋ 일종의 타임 어택을 통해 대놓고 긴장감을 주는 '시한부' 설정 또한 밍숭맹숭 해결되어버린다. 주인공이 시한부란 사실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반응, 하루하루가 소중해지는 감정선, 그리고 극한까지 몰리는 상황 등을 통해 얼마든지 긴장감과 애절함, 비극적 서사를 강조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통렬하고도 극적인 정서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시한부 설정이 다소 존재감 없이 흘러가다 허무하게 해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작품이 후반부 갈수록 릴리엔보다는 다미언의 비극적 과거에 집중하기 때문인 듯 싶다. 릴리엔의 시한부 문제는 다미언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해결되는 느낌..이랄까. 무게중심이 '릴리엔 부둥부둥'에서 '다미언 부둥부둥'으로 흘러간 것이 아쉬움. 어쨌든 부둥부둥 힐링물


그렇지만 이 작품이 숨기고 있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습니다!(두둥ㅋㅋ 너무 강스포라 감상글에 써버리면 이 작품을 읽을 미래의 독자들의 재미를 반 이상 앗아가버릴 것 같으므로 여기 쓰지는 못하지만ㅠㅠ 초중반 제가 사랑했던 요망한 다미언을 완전히 저 뒷방에 제껴놓을 정도로 제 마음을 온통 빼앗아가버린 캐릭터가 있습니다. 중후반부터 반전의 실마리가 주어진 이 캐릭터 때문에 나는 넋 놓고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감히 말하건데 이 작품에서 가장 입체적인 동시에 독자들의 마음을 가장 많이 울렸을, 그런 사람입니다ㅠㅠㅠ


후반부 중요 인물로 부상한 그 반전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손에 땀을 쥐는 전개나 가슴 조이는 감정선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러가지로 지친 로판 독자에겐 좋은 힐링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힐링물과 애교 많은 조신남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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