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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글73

감상/ 고리대금업자의 프라이버시 고리대금업자의 프라이버시 / 라노브★★★★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점 1파운드의 의미 “나에게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아직 당신이 내게 실망할 일들이많이 남아 있으니까.” 제목을 보곤 초등학생 때 읽었던 이 생각나는군 껄껄 하다가 프롤로그서부터 약간 당황했다. 아니 정말로 모티프잖아?!ㅋㅋ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손힐 백작은, 악마라는 별칭까지 붙은 지독한 고리대금업자에게 거금을 꾸게 되는데요.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할 시 치러야 하는 대가는 다름아닌 아들의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점 1파운드다. 차라리 내 심장을 담보로 걸라는 부성애돋는 백작과, 그런 백작을 비웃는 잔악무도한 절세미남 고리대금업자씨를 보며 음, 잘생긴 편 내 편 하고 있던 로판독자의 감은 백작의 사생아 딸.. 2020. 4. 21.
감상/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 서사희★★★★한편의 철학적인 낭만 동화 “모든 기억이 없어졌으면 했었다.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은 기억이었으면 했었다.그러나 모든 생을 다 가지고 살더라도,모든 생을 다 잃고 죽더라도.가지고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생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그게 이번 생이었으면 했다. ” ‘완벽한 이해’라는 것만큼 ‘오해’와 가까운 것이 있을까. 사람은 궁극적으로 모두가 서로에게 타자이며,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히는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오해와 무지의 영역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무지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일 테다. 감상문 초장부터 골 때리는 얘기했다고 도망가지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이 .. 2020. 3. 3.
감상/ 120일의 계약결혼 120일의 계약결혼 / 재겸★★★★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바람둥이라니 “당신은 혹시 저를 벌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요”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금방 사랑에 빠지고 또 금세 사랑이 식어버리는 천하의 바람둥이 마커스 행어. 그가 이번에 빠진 상대는 아름다운 공작부인인데, 뭐 유부녀라해도 일단 남편과 사별한 몸이시니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이 부인의 취향이 유부남이란다. 환장 그래서 마커스는 유부남이 되기로 하고! 환장222 이 돌아버린 남주가, 가난한데다 키워야 할 조카딸까지 있는 엘루이즈에게 돈을 대가로 120일 기한의 계약결혼을 제안하며 미친 불륜쇼가 시작되는데! 대환장3333 작품 소개가 자극적이라 겁 먹고 백스텝하는 독자들이 꽤 있을 거 같은데, 이야기는 재치 있고 유.. 2019. 12. 20.
감상/ 악녀인데요, 죽어도 될까요? 악녀인데요, 죽어도 될까요? / 하이마이디어★★★☆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괜찮아요 “사실, 나는 조금 외로웠어.조금 두려웠어.버림받고 싶지 않았어.체념하고 싶지 않았어. 사랑받고 싶었어.” ※주의: ‘자살’ 키워드가 여러 번 등장하는 글입니다. 사람이 말입니다, 늘 용감하고 진취적이며 건강한 정신으로 살 수는 없어요. 타고난 소수를 제외하곤 특별히 뛰어난 머리나 재능을 갖고 있지도 않은 그저 길바닥 굴러다니는 흔한 돌멩이 같은 인생들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 소설은 그렇게 힘 없고 자조적이며 심지어 우울하기까지 한 주인공을 내세워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되시겠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빙의물임을 알 수 있지만, 주인공이 빙의자로 받은 '능력 버프'는 1도 없는(!) 실로 놀라운 설정. 외모와 가문 버.. 2019. 12. 10.
감상/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 유폴히★★★★★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이제 난 당신을 알아 버렸고,당신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요.그렇지만 우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으니,이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없군요. 이제 내게 남겨진 몰락이 눈앞에 선합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아니면 거창하게 사랑까지 갈 것도 없이 그저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데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상대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아봤으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조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할 수도, 반대로 굉장히 단순할 수도 있다. 출판사의 새내기 편집자 코델리아 플로라 그레이는, 《공주와 기사》의 후속편 원고를 찾기 위해 작가님이 일러둔 골.. 2019. 11. 21.
감상/ 캐스니어 비망록 캐스니어 비망록 / 흰울타리★★★☆평범하게 행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일생을 떠돌았다.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철부지처럼 저항하며, 그렇게.그러나 물 위를 떠다니는 낙엽처럼 정처없던 마음도비로소 하구에 닿았다.” 제목의 ‘비망록’이라는 단어를 보고 뭔가 전쟁의 한복판, 거대하고도 애통한 서사로 사람 오열하게 만드는 작품이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모든 전쟁이 끝난 후, 소박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인데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무 자르듯 자 이제 아무도 안 싸우는 평화 시대 짜잔☆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건 그렇게 종전 이후 찾아온 ‘평화’ 속에 자신도 속하기 위해 싸워야만 했던 사람들의 또다른 조용한 전쟁을 그린 소설이다. 1년 전 더블린과의 전쟁.. 2019. 11. 1.
감상/ 유월의 복숭아 유월의 복숭아 / 유폴히★★★★☆그 날 그녀는 복숭아를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줄리앙, 있잖아요. 기억은 만들어져요. 알아요?기억은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는 거라고요.” 공작가의 아름다운 레이디와, 그 레이디를 찾아온 세 명의 구혼자가 있다. 한 명은 눈빛이 흐리멍덩한 부자, 한 명은 시를 외는 가난뱅이,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어쩐지 차갑고 무뚝뚝한 미남 공작님. 여기까지만 봐도 아 저 미남을 공작님을 택해야 하는군! 하고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의 주인공 레아도 알지만ㅋㅋ 문제는 이 공작님이 구혼자면서 구혼을 안 한다. 다른 두 명이 열렬히 구애할 동안 제 영지에서 가져온 복숭아를 깨끗이 씻어 손수 껍질을 까 먹여준 것 외엔 구혼은커녕 피해다니기만 하는 이상한 공작님. 이 작품의 키.. 2019. 10. 3.
감상/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 권겨을★★★★☆사랑은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되는 것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나를 놓아줄 준비를 해 온 것 같았다.” ※주의: 진 남주의 정체 등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소유욕, 죄책감, 애증 등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 가지 얼굴만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사랑이란 것은 본래 이런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소설. 재벌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와 두 이복오빠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주인공은 운명의 장난인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게임 속 악역이자 하드모드의 주인공 '페넬로페 에카르트'(이하 페페)에 빙의를 한다. 선택지 한 번 잘못 골랐다간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극한 상황에서, 0을 찍고 있는―어떤 놈은 심지어 마.. 2019. 9. 23.
감상/ 폭군에게는 악녀가 어울린다 폭군에게는 악녀가 어울린다 / 유이란★★★유쾌한 병맛 코미디 판타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느니화끈하게 지르고 죽어야지” 격렬하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읽으면 좋을 작품이 여기 있다. 전개되는 스토리는 분명 심각한 걸 넘어서서 피폐한 게 분명한데 등장인물들이 모두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 있음. 나만 죽냐? 같이 죽자! 하는 주인공과 그 옆에서 박수치며 옳지! 옳지! 잘한다! 하는 남주. 거기다 악역인지 조력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빙의자 성녀는 입을 열 때마다 메타 발언을 쏟아내고, 주인공의 찐 베프는 주인공과 함께 야설 덕질하느라 정신이 없다. 무시무시한 드래곤은 튀어나왔다가 몇 대 처맞더니 엄마를 부르며 울고, 정령이라는 놈은 아직 할부가 몇백년 남은 집이 망가졌다며 울고, 독자.. 2019. 9. 21.
감상/ 튜린의 릴리엔 튜린의 릴리엔 / 나유혜★★★절세미인 남주와의 고구마 없는 힐링 러브스토리 “괜찮아요. 도망가지 않아요.당신은 사랑스러워요.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 한 번 더 말씀드리는데,당신을 사랑해요.” 피폐한 작품에 멘탈 터져버린 분 계신가요. 츤데레에 무뚝뚝한 까칠남은 취향이 아닌 분도 계신가요. 나는 그냥 예쁘고 애교 많고 요망하기까지 한 플러팅 천재 남주와,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적절히 사이다를 주는 여주인공을 보고 싶다!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맙시다. 그야말로 고구마 없는 마음 편한 힐링 스토리. 단, 힐링 망치고 싶지 않으면 댓글은 보지 않는게.. 가볍게 기분전환하기에 최적인 소설이다. 열병을 앓고 죽다 살아난 주인공, 릴리엔이 자신이 빙의자(이 부분이 모호하게 서술되는데 이건 나중에 풀림)라.. 2019. 8. 17.
감상/ 조연의 아홉 번째 시간 조연의 아홉 번째 시간 / 체사린★★★절대자 앞에선 모든 게 무력할 뿐 “내 모든 시간이결국 당신을 찾아 흘러가게 될 것임을.”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일단 이 소설의 무료 연재 당시 제목은 '그 고양이의 행방을 묻지 마세요'였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렇다, 이것은 조연 빙의물인 동시에 동물 빙의물! 이 소설 저 소설을 다니며 온갖 역할로 환생하는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9번째 인생에선 고양이에 빙의하게 되는데! 인생 아니고 묘생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고양이의 주인, 르웬이 이 소설의 악녀 같다는 것이다. 어딘가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는 르웬은 물건을 던지고 깨뜨리고 패악을 떨면서도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 '피앙'만은 매우 아끼는데… 여기서부터 뭔가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납니다.. 2019. 8. 15.
감상/ 모시던 아가씨가 도련님이 되어버렸다 모시던 아가씨가 도련님이 되어버렸다 / 태비의별★★★☆단 한 명분의 사랑만 있어도 악당은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기대 없이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삭막하고 외로운가. 내 인생에 별이 되어줄 사람이누군가 한명쯤 나타나 줄 거란 생각. 나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희망이,사람들을 살게 한다고 생각했다.” ※주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글입니다. 일단 TS물 아닙니다. 아니.. 맞나? 프롤로그만 읽어도 표지의 저 분(들)의 정체가 아가씨인지 도련님인지 나오는데 뭐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지요ㅋㅋ 하지만 취향 타는 소재가 안 나오는 소설이라곤 못하겠다. 사전 경고부터 하자면 TS물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며, 여자였다 남자였다 난리부루.. 2019. 8. 5.
감상/ 악마는 레이디를 키운다 악마는 레이디를 키운다 / 이르★★★★다정한 거짓말쟁이들의 이야기 “이상해. 나는 왜 네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 육아물 냄새나는 제목은 잊읍시다 이건 어엿한 성인 남녀간의 긴장감 넘치는 텐션으로 가득 찬 이야기니까. 가문의 복수를 위해 이를 갈며 아득바득 살아온 주인공. 그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던 순간, 지금까지 곁을 지켜왔던 충직한 기사가 '사실 나 악마였음'하며 뒤통수 후려치는 걸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제목부터 거짓부렁이더니 아주 죄다 거짓말 투성이다. 복수를 위해 사랑을 속삭이는 위선자와, 사랑을 위해 독설을 퍼붓는 위악자의 거짓말 콜라보레이션이 지켜보는 독자 가슴 찢어지게 만드네요 커흑ㅠㅠㅠ 통수 맞고 시작하긴 하지만 일단 그래도 이 악마놈이 전생에서 망한 복수 현생에서 잘해보라고 회귀시.. 2019. 7. 2.
감상/ 페퍼민트 로즈 페퍼민트 로즈 / 밤꾀꼬리 ★★★ 악마가 가장 숭고하게 느껴지는 기묘한 이야기 “ 지금의 그녀는, 전생과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 사실을 몇번이고 겪으면서도 도무지 모든 걸 포기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불렀다. ” ※ 주의: 주인공이 누구와 이어지는지 등, 작품의 중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악마술사인 주인공 칸나와 칸나를 따르는 악마 메피스토. 그리고 둘이 살고 있는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연쇄살인 용의자이자 칸나의 동료 배우인 미하엘. 이 세 사람(사람이 아닌 게 섞여있긴 하지만)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배후를 밝혀내고 그와중에 사랑도 하는, 오컬트 로맨스물!입니다. 신선한 소재와 작가님의 깔끔하고도 뛰어난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인데 별점.. 2019. 6. 25.
감상/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 법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 법 / 성혜림★★★★결국 새는 알을 깨고 나왔다 “어두운 밤과 같던 자신들의 인생에길잡이별이 생긴 것 같았다.” 제목만 보고 오 이거 레이디에 빙의해서 로맨스 알콩달콩하는 이야기인 건가요 하는 분들은 일단 작가님 전작부터 보고 옵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진짜 큰 상처 입을 수도 있음ㅋㅋㅋㅋ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우화'다. 화나다 못해 지치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어 풍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에스텔'이라는 별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지난 날의 과오를 깨닫고, 후회하며, 기득권에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일종의 성장물에 가까움. 물론 그렇다고 로맨스가 부족하다는 건 아닙니다. 달달했다가 진창에 처박혔다가 아주 냉탕 온탕 번갈아 담그는 바람에 멘탈이 박살나서 .. 2019. 4. 10.
감상/ 너의 죽음이 보여 너의 죽음이 보여 / 단해늘★★★★★'마지막'을 알기에 체념한다면서도, 결국은 너무 다정했던 사람 “당신이 이렇게 슬퍼하는 데도당신의 수명이 바뀌고 있단 사실 하나에내가 안도하고 있다면…나를 이기적이라고 할 건가요.” 어째 제목에서부터 피냄새가 난다했더니 역시 제 취향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볼 때면 그 사람의 머리 위로 죽는 날짜와 사인(死因)이 보이는 주인공, 에샤나 아스. ‘끝’을 알기에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이 무덤덤하고 시니컬한 성격의 여주인공은 촌구석 작은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나름대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제 집 앞에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남자를 마주치고, 생전 처음 보는 이 남자의 사인에 제 이름이 써 있는 걸 보고 경악한다. 내 이름이 왜 거기서 .. 2019. 2. 19.
감상/ 완벽한 그를 피하는 이유 완벽한 그를 피하는 이유 / 공은화★★★특별할 건 없지만 무난하고 편안하다 “너무 안일했다. 그리고 어리석었다.자신은 이 세계의 신이 아니었다.그저 한 명의 등장인물일 뿐이었다.” 제목에서 강렬한 고구마의 기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고구마가 심한 소설은 아니다. 크게 늘어지는 부분이 없으며, 일반적인 빙의물 로판 공식을 착실하게 잘 따라가는 작품. 약간 특이한 점이라면 독자가 아니라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품에 빙의했다는 것 정도? 그 덕분에 여주인공(a.k.a. 작가)은 제게 홀랑 반해서 구애하는 잘생긴 황자님이 결국 파멸할 악역임을 너무 잘 알고 있음ㅋㅋㅋ 내가 왜 쉬운 길 놔두고 굳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합니까!를 외치며 이리저리 피해다니다가 결국 자기 마음을 인정하고 미래를 바꾸겠다.. 2018. 10. 11.
감상/ 김비서가 왜 그럴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 웹툰 김경미, 원작 정경윤 ★★★☆ 나르시시즘 뒤에 숨겨져 있던 애틋한 배려 “ 나 혼자서 다 짊어져도 괜찮았다. 뭐든지.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대단하고 강한 사람이니까, 나는 괜찮았다. 정말로 괜찮았다. ” 제목과 극초반부를 보면 누가 봐도 아 '재벌 2세와 비서가 알콩달콩 투닥거리고 연애하는' 오피스 로코물이라고 써 있지만! 그리고 그게 백퍼 틀린 첫인상은 아니지만! 의외로 이 작품의 메인서사는 오피스 로맨스가 아니다. 여기에 진부한 로코식 4각관계는 없다. 대신 부회장과 김비서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본격적이고도 미스테리한 기억 찾기, B급 비유를 들고 있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는 사랑에 관한 조언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하고 슬픈 과거사가 .. 2018. 9. 24.
감상/ 황제궁 옆 마로니에 농장 황제궁 옆 마로니에 농장 / 정연★★★본격 농사 먹방 힐링 일일드라마 “우리가 그곳에서 음식을 대접받은 것 같지만,사실은 그것이 아니라오.우리가 정말로 대접받은 것은…행복한 시간이었소.” '태양의 손'을 가진, 사실상 농사의 신(+요리는 덤)이 지상에 강림했다고 봐도 무방한 우리의 주인공, 헤이즐 메이필드. 잘생긴 남자보단 잘생긴 감자가 좋은 이 천부적 재능의 농부는 자신만의 소박한 농장을 꾸리는 게 일생일대의 꿈인데.. 어느날 할아버지가 농장하라고 옛다 준 작은 땅에 신나했더니, 알고 보니 그 땅은 황궁 신축부지로 당첨된 ☆경축 재개발 지역☆ 땅인 것에 1차 충격, 바로 옆집 산다던 신분 높은 분이 황제라는데 2차 충격, 할아버지가 그 땅을 헤이즐에게 준 이유가 다름아닌 알박기(!)로 일확천금을 노리기.. 2018. 9. 8.
감상/ 메리지 B 메리지 B / 과앤★★★★★어떤 경우의 수에서도 결국 종착지는 하나 “보다 확실한 파멸을 고르기로 했다.혹시나 하는 희망이 피어올라다시금 심장을 헤집어놓는 일이 없기 위해서.행복해질 수 있다는 미련을 완전히 놓기 위해서.적어도 절망은 희망만큼 고요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일반적인 회귀물의 주인공이 복수와 행복을 위해 이전 생과는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면, 이 작품은 정반대다. 행복할 수 있는 선택지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가장 확실한 파멸'의 길을 택하는 주인공, 고요 루비엣. 첫사랑 테리오와의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자살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생에선 자신의 가문을 멸문시킬 남자, 안시 베텔기우스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 최악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다정한 남편인 안시 덕에.. 2018. 9. 8.